생생후기

SANSIRO,

작성자 이주현
이탈리아 LUNAR 10 · 아동/축제 2017. 07 MILAN SAN SIRO, SMS

SAN SIRO COMMUNITY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매번 방학이면 휴양지로 놀러가곤했다. 학기말이면 과제마감에 시험공부에 밤을 새는일이 많았고 그로인해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에 충분한 휴가였다. 바닷가에서 노닥거리다 배고프면 먹고 밤에는 거리나 레스토랑에서 음악을 들으며 술도 마시고 분명 재밌었던 것 같다. 문제는 학기가 시작하고 나서였다. 누군가 나에게 방학 때 뭘 했냐고 물어보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 놀았는데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때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방학을 재밌게 보내긴한걸가 실제로 나 휴식을 취하긴 한건가.
그러다 학교에서 하는 국제교류프로그램에 있던 워크캠프 공고를 학교 홈페이지에서 보게되었다.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 학교에서 지원도 해주었던 터라 별 망설임은 없었던 것 같다. 5학년 마지막 학교생활을, 마지막 여름방학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었다. 특별히 잘하는게 없는데 영어도 잘하진 못하지만 막연한 자신감과 약간의 오만함으로 그냥 신청했다. 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이라고 생각했기때문에.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와. 이럴수가. 낡은 아파트였다. 건물 몇동이 한 울타리 안에 들어가있는. 오래되고 냄새나고. 부엌이며 화장실이며 더러웠다. 침대? 말할것도 없지. 불행 중 다행은 화장실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 뿐이었으니.
하지만 이런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둘째날 부터 너무 더운 날씨에 계속 밖에서 활동하다보니 숙소에 돌아오면 지쳐서 잠들기 일쑤였다. 첫날 어색했던 사람들과도 하루 하루 지나면서 점점 친해졌다. 활동시작과 끝에는 늘 엄청 유치한 게임도 같이했다. 드디더 참가자 중 이탈하는 사람이 생겼다. 유치해서 하기 싫단다. 나도 유치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창피하진 않았다. 다같이 해서 그랬던 걸까 오랜만에 어린 아이들처럼 뛰어다녔다. 신발도 벗겨지고 쨍쨍 내리쬐는 햇빛아래서 땀도 나고 꼬질꼬질해졌지만 (아 심지어 발냄새도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재밌었다.
특별할 건 없었고 그런 하루하루였다. 매일 아침 열시에 어슬렁어슬렁 일어나 게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무더위에 이십분쯤 걸어나가 마을사람들과 같이 청소하고, 축제를 준비하고, 난민 아이들과 뛰어다니고, 하루에 두번이상은 꼭 샤워를 했다. 밤에는 슈퍼에가 저렴한 와인하나를 사들고 숙소에 들어와 SMS(숙소이름)광장에 앉아 멕시코, 스페인, 우크라이나, 타이완, 터키, 이탈리아 사람들과 얘기를 했다.
사실 주로 알아듣는 척을 했지만 말이 되게 잘 통하진 않았지만, 사실 필요없었다. 오글거리지만 우리에겐 적당히 취할정도의 술과 옆사람말이 잘 안들릴정도의 음악과 나도모르게 취해서 그 음악에 리듬을 맟출 수 있을 어느정도의 박자감이 있었기에.
가끔 마을 공원에서 열리는 파티에도 가고, 어느날은 친구들과 시내에도 나가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밥도 먹으며, 몰래 수영장에도 가곤했다.
맞다, 어쩌면 살짝 지루함보다는 지겨움에 가까울 정도로 현지생활에, 더움에, 모기에, "CIAO!"가 익숙하게 입에 달라붙을 정도로 그 모든 것들이 익숙해졌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맙소사. 너무 늦게 깨달았다. 덥다고 꾀부리곤 했었는데 조금 더 열심히 했어야 했다. 마을 아이들과 춤을 좀 더 춰둘걸. 마을 사람들이 다가왔을때 조금 덜 쑥쓰러워할걸. 조금 더 많이 준비해올걸. 캠프리더 였던 프랑스인 프룬과 이탈리아인 셀람은 청소할때마저 웃고있었다. 아니 진짜 너무 더웠는데 말이다. 근데 나도 그렇게 충분히 할 수 있었고 그랬어야 했다. 우크라이나인 율리아와 비키가 아이들과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다니면서 놀때 조금 더 그들을 도왔어야 했다. 그늘에 앉아서 숨어있을게 아니라. 터키인 틸베와 유숩이 시내로 놀러가자고 할때 조금 피곤해도 그들을 따라 나갈껄. 스페인출신인 크리스와 타이완 줄리 멕시코인 브라울리오와 한국인오빠 진욱오빠와도 시간을 더 보냈어야 했다. 그들을 조금더 도울 걸 그랬다. 심지어 우리와 활동을 같이 하지 않은 벨라리우스 에리나 마저 그녀의 가치관과 자신이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표현하는 법마저도 나는 그날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것을 배울 수있었다.
이주 동안 너무 익숙해져서 몰랐다. 그들과 함께있을때 매일 밤 그 광장에 모여앉아 삐그덕 거리는 의자에 지저분하게 낙서가되있어서, 가끔 팔에 페인트가 묻어나곤했던 그 나무로된 식탁에서 보내던 시간들이, 그들과 손을 잡고 춤춘 그날, 그 음악과 온도와, 심지어 모기까지도 그리울꺼다.
나는 오만했었다. 내 자신이 잘난줄 알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난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보다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나보다 나은점이 있었고 난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봉사활동을 다녀온 사람들은 그런 얘기를 하곤한다. 주는 기쁨이라고. 뭐 비슷한 얘기려나? 난 이탈리아에서, SMS와 SAN SIRO마을에서, 행복을 배웠다. 행복을 느꼈고, 아마 행복으로 기억될것같다. 그 모든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