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뜻밖의 친절, 독일 소년과의 1시간

작성자 송지응
독일 IBG 29 · RENO 2012. 08 Massenbachhausen

Massenbachhausen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지금 돌이켜보면 처음 워크캠프지로 모이는 첫날은 그다지 좋은 출발이 아니였다. 스튜트가르트에서 기차를 타고 워크캠프지인 Massenbachhausen으로 가기 위해서는 중간에 버스를 타고 마을 안으로 들어갔어야 했는데 집결하는 날이 일요일인데다가, 워낙 변두리에 있는 마을이라서 그런지, 버스정류장에서 3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거장 주변엔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독일 남자아이 한 명만이 나와 같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도무지 3시간을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아서 용기를 내서 독일 아이에게 Massenbachhausen에 걸어서 갈 수 있는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그 아이의 이름은 다니엘 이였는데, 비록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너무나도 친절하게 자기의 집도 그곳이라며 같이 걸어가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날씨에 무거운 배낭과 캐리어를 끌고 1시간 남짓 뙤양볕 아래에서 시골길을 걸어가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나중에 워크캠프에 도착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얘기를 하자 다들 어떻게 걸어왔냐며 놀라워했다. 뭐 비록 고생은 했지만 난생 처음 보는 낯선 동양인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다니엘로부터 독일사람들의 친절함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개기가 되었던 것 같다.
워크캠프지에는 이미 스페인, 미국, 우크라이나, 터키, 독일 아이들이 와 있었고, 이후에 한국, 타이완, 일본, 러시아 아이들이 왔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해외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경험이 처음이었던 나에게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 자체도,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영어로 의사소통을 문제없이 잘 할 수 있을까..’ 등등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많이 떠올랐었지만 그러한 고민들은 정말 바보 같은 고민들이었다. 오픈마인드를 가지고 상대방에게 다가가니 비록 유창한 영어실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급속도로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숙소는 마을에 있는 체육관이였는데, 더운 날씨에도 체육관 안은 서늘해서 지내는데 큰 문제점은 없었던 것 같다. 또한 주방시설이 너무나 잘 갖추어져 있어서 그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매일 저녁에 각국의 음식을 하루에 한 국가씩 준비해서 맛 보여주기로 했었는데, 가장 처음으로 하기로 한 것이 한국음식 이였다. 그래서 나와 솔이누나는 불고기를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선보였는데, 둘 다 요리에 재주가 없던 터라 마음먹은 데로 잘 만들어지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너무나 맛있다며 불고기를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주어서 너무나 고마웠고 뿌듯했다. 개인적으로는 스페인 남자애들이 해주는 홍합,닭가슴살볶음밥이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
Massenbachhausen에서 우리에게 제시한 업무는 축구장주변의 보도블럭을 재구성하는 것과, 마을 여기저기에 있는 놀이터의 기구들에 페인트칠을 하는 것 이였다. 더운 날에는 다소 일하는 것이 힘든 적도 있었지만, 일과시간이 끝나면 항상 마을 이곳 저곳에서 여러 가지 엑티비티를 즐기는 등 너무나 재미있는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일할 때에도 열정적으로 일에 몰두 할 수 있었다. 하루는 우크라이나 여자아이들이 오늘 밤에 별똥별들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다 같이 체육관 밖 운동장으로 매트리스를 가지고 나가 밤하늘을 바라보고 누워서 수많은 별똥별들을 바라보았었다. 서울에서는 밤하늘을 바라보아도 거의 별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지만 그 곳은 정말 바로 코 앞에 별들이 있는 줄 착각할 정도로 밤하늘이 수 많은 별들로 수 놓여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밤하늘의 별똥별들을 바라보면서 나의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부모님들에 관한 소원들을 빌었다. 또 지금까지 25년 남짓 살아온 내 인생에 대해서도 돌이켜 보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인생 동안 한 두 번도 보기 힘든 별똥별들을 하루에 몇 십 개나 볼 수 있었던 것도 정말 돈 주고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너무나 짧았던 2주간의 워크캠프가 끝나고, 이제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그 동안 정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워크캠프를 시작할 때는 이렇게까지 가까워 질 줄 몰랐는데, 정말 마치 가족처럼 서로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내와서 그런지 헤어지는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모든 아이들이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고, 나 또한 참아왔던 눈물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3년 후 이 시간 이 장소에서 다시 한번 만나자는 서약서를 써서 유리병에 봉인 한 체 우리가 작업했던 보도블럭 아래에 묻어 두었다. 3년 후 다시 모여 그 서약서를 다시 꺼내기로 약속하면서..^^
워크캠프를 마치고 2주일 이상이 지난 지금도, 스카이프나 이메일을 통해서 우리는 매일 밤 서로의 안부를 묻고는 한다. 워크캠프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재산은 ‘사람’인 것 같다. 인생에서 명예도 중요하고 돈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것들로도 얻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친구’ 인 것 같다. 한국에서 무려 몇 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지구 반대편의 우크라이나 소녀가 자신의 방에서, 나를 떠올리며 나에게 메일을 써준다는 것은 정말 너무나 환상적인 것이다. 이러한 값진 경험을 하게 해준 이번 워크캠프 친구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며, 앞으로 또 기회가 된다면 이러한 워크캠프에 꼭 다시 한번 참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