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뜻밖의 러시아, 계획 밖의 성장

작성자 곽미정
러시아 SF-09 · 문화/일반/건축 2017. 07 - 2017. 08 Krasnokamensk

LEGENDS OF THE ERGUN RIVER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4학년 여름, 5학년 졸업 설계를 앞둔 건축학도로서 해외 봉사경험을 쌓고자 지원하였습니다. 폴란드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유라시아의 문화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대한 로망과 함께 ‘건축’이라고 분류된 캠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참여하게 될 활동은 고고학적인 유물 발굴과, 건축관련 활동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지역은 Krasnokamensk, 몽골 그리고 중국과 국경을 접한 곳이며, 중앙 러시아 Buryatia 지방의 몽골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겠다는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너무나도 생소한 곳이었기에, 검색을 했고 러시아 내에서도 우라늄 최대 광산지인 곳이라는 정보와 구글 내 지도에서 본 칙칙한 사진 외에는 더 이상 알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설렘이 곧 두려움으로 바꾸었고, 이전에는 한번도 연 적이 없으며 처음으로 그곳에서 여는 활동이라는 워크캠프에서의 늦은 소식을 접했지만 이미 캠프에 35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납부를 했고, 취소를 할 수 없다고 하여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블라디보스톡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열차 내 2박3일의 여정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도착 후 이틀이 지나서야 캠프 주최자인 담당자 아저씨는 예산을 지원받을 수 없어 캠프를 열지 못했다며 미리 알려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저를 포함해 그 활동에 참여한 외국인 세 명 모두 적잖이 당황했었고, 서로 각 나라의 단체에 연락을 취했지만 그쪽에서도 마찬가지로 처음 듣는 소식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결국, 목적 없는 활동을 할 바에 바이칼로 여행을 떠나자는 아저씨의 권유에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사 기지였으며 세계 최대 우라늄 광산이 있는 칙칙한 크라스노카멘스크를 뒤로 하고 푸른 호수로의 자동차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차로는 바이칼까지 23시간, 하루 6-8시간씩 달리면 약 3-4일 걸리는 일정이 예상되었지만 중간에 예상치 못한 일들로 3일이 더 늘어나 결국 일주일 간의 대장정 끝에 바이칼에 도착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가는 도중에 차가 고장나 히치하이킹을 하기도하고, 아저씨 지인과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바이칼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초반에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숙식을 해결하여, 다행히 노숙은 없었지만 여행이 끝나가면서 이름 모를 불교 수련원에서 잠을 해결하기도, 폐가의 고아원 같은 곳에서 지내기도 하면서 점점 지쳐갔습니다. 샤워도 처음 이틀만 할 수 있었고 나머지 5일간은 바이칼에서의 수영 외에 계속 씻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신뢰를 저버리고, 알 수 없는 행동과 매번 거짓말을 번복하는 이 분을 보면서 저는 계속 경계할 수 밖에 없었고, 이 곳에서의 활동을 전혀 즐기지 못했습니다. 4학년이라는 신분이 주는 무게와 진로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그것들을 다 포기하고 오로지 유라시아의 문화와 봉사의 경험을 쌓아 인생에 가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던 저는 솔직히 너무 화가 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저는 인생의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값진 경험을 하고 오겠다는 것 자체가 집착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펙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야만 이 캠프가 비로소 의미가 있는 거라고 믿었던 것이 잘못되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봉사활동은 못 하게 되었지만 유라시아의 문화를 몸소 느끼고자 했던 목표는 성취한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조금은 고생하기도 했지만 이 조차도 인생에 길이 남을 몇 안 되는 경험이 되었으니까요. 마치 우리 모두의 인생 같았습니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살다 보면 뜻밖의 우연을 만나게 되고, 그럴 때마다 조금씩 방향을 조정해 나아가는 것이지,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그곳에 다다르지 못했다고 칭얼거릴게 아니었습니다. 작은 곳에서 행복을 느끼며, 계획이 틀어져도 다시 또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내일을 맞이하며 소중히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