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베를린, 스물다섯의 행복 충전

작성자 정혜란
독일 VJF 3.1 · 보수/노력 2023. 04 베를린

Berlin Spring Camp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2월까지 더나은세상/국제워크캠프기구에서 근무하며 여러 국내 워크캠프들을 접하게 되었고, 현장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나도 워크캠프 참가해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계약 종료 전까지는 막연한 희망사항 정도였는데 퇴사일이 다가오자 앞으로 뭐 하지 라는 생각을 하던 중 해외 워크캠프들이 하나 둘 올라오는 것을 보고 이번에 가야겠다 싶어서 큰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퇴사 후 다시 새로운 직장을 가지게 되면 길게 여행도 못 갈텐데 하는 마음에 지금이 아니면 안되고 스물다섯살은 다시 오지 않는다 라는 마음으로 워크캠프 3개를 신청해버렸습니다! 역시 무엇이든 젊을 때 해야죠. 마침 가고 싶었던 도시 1순위 베를린에서 좀 이른 워크캠프가 열리기에 이건 무조건이다 하고 선택했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베를린 외곽 캠프 지역까지 이동하는 것은 편리한 대중교통 덕분에 정말 수월했다. 지하철 매일 타는 한국 사람이라면 하루만에 베를린 적응 아주 가능. 캠프는 한적하고 큰 호숫가에 있는 캠핑장 같은 곳이었다. 정말 베를린 시내와는 달리 마음의 평화 그 잡채! 베를린같은 대도시 바로 옆에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공간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에 부럽기도 하고 그랬다. 캠프에는 나를 포함해 총 5개국--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러시아, 한국--에서 온 5명의 참가자가 있는 소소한 캠프였는데 서로 나이도 비슷하고 작은 그룹이라서 더 가까이 지낸 듯해 오히려 좋았다. 영어를 거의 못하는 참가자가 있었는데 구글 번역기가 열일해서 생각보다 많이 대화하고 재미있게 잘 지냈습니다. 역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숙소는 캠핑장에 위치한 벙갈로에서 지냈는데 이불을 주지만 그래도 많이 추워서 가져간 침낭을 요긴하게 잘 썼다. 4월의 독일 정말 한국의 2월 같으니 겨울-봄 시즌에 독일 캠프 가시는 분들 따뜻한 옷 많이 챙겨가시기 바랍니다. 비니와 목도리 꼭 필요해요. 캠프에서 했던 공동작업은 캠핑장에 겨우내 쌓인 낙엽 치우기와 벽 페인트 칠하기를 주로 했는데 평일 오전 9시~오후 1시까지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 끝나면 정말 힘들었다. 다들 일 끝나고 낮잠 필수. 2주동안 큰 트럭 2개를 가득 채울만큼 낙엽을 모았다. 그래도 이렇게 한 2주 하면 몸 좋아지겠다 하며 참가자들끼리 웃으며 일해서 재미있었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먹어서 몸이 좋아지지는 않은 것 같지만 전혀 아쉽지 않은 게 매일 한 명씩 돌아가면서 요리를 해서 식사를 했는데 매일 너무 맛있었다. 특히 이탈리아 참가자가 이탈리아에서 들고온 파마산 치즈를 잔뜩 넣은 까르보나라를 해 줬는데 정말 너무 맛있어서 눈물 줄줄 감동의 맛이었다. 지난 25년간 먹은 까르보나라는 뭐였을까 하며 열심히 먹었다. 나는 한국에서 들고 간 식재료들로 곤드레밥과 쌈밥을 준비했는데 채식주의자인 참가자도 함께 먹기 좋은 메뉴라서 반응이 좋았다. 약과를 올린 한국 카페 갬성 약과 아이스크림도 역시 인기 최고였다. 함께 요리하고 먹으면서 서로 많이 친해진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캠프는 오전 봉사활동 이외에는 자유시간이 정말 많아서 혼자 베를린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참가자들끼리 활동을 계획해서 미술관이나 박물관, 플리마켓에 가는 등 시간을 보낼 수도 있어서 나에게는 최고의 조건이었다. 친구도 사귀고 틈틈이 베를린 개인 자유여행도 가능한 더 바랄 것이 없는 캠프였습니다. 베를린이 궁금한 자유로운 어른이들을 위한 캠프로 추천합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캠프가 진행되던 중에도, 조금 지난 시점인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 갔다” 라는 점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나에게 많이 필요했던 일이었고 베를린 워크캠프에 참가한 것이 한국에서의 안정된 일상—회사에 다니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점점 피곤함에 타협하는—을 살며 조금씩 시들시들해지던 나에게 필요한 변화였던 것 같다. 내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사진을 본 친구가 내 사진에서 행복이 느껴진다는 말을 했다. 이 말에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이렇게 차고 넘치게 다른 이가 눈치챌 정도로 행복했나 생각해보니 꽤 오래 전이었던 것 같아 정신이 훅 들었다. 앞으로도 내가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지. 나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새삼 다시 일깨워준 베를린 워크캠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