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독일 시골 마을, 아호이! 외침 속 힐링

작성자 조은솔
독일 NIG03 · FEST/MANU 2013. 05 독일 Vogelsang

Vogelsang 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교환학생을 끝내고 비자 기간이 남아 유럽 여행을 계획하던 도중, 같이 왔던 언니 중 한 명이 워크캠프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얘기해 워크캠프를 알게 되었다.
그래도 유럽까지 왔는데, 학업이나 여행이 아닌 조금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아 워크캠프를 지원하게 되었다.
재미있을 것 같아 FESTIVAL 주제의 캠프 두 개를 신청했고, 그 중 Vogelsang 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고스로리? 축제를 준비하는 워크캠프에 참여하게 되었다. Rostock이라는 소도시에서 1시간 정도 가면 있는 작은 마을에 있는 곳이었는데, 여기서 무얼 하나 궁금한 마음에 출발했던 기억이 난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Lalendorf라는 작은 역에 도착하니, 캠프 리더인 패트릭(축제 주최하는 작은 회사의 직원)이 차로 픽업하러 나와있었다. 차를 타고 20분쯤 가니 진짜 완전 시골마을이 나왔는데ㅋㅋ 2주 뒤 열리는 작은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저택과 주변 잔디밭을 청소하고 꾸미는게 우리 일이었다.

캠프 참가인원은 작았다. 나랑 다른 한국인 언니 1명, 멕시코 여자애 1명, 러시아 여자애 1명, 이렇게 넷이서 대저택 2층에서 지냈다. 그리고 낮에는 축제를 주최하는 회사의 직원들 대여섯명이 함께했다. 중요한건 내가 있던 때는 10년 전, 2013년이었고, 여기는 한 20가구 정도만 사는 엄청난 시골마을.. 우리가 있던 저택은 거기서 더 외져서 인터넷이 잘 안 터졌다ㅋㅋㅋ 그래서 굉장히 원시적으로(?) 놀면서 지냈다. 강제로 디지털과 멀어진 삶을 살게 된 것이다.
낮에는 이곳저곳 청소하고, 무대를 꾸몄고, 틈틈이 호숫가에 강아지 데리고가서 목욕시키고, 잔디에 누워서 쉬기도 했다. 저녁에는 돌아가면서 요리를 해서 먹었다. 내가 양념갈비소스 들고와서 고기 재워서 구워주니까 애들 환장하더라. 판타스틱 소스라고 양파 볶아먹길래 남은 소스는 선물로 줬다ㅋㅋ 밤에는 진짜 무서웠는데, 담력체험한다고 두 명씩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소리지르면서 돌아오기도 했다.

여기 회사 사장님이 근처 도시인 Rostock에 데려가주어서 영화(위대한개츠비 독일어판ㅋㅋ)도 보고, 저녁도 먹고, 술집에도 갔는데, 거기에 있는 사람들 몽땅 다 우리 빼고 아는 사이 같았다.
첫번째 주말에는 베를린에 2박 3일로 놀러갔는데, 도시에 퍼레이드 축제가 있어서 저녁에 재미있게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 중간에 혼자 길 잃어서 베를린 미아가 되기도 했었고 암튼....

축제 2~3일 전에는 홍보한다고 몇 안 되는 마을 집들 강아지랑 돌아다니며 인사하고 그랬다. Vogelsang에 있는 동안 정말 핸드폰이랑 노트북을 덜 썼다. 그런데도 뭐 잘 살아지더라ㅋㅋㅋ

정말 아쉬운게 축제하는 이틀 내내 비가 꽤 많이 와서 참가하는 사람들이 적었다. 그래도 코스프레 한 사람들도 많이 보고, 신기한 공연도 보고..
나중에 끝나고 물건 치우고 청소하는건 힘들긴 했지만 정말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인터넷 없이는 하루도 못 견디던 나였는데, 같이 수다 떨면서 지낼 사람들이 있다면 생각보다 인터넷 없는 삶도 생각보다 괜찮다는걸 알았다.
독일사람이라고 하면 뭔가 무뚝뚝하고 그럴 것 같았는데, 사람들도 너무 친절하고 따뜻했고.. 우리끼리는 서로 Ahoy!라고 인사했었는데, 처음엔 멀뚱하던 동네 사람들도 마주치면 Ahoy!라고 인사해주곤 했다.

변화라... 이후에 나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다만 진짜 정보가 쏟아져내리는 디지털 사회에서 잠시 단절되어서, 작은 시골마을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보낸 시간들은 지금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이제와보니 잼버리 애들이 왜 수백만원씩 내고 개고생하는지 알 것 같네.
어디 갈 데도 없고, 며칠 간 처음 보는 사람들과 붙어 지내야 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그것도 다 경험해보는거지 뭐...

캠프리더랑 축제 운영하던 회사 직원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고 친절해서 시골도 경험하고, 도시도 경험하고, 베를린에서는 현지인이 사는 집에서 얻어 자고, 해주는 밥도 얻어먹었다. 단순히 여행으로 왔다면 하기 힘들었을 경험을 많이 해보게 된 계기였다.
마지막에 캠프 떠날때는 카쉐어링?을 이용해서 베를린에 가게 되었는데, 타게 된 차가 벤츠S클래스였다. 차주 아저씨가 Do you enjoy speed? 묻더니 그렇다고 대답하니까 시속 240 밟고 가더라. 암 독일에 왔으면 아우토반 한 번 달려봐야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