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몽골, 레고 마을에서 만난 세계
Kids camp-3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8월 14일. 깜깜한 몽골의 밤
울란바타르의 공항을 벗어나 울퉁불퉁한 길을 이십여분 달려 게스트하우스에서 캠프의 사람들을 만났다. 독일에서 온 Sterio, 대만에서 온 Betty, 일본에서 온 Miki 등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내가 세계 여러 문화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다음 날 아침 울란바타르 시내를 벗어나 아이들이 있는 고아원으로 향한다. 도로에서는 많은 한국의 차가 보이고 부산버스, 서울버스 와 같은 이름을 단 한국에서 건너 온 시내버스들이 이 곳 몽골에서 먼지가 뽀얀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고 있었다. 양 옆의 창가로는 색색의 집들이 보였다. 집들의 지붕은 각기 다 색달라서 각양각색의 조그마한 레고 조각을 보는 것 같았다. 푸른 들과 하늘을 배경으로 해서 빨강, 초록, 파랑 빛깔의 색들의 다양한 집들이 보이고 멀리서는 말을 타고 다른 말들을 보는 몽골의 아이가 보였다. 그렇게 한 시간여를 달려 우리의 캠프에 도착했다. 이 곳 고아원은 조금 높은 산지 계곡 근처의 평원에 있었고 앞과 뒤로는 높은 산들이 보였다. 고아원의 울타리 안과 밖으로 이름 모를 꽃들이 펼쳐져 있고 한 쪽 구석으로는 나무 판자로 만든 농구골대가 보였다. 나무로 만들어진 십여 채의 집에서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보였다. 나는 이 곳에서 아이들과 그리고 캠프의 사람들과 2주 동안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8월 17일. 일상
대만의 친구들이 요리한 대만식 짜장면을 먹은 이른 오후다. 오늘은 프랑스 친구 한 명이 추가로 캠프에 합류했다. 밥을 먹고, 수도꼭지를 오른쪽으로 스무 바퀴는 돌려야만 나올 것 같은 차가운 물에 양치질을 하고 몸이 뜨거울 정도로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숙소로 들어와 음악을 들었다. 이 곳의 일과는 다음과 같다. 오전에는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림을 함께 그리기도 하고, 종이 접기도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날씨가 맑은 날엔 아이들과 밖의 잔디밭에 나가 뛰어 놀기도 한다. 그리고 두 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이 있다. 자유시간에는 빨래를 하기도 하고 잔디밭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햇살을 쬐기도 한다. 근처의 강에 나가 발을 담그고 놀기도 하고, 이곳의 아이들과 농구를 할 때도 많다. 오후시간에는 주로 산에 올라가 아이들의 장작으로 쓸 나무를 주워온다. 이 곳의 밤과 아침은 매우 추워서 불을 지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은 후엔 주로 캠프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여러 가지 게임을 함께 하면서 친해지고 있다. 여기 이 곳의 아이들은 손을 잡아주기만 해도 좋아하고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이 모두 동생같이 느껴진다.
8월 20일. 스물네 살 여름의 한 조각.
햇빛이 너무나 쨍쨍하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보인다. 하늘은 아주 연한 하늘색. 하늘색 물감에 물을 아주 많이 섞고 도화지 위에 뿌려놓은 것 같다. 저기 멀리 산의 나무까지 보일 정도로 날씨가 맑고 바람은 선선하다. 난 창가 테라스에 조그마한 책상과 의자를 갖다 놓고 책 한 권과 새 엽서 한 장, 펜을 들고 와서 책을 읽고 편지를 썼다. 조그마한 운동장에서 남자 아이들은 축구를 하고 있고 여자 아이들은 들판에서 빨간색 열매를 따고 있다. 통나무집의 난간에는 색색의 빨래들이 널려있고 햇빛이 스며들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파란색 초원 위의 통나무집 정원에 하얀색 책상과 의자 하나, 이런 곳에서 책을 읽어보는 게 막연하게 상상하던,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 중의 하나였다. 스물네 살 여름의 한 조각을 이 곳에 남겨두는 일이 더 없이 행복하고,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서도 이 곳에 남겨진 내 스물네 살 여름의 한 조각을 기억하고 더듬는 일을 상상하는 일 또한 행복하다.
8월 23일. 리틀고비.
리틀 고비로 가고 있다. 나는 차를 타고 끝없이 펼쳐진 초원 한 가운데 일직선으로 쭉 뻗은 일차선 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다. 양쪽으로 초원과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이 보인다. 말들과 양, 염소, 소들이 보이고 가끔씩 말을 타고 있는 소년들이 보인다. 몽골인들의 전통집인 게르가 초원 한 가운데 띄엄띄엄 있다. 그림으로 말하면 이런 거다. 이 그림의 하얀색 도화지가 연한 초록빛의 물감으로 가득 차있다. 그리고 연한 초록빛의 도화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하늘색의 아주 가느다란 선이 있다. 나는 이 하늘색의 선, 도로를 따라 몽골의 초원을 달리고 있다. 이 그림에는 검은색과 하늘색, 갈색의 점들이 군데군데 모여있다. 이 점들은 몽골 초원의 말들과 양들과 염소들이다. 수십 수백 개의 점들이 모여있기도 하고, 점들은 그림 가운데의 하늘색 길을 가로질러 달리기도 한다. 저 너머에는 하얗고 세모난 삼각형들이 있다. 하얗고 세모난 삼각형들은 몽골인들의 전통집인 게르다. 그림을 잘 살펴보면, 하늘색의 가느다란 길 3분의 2 되는 지점쯤에 뽀얀 흙먼지가 날리는 작은 마을이 있다. 이 곳에서는 주로 초원을 지나가는 여행자들을 위한 음식들이 있다. 나무판자로 된 작은 표지판을 찾으면 될 거다.
리틀고비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 나는 사막의 모래 언덕을 닮은 낙타를 탔다. 리틀고비에서 해가 질 무렵,석양을 뒤로하며 리틀 고비의 풍경을 앞으로 하고 낙타에 올라타 세상을 바라본 경험은 이 곳 리틀고비에서의 내 첫 번째 추억이다.
8.23. 별이 쏟아지는 밤
오늘은 내가 태어나서 봤던 별들의 수보다 백 배는 더 많은 별들을 봤다. 고요하고, 조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깜깜한 밤. 게르에서 나오 나를 온 몸으로 둘러싸고 있는 별들을 본다. 반짝이는 별들은 고개를 올려야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온 방향에서 나를 에워싸고 있다. 나의 시선이 옮겨갈 때마다 그 곳에서는 수 백, 수 천 개의 별들이 각자 자신의 빛을 내고 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숨막힐 듯한 광경에 한참 동안이나 그 곳에 가만히 서있었다. 그 중에 별똥별이 하나 떨어진다. 나는 소원을 빌었다. 무수히 많은 별이 떠 있는 밤하늘을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다가 다시 게르에 들어왔다. 마치 세상의 모든 별을 다 모아 놓은듯한 이 곳은 아마도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8.24 리틀고비의 저녁.
태양이 지는 석양의 모습이 있다. 모래사막과 초원이 펼쳐져 있고 말들과 낙타들이 석양을 뒤로 하고 서있다. 빨갛게 모래산이 달아오르고 낙타의 등 뒤로 빨간 태양이 떨어진다. 하늘이 연한 분홍빛으로 물들고 구름도 점점 분홍 물감에 담근 듯 분홍빛을 띄어간다. 왼쪽 편으로는 초승달이 옅게 떠있다. 끝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 위에 낙타와 말, 태양, 초승달, 분홍색 구름, 하얀색 게르가 있다.
8.26 고아원.
이 곳에서의 생활은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한다. 내가 마냥 편하게 내가 있던 곳에서만 살았다면 결코 평생 몰랐을 것들. 내가 참여하는 다섯 살 아이들의 교실에는 두 명의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서른 명 가량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본다. 아이들의 수가 많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다정다감하기보다는 엄격하고, 아이들을 안아주기보다는 매를 들 때가 더욱 많다. 이 곳이 고아원이고 아직 아이들의 나이가 다섯 살 남짓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은 봉사자들이 교실에 들어가면 서로 안기기 위해서 싸우고 경쟁하고, 손을 잡기 위해서, 관심을 받기 위해서 노력한다. 교실에서는 단 한 종류의 책만이 있다. 이 책만을 아이들이 돌려가면서 보는데, 아이들의 세상이 단지 이 고아원과 이 책 한 권에 막혀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방안이 책으로 가득 찬 집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동안, 이 곳에서 아이들은 사랑이 부족한 채로, 이 좁은 고아원의 울타리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 곳에서의 경험은 내겐 큰 보람과 의미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한 켠이 더 무거워진 느낌이다. 이 느낌과 생각을 앞으로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8.27 여행의 끝.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다. 캠프 사람들과, 고아원의 아이들과 작별을 고할 때 보름의 시간이 어느덧 지나갔음을 깨달았다. 보름의 시간이 꿈같이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면 난 이 곳의 푸른 하늘과 광활한 초원, 고아원의 아이들, 매일 아침이면 마시던 이 곳의 차의 향까지도 그리워할 것이다. 어쩌면 한 밤의 살을 에는 추위까지도 그리워할지 모른다. 한 여름 밤의 꿈만 같았던 2주의 시간을 나는 결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오래된 사진첩을 뒤척이듯, 시간이 많이 지나도 잊지 못하고 기억을 더듬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생각할 것이다. 사막의 모래 언덕을 닮은 낙타의 등과, 분홍빛 구름과, 광활한 초원, 사막에서의 석양, 캠프의 사람들, 아이들의 순수하고 맑은 얼굴, 이 곳 아이들과 함께 만들었던 추억들.
울란바타르의 공항을 벗어나 울퉁불퉁한 길을 이십여분 달려 게스트하우스에서 캠프의 사람들을 만났다. 독일에서 온 Sterio, 대만에서 온 Betty, 일본에서 온 Miki 등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내가 세계 여러 문화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다음 날 아침 울란바타르 시내를 벗어나 아이들이 있는 고아원으로 향한다. 도로에서는 많은 한국의 차가 보이고 부산버스, 서울버스 와 같은 이름을 단 한국에서 건너 온 시내버스들이 이 곳 몽골에서 먼지가 뽀얀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고 있었다. 양 옆의 창가로는 색색의 집들이 보였다. 집들의 지붕은 각기 다 색달라서 각양각색의 조그마한 레고 조각을 보는 것 같았다. 푸른 들과 하늘을 배경으로 해서 빨강, 초록, 파랑 빛깔의 색들의 다양한 집들이 보이고 멀리서는 말을 타고 다른 말들을 보는 몽골의 아이가 보였다. 그렇게 한 시간여를 달려 우리의 캠프에 도착했다. 이 곳 고아원은 조금 높은 산지 계곡 근처의 평원에 있었고 앞과 뒤로는 높은 산들이 보였다. 고아원의 울타리 안과 밖으로 이름 모를 꽃들이 펼쳐져 있고 한 쪽 구석으로는 나무 판자로 만든 농구골대가 보였다. 나무로 만들어진 십여 채의 집에서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보였다. 나는 이 곳에서 아이들과 그리고 캠프의 사람들과 2주 동안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8월 17일. 일상
대만의 친구들이 요리한 대만식 짜장면을 먹은 이른 오후다. 오늘은 프랑스 친구 한 명이 추가로 캠프에 합류했다. 밥을 먹고, 수도꼭지를 오른쪽으로 스무 바퀴는 돌려야만 나올 것 같은 차가운 물에 양치질을 하고 몸이 뜨거울 정도로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숙소로 들어와 음악을 들었다. 이 곳의 일과는 다음과 같다. 오전에는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림을 함께 그리기도 하고, 종이 접기도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날씨가 맑은 날엔 아이들과 밖의 잔디밭에 나가 뛰어 놀기도 한다. 그리고 두 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이 있다. 자유시간에는 빨래를 하기도 하고 잔디밭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햇살을 쬐기도 한다. 근처의 강에 나가 발을 담그고 놀기도 하고, 이곳의 아이들과 농구를 할 때도 많다. 오후시간에는 주로 산에 올라가 아이들의 장작으로 쓸 나무를 주워온다. 이 곳의 밤과 아침은 매우 추워서 불을 지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은 후엔 주로 캠프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여러 가지 게임을 함께 하면서 친해지고 있다. 여기 이 곳의 아이들은 손을 잡아주기만 해도 좋아하고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이 모두 동생같이 느껴진다.
8월 20일. 스물네 살 여름의 한 조각.
햇빛이 너무나 쨍쨍하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보인다. 하늘은 아주 연한 하늘색. 하늘색 물감에 물을 아주 많이 섞고 도화지 위에 뿌려놓은 것 같다. 저기 멀리 산의 나무까지 보일 정도로 날씨가 맑고 바람은 선선하다. 난 창가 테라스에 조그마한 책상과 의자를 갖다 놓고 책 한 권과 새 엽서 한 장, 펜을 들고 와서 책을 읽고 편지를 썼다. 조그마한 운동장에서 남자 아이들은 축구를 하고 있고 여자 아이들은 들판에서 빨간색 열매를 따고 있다. 통나무집의 난간에는 색색의 빨래들이 널려있고 햇빛이 스며들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파란색 초원 위의 통나무집 정원에 하얀색 책상과 의자 하나, 이런 곳에서 책을 읽어보는 게 막연하게 상상하던,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 중의 하나였다. 스물네 살 여름의 한 조각을 이 곳에 남겨두는 일이 더 없이 행복하고,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서도 이 곳에 남겨진 내 스물네 살 여름의 한 조각을 기억하고 더듬는 일을 상상하는 일 또한 행복하다.
8월 23일. 리틀고비.
리틀 고비로 가고 있다. 나는 차를 타고 끝없이 펼쳐진 초원 한 가운데 일직선으로 쭉 뻗은 일차선 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다. 양쪽으로 초원과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이 보인다. 말들과 양, 염소, 소들이 보이고 가끔씩 말을 타고 있는 소년들이 보인다. 몽골인들의 전통집인 게르가 초원 한 가운데 띄엄띄엄 있다. 그림으로 말하면 이런 거다. 이 그림의 하얀색 도화지가 연한 초록빛의 물감으로 가득 차있다. 그리고 연한 초록빛의 도화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하늘색의 아주 가느다란 선이 있다. 나는 이 하늘색의 선, 도로를 따라 몽골의 초원을 달리고 있다. 이 그림에는 검은색과 하늘색, 갈색의 점들이 군데군데 모여있다. 이 점들은 몽골 초원의 말들과 양들과 염소들이다. 수십 수백 개의 점들이 모여있기도 하고, 점들은 그림 가운데의 하늘색 길을 가로질러 달리기도 한다. 저 너머에는 하얗고 세모난 삼각형들이 있다. 하얗고 세모난 삼각형들은 몽골인들의 전통집인 게르다. 그림을 잘 살펴보면, 하늘색의 가느다란 길 3분의 2 되는 지점쯤에 뽀얀 흙먼지가 날리는 작은 마을이 있다. 이 곳에서는 주로 초원을 지나가는 여행자들을 위한 음식들이 있다. 나무판자로 된 작은 표지판을 찾으면 될 거다.
리틀고비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 나는 사막의 모래 언덕을 닮은 낙타를 탔다. 리틀고비에서 해가 질 무렵,석양을 뒤로하며 리틀 고비의 풍경을 앞으로 하고 낙타에 올라타 세상을 바라본 경험은 이 곳 리틀고비에서의 내 첫 번째 추억이다.
8.23. 별이 쏟아지는 밤
오늘은 내가 태어나서 봤던 별들의 수보다 백 배는 더 많은 별들을 봤다. 고요하고, 조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깜깜한 밤. 게르에서 나오 나를 온 몸으로 둘러싸고 있는 별들을 본다. 반짝이는 별들은 고개를 올려야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온 방향에서 나를 에워싸고 있다. 나의 시선이 옮겨갈 때마다 그 곳에서는 수 백, 수 천 개의 별들이 각자 자신의 빛을 내고 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숨막힐 듯한 광경에 한참 동안이나 그 곳에 가만히 서있었다. 그 중에 별똥별이 하나 떨어진다. 나는 소원을 빌었다. 무수히 많은 별이 떠 있는 밤하늘을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다가 다시 게르에 들어왔다. 마치 세상의 모든 별을 다 모아 놓은듯한 이 곳은 아마도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8.24 리틀고비의 저녁.
태양이 지는 석양의 모습이 있다. 모래사막과 초원이 펼쳐져 있고 말들과 낙타들이 석양을 뒤로 하고 서있다. 빨갛게 모래산이 달아오르고 낙타의 등 뒤로 빨간 태양이 떨어진다. 하늘이 연한 분홍빛으로 물들고 구름도 점점 분홍 물감에 담근 듯 분홍빛을 띄어간다. 왼쪽 편으로는 초승달이 옅게 떠있다. 끝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 위에 낙타와 말, 태양, 초승달, 분홍색 구름, 하얀색 게르가 있다.
8.26 고아원.
이 곳에서의 생활은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한다. 내가 마냥 편하게 내가 있던 곳에서만 살았다면 결코 평생 몰랐을 것들. 내가 참여하는 다섯 살 아이들의 교실에는 두 명의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서른 명 가량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본다. 아이들의 수가 많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다정다감하기보다는 엄격하고, 아이들을 안아주기보다는 매를 들 때가 더욱 많다. 이 곳이 고아원이고 아직 아이들의 나이가 다섯 살 남짓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은 봉사자들이 교실에 들어가면 서로 안기기 위해서 싸우고 경쟁하고, 손을 잡기 위해서, 관심을 받기 위해서 노력한다. 교실에서는 단 한 종류의 책만이 있다. 이 책만을 아이들이 돌려가면서 보는데, 아이들의 세상이 단지 이 고아원과 이 책 한 권에 막혀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방안이 책으로 가득 찬 집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동안, 이 곳에서 아이들은 사랑이 부족한 채로, 이 좁은 고아원의 울타리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 곳에서의 경험은 내겐 큰 보람과 의미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한 켠이 더 무거워진 느낌이다. 이 느낌과 생각을 앞으로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8.27 여행의 끝.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다. 캠프 사람들과, 고아원의 아이들과 작별을 고할 때 보름의 시간이 어느덧 지나갔음을 깨달았다. 보름의 시간이 꿈같이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면 난 이 곳의 푸른 하늘과 광활한 초원, 고아원의 아이들, 매일 아침이면 마시던 이 곳의 차의 향까지도 그리워할 것이다. 어쩌면 한 밤의 살을 에는 추위까지도 그리워할지 모른다. 한 여름 밤의 꿈만 같았던 2주의 시간을 나는 결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오래된 사진첩을 뒤척이듯, 시간이 많이 지나도 잊지 못하고 기억을 더듬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생각할 것이다. 사막의 모래 언덕을 닮은 낙타의 등과, 분홍빛 구름과, 광활한 초원, 사막에서의 석양, 캠프의 사람들, 아이들의 순수하고 맑은 얼굴, 이 곳 아이들과 함께 만들었던 추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