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이탈리아 작은 마을, 잊지 못할 여름

작성자 김정은
이탈리아 Leg19 · ENVI 2012. 07 이탈리아 paisco마을

Paisco-Lovenio, Valle Camonica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 워크캠프 후기 >

워크캠프에 다녀온 지 어느덧 2달이 다 되어갑니다. 여러 가지 유익한 활동을 통해 문화교류와 봉사활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 좌충우돌 캠프장 입성
저는 친구와 함께 워크캠프에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친구와 저는 들뜬 마음으로 워크캠프 이전과 이후에 유럽여행을 하고 오겠노라고 다짐했고 세부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먼저 워크캠프 떠나기 이틀 전에 도착하여 이탈리아의 밀라노를 여행하고 그곳에서 기차(트레이탈리아, 유레일패스 소지자 할인)를 타고 워크캠프장으로 갈 것으로 생각을 해두었습니다. 그런데 밀라노 여행을 마친 후부터 저희는 예기치 않은 고난과 수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저희의 최종목적지는 Malonno역이었는데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Brescia를 거쳐야 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외국에 나간 지 며칠 안됐었기 때문에 괜스레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Brescia까지는 별탈 없이 도착했고 이미 예약해두었던 다음열차(Malonno행)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분명 gate1에서 올 거라는 역무원의 말씀을 듣고 gate1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되어도 열차는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열차는 도착시간이 늦어지면 미리 전광판에 표시가 되는데 그런 알림도 없이 열차는 오지 않았고 십여분 후 하나의 열차가 도착했습니다. 저희는 이것이 malonno행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기차를 타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여 일단 열차에 올랐습니다. 사실 타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너무 당황을 했던 터라 잘못된 판단으로 열차에 올라탔고 다행히도 한국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에게 이 기차의 최종목적지를 물어보니 베네치아라고 하였습니다. 그제서야 잘못 탔다는 것을 확신한 친구와 저는 다음 역에서 바로 하차했고 급히 티켓판매소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역무원께서는 malonno로 가기 위해선 다시 Brescia로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황스러웠지만 방법을 알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다시 Brescia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malonno행 표를 끊고 절대 실수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며 기차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기차가 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다른 열차가 도착하고 그 기차에 타고 있던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이 기차 역시 malonno행이 아니었습니다. 다급한 마음으로 저는 두 개의 캐리어를 맡고 친구는 역무원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에 알아보기 위해 황급히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다시 한번 기차를 놓치고 Brescia에 고립되었습니다. 그 때 시각이 저녁 7시가 다 되어갔고 하는 수 없이 역 밖으로 나가 공중전화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외국 공중전화라 쉽게 사용법을 알 수가 없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길거리의 이탈리아 아주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그 분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시는 토종 이탈리아 분이셨고 저희는 그 분과 바디랭귀지로 대화를 나누며 공중전화 거는 법을 배웠습니다. 어렵사리 공중전화를 걸었지만 워크캠프 리더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저희는 점점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탈리아 아주머니께서 매우 친절하게 백방으로 저희를 돕기 위해 애써주셨습니다. 결국 그 날의 기차는 모두 끊겼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서는 아주머니께서 저희를 Brescia역 인근 호텔에 데려다 주셨습니다. 친구와 저는 마땅히 먹을 것이 없어서 배도 고프고 워크캠프장 가는 날에 무사히 도착하지도 못해 매우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방법은 있을 거라는 긍정의 마인드를 가지고 워크캠프리더에게 휴대폰으로 호텔이름과 호수를 적어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얼마 있지 않아 리더에게 호텔방으로 직접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저희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내일 아침 일찍 첫차를 타고 malonno에 8시경까지 도착해 있겠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다시 기차표를 끊기 위해 역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표를 끊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기차가 또 다시 오지 않으면 8시까지 malonno에 도착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전광판에 나타난 1 ovest가 승강장 번호임을 알게 되었고 저희가 아까 기다렸던 열차도 gate1가 아닌 1 ovest에 도착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1 ovest는 1번 게이트 끝자락에 숨어있던 승강장이었습니다. 저희는 그 사실을 알고 역무원을 원망했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저희는 4시에 일어나 씻고 짐을 챙겨 6시 기차를 탔고 8시에 malonno에 도착했습니다.
힘겹게 캐리어를 내리고 고개를 들자마자 어떤 남자분이 인사를 건네며 악수를 청했습니다. 그 분이 바로 Chistian이라는 캠프리더였던 것입니다.
하루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 무사히 캠프리더의 차를 타고 캠프장에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
워크캠프장은 정말 깨끗했습니다. 일단 건물을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게 새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아래는 동네 주민이 운영하고 있는 pub과 작은 슈퍼가 있었습니다. 건물 바로 맞은 편에는 거대한 산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환경이어서 인지 생활에는 아무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다

워크캠프장에 도착하니 다국적 친구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낯을 가려서 어색했지만 그 중 Iker라는 스페인 오빠와 Leire, Marina라는 스페인 동생들이 친구와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저는 워크캠프장에서의 이름이 KIM이라고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함께 하는 생활이니 만큼 두 명씩 짝을 지어 집안일 당번을 정하여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피부색, 국적, 나이, 직업, 문화가 제 각각인 친구들끼리 만나 생활하는 것 자체가 외국에 처음 나가본 제겐 너무나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친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 동네 주민들과의 교류
그 동네에 사는 몇몇 주민들은 우리의 캠프장을 찾아주었습니다. 아직 학생인 친구들, 저와 동갑인 대학생 친구들, 그리고 몇몇 아주머니와 아저씨들, 농장에서 일하는 청년 등 많은 분들이 저희와 함께 생활을 하였습니다. 일을 할 때나 밥을 먹을 때도 늘 함께했고 그래서 더욱 풍성한 워크캠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봉사 활동 테마 : 환경

저는 워크캠프의 테마로 환경을 정했었습니다. 그래서 주로 저는 카스타니아또와 botanical garden, 캠프장 바로 옆 blueberry 농장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카스타니아또에서는 주로 땅에 박혀 있는 커다란 돌들을 뽑거나 가지치기 혹은 잔디를 관리하는 일들을 했습니다. botanical garden에서는 잡초 뽑는 일을 주로 했고 블루베리 농장에서는 블루베리를 수확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루는 산 안으로 들어가 과거 세계 대전 당시 더렵혀 졌던 산을 청소하는 일을 했습니다. 전시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유리병 조각과 가죽신발, 각종 비닐 등이 많았습니다. 일은 주로 아침 아홉 시나 열 시쯤 시작하여 오후 네시 혹은 다섯시까지 하였습니다. 여름이기에 햇볕이 너무나 강렬하여 많이 지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시원한 바람과 울창한 산이 둘러싸여 있는 곳에서 일을 하니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리고 캠프장에서 차로 오 분쯤 떨어져 있는 카스타니아또에 가는 날에는 모닥불을 지펴 바베큐를 해먹는 걸로 점심을 해결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밖에서 하는 작업이다 보니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 특별한 경험, 어드벤쳐 랜드

2주 동안 지내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이한 주말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캠프리더의 제안으로 어드벤쳐 랜드에 놀러 갔습니다. 그곳에는 단체로 놀 수 있는 시설들이 많았습니다. 저희는 일단 비치발리볼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점심식사 후, 본격적인 어드벤쳐를 시작했습니다. 어드벤쳐는 나무기둥과 밧줄로 이미 짜져 있는 공간을 올라가 하나씩 건너는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총 4단계로 되어 있고 단계를 거듭할 수록 점점 높이도 올라가고 난이도도 높아졌습니다. 저는 평소 고소공포증이 있었던 터라, 너무나 두려웠고 못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모두다 도전했기에 저도 순순히 그 활동에 응했고 정말 무서웠지만 친구들과 함께 2단계까지 미션을 수행하였습니다. 저는 제 인생에서 그보다 도전적인 일은 없었다고 할 정도로 힘들고 겁이 많이 났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다 마치고 나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졌습니다. 워크캠프를 통해 문화교류도 하고 주말을 이용해 멋진 경험도 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고, 친구들과의 또 하나의 추억이 쌓인다고 생각하니 더 없이 기뻤습니다. 다녀와서 일주일 간 근육통을 겪어야 했지만 절대 후회 없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주간의 멋진 추억을 만들고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알게 모르게 정이 많이 들어 헤어지는 것이 너무나 아쉽고 슬펐습니다. 처음에는 외국인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쌓을 수 있을 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품었는데 그러한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친해졌던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이별을 해야 했고 우리들은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자주 연락하기로 약속하고 웃으며 서로를 보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2주간 함께 했었던 친구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집안일 당번 짝궁이었던 유머러스 한 스페인 오빠 '이커'
너무나 자상한 세르비아 오빠 '미로예'
쑥스럼 많은 프랑스 청년 '랙덕'
너무나 이쁘고 날씬한 스페인 여동생 '레이레'
조용하지만 재밌는 체코 청년 '마틴'
허스키 보이스 스페인 여동생 '마리나'
나와 가장 잘 맞았던 영국 언니 '크리시'
한국의 귀염둥이 한국의 절친 '수연(Park)'
착하고 준비성 있는 대만의 동갑내기 '쥬이'
매력적인 프랑스 동생 '탄야'
슬로바키아의 브레인 왕언니 '에바'
그리고 나..! :)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다시 다녀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