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이탈리아, 국경 없는 우정의 시작
Quincinetto, Canaves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이번 방학 무턱대고 유럽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잘한 일이라면 바로 워크캠프에 지원한 일이었던 것 같다. 유럽이란 곳에 관광만을 위해 가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많은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는 워크캠프에 신청했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기업에서 주최하는 워크캠프는 같은 한국사람, 같은 문화, 같은 언어로 봉사를 하지만 국제기구 워크캠프는 다른 국가, 다른 문화, 다른 언어의 사람들이 모여 그들의 문화를 나누고 국경을 초월하여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였다. 나이도 갓 대학에 들어간 19살부터 워크캠프 기간 중 생일을 맞으신 85세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었다. 워크캠프 첫 날, 너무나 긴장된 마음으로 말은 잘 통할까, 너무나 다른 사람들인데 내가 그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고민하며 미팅포인트로 향했다. 그러다 기차 안에서 같은 참가자인 아나스타샤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미팅포인트에 도착했다. 미팅포인트에 도착하니 캠프리더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천진난만하고 너무나 밝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주었고 그것이 워크캠프의 첫 시작을 잘 열어준 것 같다.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니 이미 사람들이 조금은 경직된 분위기에 모여 있었다. 먼저 캠프리더가 앞으로의 할 일들을 간략히 소개하고 팀을 나누어 현지에 사는 그 마을 주민들의 집으로 안내해주었다. 그 곳에서 첫 날, 맛있는 저녁과 그들의 잠자리까지 내어주며 우리를 환대해주었다. 시골마을 인심처럼 불편하진 않은지 계속 신경 써주시고 아침까지 준비해주셨다. 그 첫날은 마을에 하나뿐인 주점의 주인 생일이었다. 그래서 모두들 주점에서 모여 생일선물로 주는 공짜 맥주를 마시며 모두 한 마음으로 그를 축하해줬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 마을은 사람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각 집의 경조사를 모두 다 같이 챙겨준다고 했다. 이런 문화는 공동체 문화인 한국에만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인지상정이라는 말처럼 사람은 모두 같은 것 같다. 그리고 차이는 환경이 만드는 것 같다. 그렇게 유럽여행 중 가장 편안했던 밤을 보내고 그 다음 날부터는 본격적인 일을 시작했다.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일은 산 중턱에 있는 성당을 보수하고 마을 주민을 위해 등산로를 만드는 일이었다. 이 일을 하면서 참가자들끼리 아직은 조금 어색하지만 어제 밤 주점에서 나누던 이야기를 화두로 간간히 이야기를 이어가며 같이 일을 하며 서로 도와 일을 진행해 나갔다. 이렇게 웃고 즐기며 대화 속에 일을 하니 일하는 시간이 조금도 고되지 않았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난 후에는 다 같이 계곡에 가서 수영도 하고 등산도 했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거의 매일 밤 스페인 친구가 만들어 준 상그리아를 마시면서 춤추며 노는 파티였다. 하루 일과 중에 이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나 재미있었고 많이 웃는 일정이었다. 이렇게 낮에는 일하면서 놀고, 밤에는 친구들과 파티 하면서 놀고 이러한 생활들의 반복이었다. 전혀 일이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놀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식사시간에는 각 나라의 친구들이 자신들의 나라의 음식들을 만들어 대접하기도 했다. 그리고 밥을 먹고 난 후 쉬는 시간에는 학교에 있던 탁구대에서 탁구를 치기도 하고 각 나라에서 자주하는 카드 게임들도 가르쳐주기도 하고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보냈다. 그리고 워크캠프가 끝나기 전 날은 참가자 친구들과 함께 워크캠프 봉사지 주변도시인 토리노에 가서 관광도 했다. 그리고 몇몇 날은 그 날 주어진 일을 모두 마치고 난 후에는 주민들이 제공해준 암벽등반체험이나 카누잉체험 등도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너무나 행복한 가운데 2주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2주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지만 같이 자고 먹고 행동하기 때문인지 그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성별을 초월한 우정이 있었고, 과정 속에 작은 다툼들도 있었다. 이러한 감정적인 문제들과 나의 감정들을 조율해 가는 것도 참 이 워크캠프의 큰 배움인 것 같다. 우리는 그런 상황 속에서 같이 운동을 하며 친해지고, 같이 요리를 하며 가까워지고, 서로의 일을 분담했다. 그렇게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고 헤어질 시간이 되자 슬퍼서 우는 사람도 있고 사랑하게 되어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만 해서 슬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을 만나면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나의 생각을 넓힐 수 있었고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