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언어는 장벽이 아니다, 열정으로 통하다

작성자 노승태
프랑스 U40 · ENVI/RENO 2012. 08 - 2012. 09 The Parc of la Poudrerie

La Poudreri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교 친구들의 추천이었습니다. 친구 2명 모두 프랑스로 작년에 워크캠프를 다녀왔는데 그 경험이 너무나도 값지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대학생 신분으로서 꼭 이러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지원을 앞두고 언어의 장벽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였습니다. 영어에 영자도 모르는 사람까지는 아니지만 평소 외국인을 보면 기피증이 생기는 강박관념 때문에, 내가 과연 워크캠프를 가서 세계각국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이런 걱정을 않고 있는 찰나, 국제워크캠프와 관련된 블로그에서 어떤 글을 보게 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언어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그게 전부일 순 없다. 열정과 진심이 있으면 통할 것이다…” 이 글귀가 뇌리를 스치면서 없던 용기가 샘솟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워크캠프 지원이 시작되었습니다. 4개월 뒤 출국 전날, 막상 혼자 배낭 하나 짊어지고 낯선 땅으로 가자니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덩치도 크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20대 중반 부산 사나이였는데도 말입니다.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음날 저는 프랑스로 떠났습니다. 현지에 익숙해지고 교통 정보를 얻고자 워크캠프 미팅날짜보다 이틀 전에 먼저 도착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괜찮은 결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가보는 곳은 낯설고 불안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 어느새 익숙해지는 것이 사람이니까요. 8월 17일 워크캠프 미팅장소에 도착하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미팅포인트로 갔습니다. 미팅포인트에 꽤나 일찍 도착하여 저와 비슷한 차림의 캠퍼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하나 둘씩 미팅포인트로 모여들었고 캠프 리더가 우리를 이끌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저를 포함해 한국인 2명, 러시아인 2명, 터키인 2명, 일본인1명으로 구성된 우리 팀은 첫만남의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그날 저녁 맛있는 음식과 함께 와인을 곁들이며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우리 캠프는 8명의 팀원들과 캠프리더의 친구이자 자원봉사자인 프랑스 친구들 3명, 네덜란드인 1명으로 총합 12명이 캠프를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모두 좋은 첫인상을 가지고 있었고 위트가 넘쳤습니다. 그렇게 좋은 첫만남을 시작으로 우리의 워크캠프는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우려했던 영어에 대한 불안감은 친구들의 배려와 이해심, 그리고 저의 열정으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총 2주간 우리의 임무는 파리 근교의 la Poudrerie 공원 안에 위치한 ‘멀룬’의 보호입니다. 이 ‘멀룬’은 예전 세계대전 때 적의 포탄으로부터 사람들과 군사시설을 보호하던 방호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흙으로 쌓여진 언덕 높이의 멀룬 주위로 울타리를 쳐 일반사람들로 하여금 보호하는 것이 저희의 구체적인 임무였습니다. 우리는 주중이면 매일 아침 9시에 미니버스를 타고 우리의 작업지로 가 울타리 설치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팀워크가 좋아 일 처리능력이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향상되었습니다. 주말에는 대도시 파리로 문화탐방을 가거나 가까이 위치한 호수에서 물놀이를 하며 여유로운 시간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캠프생활 중 좋았던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사는 세상답게 팀원들간 갈등과 불화도 있었고 캠프리더와 참여자간의 의사소통 문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고 그 덕분에 더욱더 애틋하고 각별한 사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워크캠프를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세가지를 말씀드릴 것입니다.
첫 번째는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만나 소통함으로써 그들의 문화와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자연스럽게 문화의 상대성에 관한 다소 깊은 고찰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글로벌마인드를 확립하기 위해선 상대 문화에 대한 이해심이 그 초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에 비롯하여 이번 워크캠프를 통한 다양한 문화와 그 상대성에 대한 고찰은 저에게 있어 깊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두 번째는 영어에 대한 불타오르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영어는 오래 전부터 공교육이나 사교육을 통해 접해왔고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지만, 영어를 왜 공부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막연한 목표의식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세계각국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영어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의사소통을 할 때 한국어로는 90~100퍼센트 전달 할 수 있는 내용을 영어로는 20~30퍼센트 정도밖에 전달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나라에 대한 애국심을 느꼈습니다. 한국을 벗어나면 다 애국자가 된다는 어떤이의 말처럼, 우리나라에 대한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외국을 나감으로써 한국의 브랜드이미지나 국력이 얼마나 상대적으로 약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코리아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는 외국인이 대다수이며 들어는 봤더라도 코리아의 문화에 대한 관심을 표하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반면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 외국인들의 관심도는 상당히 높았습니다. 경제적으로는 급격한 성장을 통해 아시아의 4대 용으로 불린 한국이 정작 외국에서 외면당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한국 국력 신장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어렴풋이 해볼 수 있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저는 이번 워크캠프를 통해 제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고, 다양한 세계각국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우물 안 개구리였던 제 자신을 우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게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많은 것들을 느끼고 경험하여 제 가치관에도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참가해보고 싶은 것이 바로 국제워크캠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