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인도에서 혼자, 용기를 얻다

작성자 유지현
인도 FSL WC 489 · SOCI/KIDS 2011. 04 인도 방갈로르

Bangalor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부모님 없이 외국에 혼자 나가보기는 처음이었고, 한달 동안이나 외국에 나가있는 것도, 그 기간 동안 나 혼자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 모두 혼자 외국에 나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말렸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용기가 있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때는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 달을 조르고 졸라서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12kg짜리 배낭을 메고 정말 혼자 떠났다. 다행히 인도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같이 워크캠프에 참가하게 된 한국인 오빠와 연락을 했었다. 인도에 처음 발을 디디고 설레이는 마음 반, 무서움 반으로 공항 안 벤치에 앉아 날이 밝기 만을 기다렸었다. 날이 밝고 처음 공항 밖으로 나왔을 때는 혼란(?) 그 자체였다. 택시기사들이 너도 나도 나를 택시에 태우기 위해 달려들었었기 때문이다. 모두 물리치고 버스 정류장을 찾아 빠르게 걸어갔다. 길을 묻고 버스를 타고 처음 보는 낯선 풍경 인도는 상상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텔레비전 속에서, 책 속에서 유럽이나 미국의 도시들은 많이 보아 익숙하지만 인도는 본적 없는 정말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묻고 또 물어 버스에서 내렸는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내가 한국인 오빠를 만나기로 한 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길을 가던 갓 결혼한 것 처럼 보이는 부부에게 길을 물으니 같은 방향이라며 릭샤를 잡아 나를 태워주었다. 낯선 도시에서 낯선 이의 친절에 너무 감동해버렸고, 사용법도 알려주지 않은 채 한국에서 가져간 젓가락 두 벌을 선물했다. 한국인 오빠를 만나 같이 KFC에서 아침을 먹고 공원을 좀 산책하다가 워크캠프 집결지인 버스터미널을 찾아 갔다. 버스 터미널에 가니 여러 외국인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참 신기했다. 처음 와보는 이 곳에 처음 보는 사람들이 이렇게 다 모이다니! 서로 간단히 이야기를 하고 가지고 있던 과자를 나누어 먹으며 다 친구들이 다 모이기만을 기다렸고, 다 모인 후에는 숙소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첫 날 각자 자기 소개를 하고 룸메이트를 배정 받았다. 나와 같은 방에는 독일인 친구 둘이 있었다. 나보다 한 살 많은 엠마와 나보다 한 살이 어린 줄리였다. 그 둘은 같은 대학을 다니는 친구였다. 하지만 독일어를 못하는 나를 배려해 둘이 독일어로 이야기하다가도 계속 영어로 방금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알려주었다. 그 다음날 우리는 릭샤를 나눠 타고 우리가 봉사활동을 하게 될 학교를 찾아갔다. 시장 앞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면 우리가 봉사활동을 할 학교가 나왔다. 내 방보다 조금 큰, 가운데는 벽으로 나누어진 조금한 학교 였다. 책상과 의자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반도 나눠져 있지 않았다. 한살부터 열다섯살까지 부모님이 일을 하러 나가면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 공부하는 학교 였다. 첫 날 학교를 다녀온 후 우리는 팀원을 두 팀으로 나눴다. 한 조는 영어를 가르치는 조, 한 조는 수학을 가르치는 조였다. 아이들도 나이가 어린 조, 나이가 좀 더 많은 조로 나눠 한 팀씩 나누어 맡았다. 그러나 너무 연령대가 다양하고 우리가 인도어를 할 줄을 몰라 말이 통하지 않는 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틀 정도 아이들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다가 그 후엔 다같이 율동을 하면서 부를 수 있는 쉬운 영어 노래를 가르쳤다. 그리고 모두가 할 수 있는 공놀이나 레크레이션에서 많이 볼 수 있는 in or out 같은 게임을 같이 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전에는 이렇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학교 내벽과 외벽이 벽화를 그렸다. 학교 내벽에는 동서남북, 1,2,3,4,(one, two, three, four …), 국기와 국가이름, 동물 등을 그려 넣었다. 외벽은 깨끗하게 사포질을 한 뒤 페인트 칠을 하는 작업을 하였다. 페인트 냄새와 먼지에 힘들 때도 많았지만 가끔 우릴 도와주겠다며 고사리 손으로 더 열심히 일하는 아이들을 보면 쉴 틈이 없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씻고 저녁을 먹을 후에는 다 같이 숙소 위 옥상에 올라 카펫을 펴놓고 맥주나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어떤 일이 힘들었는지, 어떤 일이 보람찼는지, 또 주의 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물론 각자 나라의 문화를 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밤 하늘의 별을 보며 전 세계에서 온 친구들이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매우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돌아가면서 각자 자신의 나라를 소개하는 시간에 사람들은 간단한 인사말을 배워 서로에게 그 언어로 인사를 했고, 한국을 소개하는 시간에는 짜파게티와 부침개를 만들어 먹기도 하였다. 주말에 친구들과 함피라는 곳으로 떠난 여행도 기억에 남는다. 금요일 밤기차를 타고 함피라는 곳에 가서 일요일 밤 버스를 타고 방갈로르에 다시 도착했었다. 워크캠프가 끝난 두번째 주말에도 다같이 난디힐이라는 곳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었다. 혼자 여행을 했으면 모르고 가지 못했을 정말 아름다운 두 도시를 친구들과 함께 여행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2주간의 워크캠프를 끝내는 날 우리는 마지막으로 저녁을 다같이 먹고 각자의 일기장이나 공책에 롤링페이퍼를 써주었다. 워크캠프가 끝나는 금요일에 두 명, 그 다음날 토요일에 두 명, 마지막에 모두 헤어지는 날.. 한 명 한 명씩 떠나 보낼 때마다 다같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우리는 최고의 팀이었고 많은 정이 들어있었다. 워크캠프를 끝내고는 같이 여행할 좋은 친구 둘도 얻었다. 룸메이트였던 엠마와 줄리와는 우연히 여행경로가 맞아 델리에서 아그라까지 같이 여행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독일에서 이 두 친구를 다시 만나 친구들이 다니는 학교 기숙사에서 하룻밤을 묵기도 하였다. 워크캠프는 내게 너무 좋은 경험과 좋은 친구들을 남겨주었다. 이번 겨울에도 워크캠프를 다시 한 번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