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10일간의 따뜻한 울음

작성자 이소영
아이슬란드 SEEDS 002 · FEST/ART 2013. 01 아이슬란드

January Photo Marathon in Reykjavík (2:2)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외국에 한 번도 나가본 경험이 없었고 고로 나는 외국인 친구도 없었다. 친구들의 외국인 친구들을 보며 항상 다른 나라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온 이들이 정말로 끈끈한 정을 나누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었었다.
그리고 우연히 대학내일이라는 잡지에서 워크캠프를 처음 접했다. 고작 2주 만에 다른 워크캠프 친구들과 정이 들어 헤어지는 내내 펑펑 울었다는 어떤 이의 후기를 나는 완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한 편으로는 워크캠프가 뭐길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한 번 경험해보고 싶었다.
우리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나라에서보다 우리와 공통점 하나 없을 것 같은 나라에서의 워크캠프를 원했다. 그러나 무지막지하게 비싼 항공료 덕분에 번번히 미뤘고, 아일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을 때. 그 때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비로소 가장 낯선 나라, 아이슬란드로의 워크캠프가 시작되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내가 참여한 워크캠프는 포토마라톤이었다. 우리는 아이슬란드의 사람들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는 특징을 골라 사진을 찍기로 했다. 나는 아이슬란딕한 스웨터를 입은 사람을, 다른 친구는 딱 보면 아이슬란드 사람이구나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아이슬란딕한 수염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찍기로 결정했다. 함께 길을 가며 친구들의 주제와 딱 맞는 사람을 발견하면 우리끼리 눈빛을 주고 받으며 웃었다. 친구들과 헤어진 이후에도 한참이나 거리의 멋진 수염을 가진 사람이나 특별한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이면 친구들이 떠올랐고 그리웠다.
우리의 주제는 아주 흥미로웠으나 문제는 내 용기였다. 길거리에서 누군가 당신의 사진을 찍기 원한다면? 흔쾌히 허락할까 아님 거절할까? 아마 나는 최대한 정중히 거절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아이슬란드 사람들을 사진 찍는 게 어려울 줄 알았다. 그러나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대부분 즐거워하며 포즈를 취했다. 사진 외에도 우리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포토마라톤이라는 워크캠프의 특성상 이런 주제가 아니었더라면 아이슬란드 사람들과 따로 얘기할 기회는 없었을 텐데 사진도 찍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어 사진을 찍을수록 즐거웠다.
독일에서 온 폴리나, 프랑스에서 온 루씨, 이스라엘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온 한국인 예원, 러시아에서 온 엘레나, 그리고 나. 워크캠퍼는 다섯 명이었고, 리더인 리투아니아인 유스티나, 이탈리아인 라라 두 명으로 총 일곱 명이 함께였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원생, 봉사활동 혹은 일을 하다 온 친구까지. 워크캠프 이전에 하던 일은 모두 전혀 다른 친구들이 모여 함께 생활하는 우리의 일상은 단순했다. 아침을 먹고 캠프 리더 라라에게 포토 레슨을 받았고 이후에는 사진전을 위한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그 중 무엇보다도 우리가 함께 나온 사진을 보며 즐거워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함께 식사 준비를 하고 차를 마시고, 때때로 다른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하기도 하고,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고, 펍에서 춤을 추며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우리는 그렇게 온종일 함께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우리의 워크캠프는 채 2주도 되지 않았다. 첫 날 저녁에 만나 마지막 날 오전에 헤어졌으니 함께 한 날만 따지면 열흘 정도일 것이다. 물리적인 시간으로도 짧고 다른 워크캠프에 비해서도 짧았다. 그러나 마지막 날, 드디어 나는 워크캠프 하기 전 의심했던 걸 완전히 이해하고 인정할 수가 있었다. 열흘 남짓한 시간에 어쩜 이렇게 정이 들었는지 헤어지는 내내 울음바다였다. 마지막 포옹을 하고 서로에게 글을 남겼을 때 분명 슬퍼서 눈물이 났으나 마음은 따뜻했다.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워크캠프 이후 프랑스에 갈 예정이었던 나는 루씨 가족의 초대를 받았다. 파리에 있는 3박 4일 내내 루씨와 루씨 가족과 함께 했다. 가족들과 말은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가족들이 언제나 항상 내게 사랑을 주고 있다는 게 마음으로 느껴졌다. 프랑스 요리와 불고기를 먹으며 함께 했던 시간들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테면 “자신의 나라 속담 중 가장 이상한 것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별한 것은?” 등등. 분명 어렵지 않은 질문인데 평소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곤란할 때가 많았다. 내가 다른 나라가 궁금한 만큼, 친구들도 우리나라에 대해 궁금해했는데 항상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다음 번에 또 워크캠프를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반드시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이야기해줄 것을 준비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