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페루, 아이들과 함께 웃었던 3주

작성자 엄진범
페루 PS14 · RENO/SOCI 2013. 01 - 2013. 02 PIURA, PERU

Making a Better School VI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 참가 계획을 세울 때 나는 네덜란드에서 인턴 중이였다. 워크캠프에 관해서 하나 둘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내게 주어진 조건은 멕시코의 바다거북이 알 보존, 페루의 좋은 학교 만들기 둘로 좁혀졌었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던 나는 페루에서의 워크 캠프를 택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3주간의 워크캠프 일정 전후로 여유 있게 시간을 둔 뒤 워크 캠프 전에는 남미 대륙의 문화나 관습에 대해 실제로 접해보고, 그 후에는 여행을 다니는 일정으로 계획을 세웠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콜롬비아 에콰도르를 거쳐 에콰도르 키토에서 과야킬을 거쳐 피우라까지 약 20시간에 걸쳐 도착한 피우라의 첫 느낌은 덥고 찝찝함, 흔히 우리가 TV에서보는 남미의 모습 그대로였다. 장기간의 이동으로 지친 나는 먼저, 숙박 장소로 가서 하루를 쉬기로 했다. 워크캠프에 참가하기 전 마지막 숙소라 내부의 수영장과 레스토랑이 함께 있는 꽤 괜찮은 호텔에서 묵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난 Real 피우라의 모습을 몰랐었다. 다음날, 호텔 체크 아웃 후, 약속장소로 출발했다. 예상과는 달리 인포 짓에 적혀있는 미팅 포인트를 현지 택시기사들도 잘 몰라서 한참 헤맸다. 물어 물어간 곳에 우리들의 리더 Tania가 날 맞이해 주었다. 어색한 첫 만남에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Tania의 앞으로의 진행 방법, 우리가 해야 할 일들 등 이런저런 설명과 함게 피우라에서의 워크캠프가 시작되었다. 숙소에 물이 안 나오는 생각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서의 생활로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오히려 한 번 더 각오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참가자들은 총 6명으로 한국인 4명 일본인 1명 멕시코인 1명으로 구성되었는데 리더인 Tania의 영어 실력이 그리 출중하지 못해, 멕시코 친구인 Montserrat이 통역(스페인어 영어)을 해주는 요상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인지 처음의 어색함을 보다 빨리 해소 할 수 있었다. 우리의 하루 일정은 이러했다. 기상 후 식사, 9시부터 12시까지 봉사활동, 점심식사 및 휴식 후 3시부터 5시까지 Activity로 주로 봉사활동 시간에는 학교의 책걸상 및 페인트 작업을 했고 Activity 시간에는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태권도, 축구, 종이접기 등 여러 가지 학습 외 활동을 했다. 물론 그리 고된 일정은 아니었지만 35도를 웃도는 뙤약볕 아래서 진행하기엔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더군다나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샤워도 못 하는 상태. 캠프 시작 후 처음 약 5일 여간은 샤워도 못해 물티슈로 간단한 세면만 할 수 있었다. 그 외 취사나 식기 세척의 경우 인근 주민의 도움으로 물을 받아와 겨우겨우 할 수 있는 정도였다. 이 생활이 후에 좋은 인연과의 만남에 돌다리 역할이 되었다. 페루는 빈부격차가 극심한 나라 중 하나로, 같은 도시 내 가난한 지역은 물이 부족할 때면 수도를 끊어버리는 일이 빈번하다고 했다. 캠프 전날 묵었던 호텔에는 수영장이 있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하루는 더위에 지쳐 도시 중심가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화장실을 사용했는데, 우연히 ‘어? 이정도면 샤워 할 만하겠는데?’ 라는 생각으로 다음 날 일과가 끝난 후에 우리 모두 샤워 용품을 들고 스타벅스에 앉아있는 한국에서는 생각지도 못 하는 일. 카페에서 샤워하기를 수차례 반복 하던 중 Cesar를 만나게 되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Cesar는 피우라 근처 작은 도시 출신으로 페루를 사랑하고 사람과의 만남을 중요시하며 매사에 긍정적인 본받을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 피우라를 도와주러 온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며 봉사활동 외 시간에 여러 곳을 관광시켜주고 많은 사람들을 소개해 주었다. 그는 도시 어디를 가나 친구가 있고 친구를 사귐에 있어서 기준을 두지 않고 사람 자체를 보고 만나는 것이 인상 적이었다. 그 덕에 우리는 봉사활동 외 시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페루 현지인들의 전통 춤 축제에 VIP자격으로 초청되기도, 락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강남스타일 공연을 하기도, 현지인 친구 집에 초대되어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등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물론, 봉사활동 자체도 고된 생활이었지만 보람차고 즐겁게 했는데, 이는 아이들의 장난기 가득한 웃음과 적극적이고 열린 태도 덕분이 아닌가 싶다. 휴식시간에 찾아와 스페인어가 안 되는 우리와 어떻게든 대화를 시도하는 행동이나 괜히 옆에 와서 안아 달라는 몸짓들은 하나하나가 내게 소중한 기억의 한 조각이다. 하루하루 지나가면서 우리는 ‘지금 우리가 하는 봉사활동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고 보다 지속적으로 학교를 그리고 애들을 지원해 줄 방법을 찾던 중 Cesar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Cesar는 언론, 광고 쪽에 종사하고 있어 다른 방법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결과는 지역 내 영향력 있는 신문사에서 학교를 방문 우리를 취재하였고 캠프가 끝나갈 무렵에 우리들의 활동이 등재되고 각 학급에 책걸상 및 블랙보드가 지원되었다. 그리고 가능한 한 지속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했다. 진심을 담은 말 한 마디가 미약하지만 세상이 변하는데 보탬이 된다는 것을 한 번 더 느끼게 해준 순간이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끝으로, 봉사기간동안 가장 정이 가는 애들이 있었는데, 나와 같은 삼남매로 웃는 모습이 정말 예쁜 애들이었다. 우리가 생활했던 숙소와 집도 가까워 활동 외 시간에도 자주 찾아와 얘기를 하고 공놀이를 하곤 했는데, 삼남매는 항상 Activity 시간 전에 샤워를 하고 왔었다. 처음에는 ‘날이 덥고 집에 물이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나?’라고 생각 했는데 리더인 Tania에게 들은 바로는 우리 이전에 캠프에 참가한 한국인 여자 봉사자가 캠프 기간 중 애들한테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접촉하기를 피한 일이 있었다고 했다. 워크캠프 뿐만 아니라 어떤 봉사에도 참가할 자격이 없는 사람인 듯하다. 그 일을 있은 후, 한동안 Activity 에 참가하지 않고 학교에 오지도 않았다고 한다. 한국인으로서 너무 창피했다. 귀국 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내게 워크캠프에 대해서 자주 묻는다. 누구든 오픈마인드로 사람들을 대하고 사람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면 보다 다양하고 보람찬 경험을 하고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게 잊을 수 없는 기억과 좋은 인연을 만들어 준 워크캠프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