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 꿈과 현실 사이 여름날의 추억

작성자 이미선
프랑스 CONC 196 · RENO 2012. 08 Saint Marcellin en Forez

SAINT-MARCELLIN-EN-FOREZ 2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어떤 사람의 워크캠프 참가후기. 세상에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다 있었다니.. 너무 설레고 벅찼다. 그 날부터 당장 워크캠프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전공이 프랑스어라서 입학할 때부터 프랑스에 가보는 것이 하나의 로망이자 소원이었다. 하지만 그리 넉넉치 못한 형편 때문에 쉽게 갈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리고 평소에도 늘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싶었던 나는 단순한 여행보다 세계각국의 사람들과 한 팀이 되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워크캠프에 더욱더 매력을 느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여름방학 중에 워크캠프에 참가하기로 결정을 하고 나서 3월부터 꾸준히 준비를 시작했다. 처음으로 해외로 나가보는 것인데다가 워크캠프에 대한 높은 기대감 때문에 여권을 발급받았을 때부터 워크캠프 참가합격, 항공권 결제까지 준비하는 내내 설렘으로 가득했다. 재미없는 학교생활도 워크캠프만을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었다. 점점 출국날짜가 다가오니 설렘으로 가득했던 마음에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동행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혼자서 미팅포인트까지 잘 찾아갈 수 있을지 무척 걱정이 되었다. 국제워크캠프 기구에 문의를 해서 내가 참가하는 프로그램에 한국인이 나 혼자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약간의 두려움도 느꼈다. 짐을 제대로 챙겼는지 몇 번이나 확인을 했다. 국제선 비행기를 타는 것이 처음이라 공항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험이 있는 친구들에게 몇 번이나 묻곤 했다. 비행기나 제대로 탈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역시 사람은 눈앞에 닥치면 어떻게든 해결하게 된다는 말을 실감했다. 프랑스에는 무사히 도착을 했지만 비행기가 늦은 밤에 도착한 덕분에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한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다음날 아침 일찍 전철을 타고 파리 중심으로 들어가 기차를 타고 프랑스 남부지방으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또 기차를 탄 후에 마지막으로 버스로 갈아타고 나서야 미팅포인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나 싶을 정도로 험난한 여정이었다. 표를 어떻게 끊어야 하는지 몰라서 쩔쩔매고, 기차가 출발하기 겨우 1, 2분전에 아슬아슬하게 타기도 했다. 미팅포인트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내내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미팅포인트에는 왠지 같은 팀원인 것 같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다같이 그곳에서 차를 타고 더 깊숙한 작은 마을로 이동했다. 우리가 3주간 묵게 될 곳은 마을회관으로 쓰이는 3층짜리 건물이었다. 각자 방을 정한 뒤 짐을 풀고 다시 모여 자기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만남은 늘 그렇듯 어색한 공기가 맴돌았다. 우려한대로 우리팀원 14명 중에서 한국인은 나뿐인데다가 심지어 아시아인도 나 혼자 뿐이었다. 첫 째 날 밤은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첫 째 날이 지나고 다음 날부터는 본격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했다. 우리가 할 일은 마을에 세탁시설을 짓는 일이었다. 우리 팀이 오기 바로 전에 다른 워크캠프팀이 와서 시멘트로 기초토대는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우리는 그 위에 목재를 이용해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어 세탁시설을 완성해야 했고 하루에 6시간을 일해야 했다. 우리끼리 아침식사 시간, 일하는 시간, 점심시간을 정했다. 7시에 아침을 먹고, 8시부터 2시까지 일을 하고 돌아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2명씩 식사당번을 정해서 하루 동안의 식사와 청소를 하는 대신 당번은 일을 하러 가지 않기로 규칙을 정했다. 우리가 일하게 될 장소에 여러 가지 장비들을 가지고 갔다. 설명을 듣고, 우린 그때부터 나무를 붙잡고 파내고 톱질하고 구멍을 뚫는 등 갖가지 목공 일을 했다. 처음에는 한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일이라 재미있게 할 수 있었는데 매일 하려니 조금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날이 갈수록 세탁시설이 구색을 갖춰가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먹는 점심은 늘 맛있었다. 내가 식사당번이었던 날에는 한국에서 챙겨간 불고기 양념소스를 이용해서 불고기를 만들어주었다. 다들 맵지만 너무너무 맛있다고 남김없이 깨끗이 먹어주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사실 내가 요리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더 맛있게 해주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또 한번은 호떡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된 것을 가져가서 그걸로 호떡을 만들어 주었는데, 아주 인기가 좋았다. 얼마나 뿌듯하던지! 그렇게 평일에는 열심히 일하고, 쉬고 주말에는 근처 큰 도시나 작은 도시를 방문했다.
프랑스에는 고성들이 많았다. 몇 백년도 더 된 성벽에서 프랑스의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곳에 대해 안내해주시는 현지인이 있었는데 캠프리더가 우리에게 영어로 통역해 주어서 더 잘 감상할 수 있었다.
일을 마치고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자기도 했고, 내가 가져간 공기를 가지고 공기놀이를 하기도 했고, 가라오케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친구들끼리 너무너무 친해져서 말 한마디에도 까르르 하고 웃을 수 있었다. 삼 주가 어찌나 빠르게 지나가던지.. 마지막 날 헤어지는 역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헤어짐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내가 눈물을 보이자 다른 여자아이들도 울기 시작했다. 서로 왜 우냐며 너 때문이라고 웃으면서 말했지만. 다들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언젠가 다시 꼭 만나자는 약속을 한 채 우리는 작별인사를 했다.
그 때를 생각하니 아직도 꿈처럼 느껴진다.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생겨 너무나 기쁘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한번은 주말을 이용해 1박2일로 캠핑을 갔다. 마을의 몇몇 젊은 친구들과 같이 차로 약 한 두시간 가량 떨어져있는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를 구경하고, 근처에 있는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숙박을 했다. 하필 우리가 도착 할 때쯤 비가 오는 바람에 축제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더군다나 나는 그렇게 추울거란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해서 옷을 얇게 입고 가는 바람에 내내 추위에 떨었다. 밤새도록 굵은 빗줄기가 텐트를 때렸다. 따뜻하게만 입었더라면 낭만을 느끼며 잠들 수 있었을 텐데, 너무너무 추워서 오돌오돌 떨면서 밤을 지샜다.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들 수가 없었다. 뜬눈으로 밤을 새면서 도대체 날이 밝긴 밝나 언제 해가 뜨려나 얼른 아침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 당시에는 그 날을 워크캠프 중 최악의 밤으로 꼽았다. 하지만 지금 그 때를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결국 아침이 밝았고, 비가 그친 뒤 하늘은 아주 맑았다. 바로 옆에 큰 호수가 있었는데, 하나 둘씩 뛰어들어가 수영을 했다. 나는 수영을 못했기 때문에 물에 발을 담그며 구경만했다. 햇살에 비쳐 눈부시게 반짝이는 호숫물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또 한 번 절대 잊지 못할 순간이 있었다. 평일에 일을 끝내고 오후 늦게 근처 숲으로 캠프파이어를 하러 갔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감자랑 고구마도 구워먹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숲 속이라 그런지 꽤 빨리 어두워졌다. 그리고 하늘엔 별이 정말 많았다. 친구들이랑 나란히 누워 별을 구경했다. 쏟아질 듯이 많은 별들이 하늘에 떠있었다. 너무 낭만적이라며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그 때 별똥별이 휙 지나갔다. 생전 처음으로 본 별똥별이었다. 너무 신기해서 제대로 소원을 빌 겨를도 없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우리가 지내는 마을이 작고 깊숙한 곳에 있어서 주변으로 나갔다가 들어올 때는 들어가는 버스도 많이 없고 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금방 끊긴다. 그래서 우리는 히치하이킹도 많이 했다. 처음에 할 때는 어색했는데 몇 번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생각보다 친절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