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차가운 아이슬란드, 뜨거웠던 우정

작성자 전혜린
아이슬란드 WF23 · ART/CULT 2012. 11 레이캬비크

Visual art in Reykjavik and the south of Iceland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저는 대학생이고, 워크캠프에 참가할 생각을 갖기 전 여느 대학생처럼 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 스트레스 쌓이는 하루하루, 불안함, 불확실한 목표 등 때문에, 저는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휴학을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계획없이 한 휴학은 약 두달 간 허송세월만 보내는 결과를 안겨주었습니다. 그저 뭉뚱그려서 영어공부를 하겠다 하는 계획만 대충 세워놓고 , 자극없는 날들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중, 우연히 김성용 님의 '어학연수 때려치우고 세계를 품다' 라는 책을 읽고 국제워크캠프에 알게 되었고, 아,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은 물론 세계의 젊은이들과 생각을 나누고,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디자인을 전공하기 때문에 art의 분야에 지원하고 싶었고, 다행히 그 때 그 주제로 나와있는 워크캠프가 있었고 주저없이 그 워크캠프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빅에서의 2주가 시작되었고, 우리가 생활하는 집은 노란집! 'YELLOW HOUSE' 였다.
한 방에 2층침대 여러개가 있고, 그 곳에서 다같이 잠을 자고 생활했다. 옆 방은 소파와 테이블이 있었고, 그 방은 후에 우리의 게임장소로 정해졌다. 그리고 옐로우 하우스에서 3분거리에 있는 본부인 'WHITE HOUSE' 에서는 함께 요리를 해서 식사를 하고, 다같이 자료를 찾아서 보고, 계획을 짜거나 회의를 했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물! 수돗물이 굉장히 맑고 깨끗하기 때문에 굳이 생수를 사먹지 않고 수돗물을 바로 받아서 마시고, 또 워크캠프 참가자는 수영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린 좁은 샤워실을 이용하기 보다, 매일 아침, 수영장에 가서 샤워도 하고 수영도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내가 참여한 워크캠프 프로그램은 자유시간이 많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레이캬빅에서 하는 단편 영화제에도 놀러가고, 또 3박 4일간, 우리가 지냈던 수도 레이캬빅 뿐만 아니라 그보다 남쪽에 내려가 진정한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고 오기도 했다. 빙하가 넓게 펼쳐져 있는 내가 사진으로 봤던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을 볼 수 있었고, 밤에 오로라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남쪽은 수도 레이캬빅보다 크고 예쁜 오로라를 잘 볼 수가 있었는데, 우린 오로라를 보고 또 봤지만 볼 때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댔다.

내가 참가한 워크캠프의 주제는 art/culture 였다. 최종 프로젝트는 다같이 모여 아이디어를 짜고, 그 중 괜찮은 아이디어를 투표로 결정해서 4개의 프로젝트가 나왔다. 4~5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한 프로젝트를 완성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난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인식' 이라는 프로젝트를 선택했다. 같은 프로젝트를 하는 팀원은 제니, 빈센트, 크리스텔이었다. 우린 시내로 나가 인터뷰를 승낙해줄 사람을 찾아봤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하는 빈티지마켓에도 가서 인터뷰를 부탁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인터뷰 영상을 녹화했다. 질문 또한 우리가 직접 정했다. '저는 어느나라에서 왔을까요?'라는 첫 질문을 하고 맞추기만을 바랬지만 'japan?','china?'라는 대답이 더 많이 나왔었다. 옆에 있던 제니가 'gangnam style~~'이라며 힌트를 주니까 그제서야 맞추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 대해 아는 사실이 있는지, 그리고 한국음식이나, 아는 한국인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역시 대부분은 처음부터 북한과 남한의 관계에 대해 말했고, 그것이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더 씁쓸했던 것은 내가 북한과 남한의 관계에 대해 더 자세하고 정확히 설명하고 싶었지만 영어로 준비해가지 않아서 말을 못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떤 젊은 친구는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르는 아이도 있었다. 그렇게 약 10명의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했고, EVS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람 중 비디오 편집 프로그램이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서 영상을 편집했다. 그렇게 나온 우리의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쳤고, 내 생각엔 4개의 프로젝트 중 가장 의미있고, 재밌는 프로젝트였던 것 같다. 물론 우리의 프로젝트만 한 게 아니라, 다른 팀의 프로젝트를 도와 배우역할을 자처해주기도 했고, 추운 아이슬란드에서 따뜻한 2주를 지내고 왔다.

아이슬란드에서 2주 간 함께 했던 사람들은 먼저 한국에서 온 졸업한 언니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한국인 오빠, 그리고 혼자서 여행한 지 1년반이 되어가는 한국인 오빠 그리고 케나다에서 온 털털하고 믿음직한 제니, 항상 밝고 긍정적인 이탈리아에서 온 알렉산드리아, 프랑스에서 온 크리스텔 과 빈센트,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마음씨가 따뜻했던 핀란드에서 온 마이꾸, 한국에 와본 경험이 있었던 슬로바키아에서 온 마틴, 그리고 워크캠프의 대장님 스페인에서 온 욘, 그리고 실장님같은 율라라는 독일인 언니, 그리고 우리와 다른 EVS 라는 프로그램이지만 같은 본부에서 함께 밥도 먹고 2주간 지냈던 독일인 베니는 언제나 해피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녔었다. 그리고 나와 동갑이고 영어를 못해도 넉살이 좋아서 인기가 많았던 프랑스인 시몬, 그리고 워크캠프가 끝나고 내가 여행을 시작한다는 걸 알고는 내가 가는 나라에 있는 자기 친구들을 전부 소개시켜주었던 따뜻한 에리카.. 등이 있었다.
그 중 체코에서 온 에리카는 진심으로 날 걱정해 주고 에리카는 EVS프로그램을 하는 사람이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진정으로 마음을 나눈 언니였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일단 나는 그 흔한 원어민 회화 수업도 받지 않았고, 유럽에서 젊은이들과 대화를 하고 게임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한다는 자체가 나에게는 처음이라 색다른 경험을 했다는 자체에 의의를 두고 싶다. 영어때문에 막힐 줄 알았던 대화도, 문법에 맞는 영어로 대화를 하는게 아니여도 서로 눈치 코치로 알아듣고 의사소통을 했고,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느낀점은 무엇보다 세계 어딜 가나, 내가 먼저 다가가야 남도 나에게 다가온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처음엔 어색하던 아이들과도 먼저 다가가니까 무리없이 친해져서 잘 어울리게 되었다. 참가 후에 나에게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의 아이들에게 그 나라의 사회적인 특성이나, 그 나라 국민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개념들을 놓고 이야기 하다보니 나나 우리나라 사람들 뿐만 아니라 세계의 사람들을 전부 만난 느낌이었다. 물론 여기서 만난 친구들만으로 그 나라 국민의 개념을 정의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많이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도전하기에 나이에 제한이 많은 우리나라에 비해 그곳에서 만난 친구중엔 사회생활을 하다가 일을 그만두고 참여한 친구도 있어서 그녀를 보고 난 많은 생각을 했는데, 자신이 어떤 일을 하며 흥미가 없고, 그것이 자신 스스로를 망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나이가 많던, 적던 그 일을 과감히 포기 하는 그 친구의 생각을 듣고 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나라면,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 그리고 다시 직업을 구하는 게 힘들 것 같다고 지레 겁먹은 나머지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 두기가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흡연에 대한 생각이나 양성평등에 대한 생각도 좀 더 열린 사고를 갖게 되었다. 또 부모님이 주신 돈으로 온거라 돈에 대한 개념도 나에겐 많이 부족했었는데 그런 점에서도 한 층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만난 독일인 베니의 신발엔 검정색 전기테이프가 감겨있었는데, 내가 '신발 멋지다!'라고 하자 그는 신발에 구멍이 나서 몇번 꼬매 신었는데, 구멍이 계속 다시 터져서 아예 테이프를 감아버렸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거지가 아니면 그렇게 하지 않을 텐데, 테이프를 감은 신발을 내려다보며 당당하게 말하는 그가 정말 멋져보였다. 한국에서 흥청망청 돈을 쓰고 있는 신발을 또 사왔던 나의 모습을 스스로 반성했다.그 말고도 다른 독일인 친구들의 절약정신이나 정서를 보고, 독일에 대한 호의적인 마음이 더 커진 점도 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 후엔 독일 작가의 소설을 찾아 읽기도 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도 없어지고 서로 익숙해지고 편해질 만 하니까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다신 못볼 거라고 생각하니까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린 그 날 밤 아침7시 비행기를 타기위해 새벽 4시전까지 함께 화이트 하우스에서 마지막 맥주 파티를 하고 정들었던 친구들과 여러번 작별포옹을 했다.
이번 워크 캠프를 통해 그 전엔 안했던 생각도, 안해봤던 경험도 많이 했고, 나 자신을 책임지는 법을 배웠다.
내 인생에 있어 다신 돌아오지 않을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