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몽골 초원에서 찾은, 진짜 나

작성자 김선규
몽골 MCE/07 · AGRI/KIDS 2012. 06 - 2012. 07 몽골

Orphanage farm-2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오랫동안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시절에도 해외 여행 한번 해본 적 없었던지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때, 특별한 경험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단순한 여행보다는 훗날 돌아봤을때 나 스스로 뿌듯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어져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던 중 워크캠프를 알게 되었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지원하게 되어 지원할 수 있는 국가가 몇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가고 싶었던 유럽, 기왕이면 혼자선 쉽게 가기 힘든 인도 등.. 많은 국가를 떠올려보다 문득 몽골의 독특한 노래 허미가 생각났고 몽골의 끝없는 초원이 떠올라 몽골에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영어로 대화를 해본 적이 없고 부족해 참가자들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되진 않을까, 외국여행도 처음이고 비행기도 혼자 처음 타보는데 내가 길을 잃지 않고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지만 몽골의 끝없는 초원과 평화로움 속의 제 모습을 상상하며 설레임을 함께 안고 출국날을 기다렸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제가 몽골에 도착한 시간에는 저 외에는 다른 봉사자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픽업을 위해 나와 준 여자분과 함께 몽골 시내버스를 타고 울란바토르 시내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공항 밖에 바로 소가 누워 있고 쌩쌩 달리는 차들은 절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버스 안은 만원인제 짐은 너무 무겁고.. 도착한 날은 너무 정신없고 힘들었습니다.
숙소에 들어서니 저와 함께 봉사할 봉사자 친구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은 미리 울란바토르 시내를 구경해 길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를 위해 가이드를 자처해줬습니다. 차가 신호를 지키지 않고 너무 쌩쌩 달렸고 속도를 늦추지도 않아 길을 건널때마다 겁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날, 봉사할 장소로 함께 이동하는데 비가 억수같이 내렸습니다. 기온도 뚝 떨어져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몽골은 덥고 건조할 것이라 생각해 두꺼운 옷을 많이 챙겨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함께 차를 타고 덜컹거리는 비포장길을 한참동안 달려 우리가 함께 지내게 될 봉사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이 지내는 곳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여전히 비가 계속 내렸고 추워서 첫날엔 다들 밖에 나갈 엄두를 내기 힘들었습니다.
그 뒤엔 대부분 맑은 날씨가 이어져 날씨로 인한 불편함은 크게 없었습니다.

2주간 함께 지내게 될 아이들이 처음 봉사자 숙소에 왔을때 너무도 스스럼없이 다가와 친근하게 대해주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어색함 없이 천진하게 함께 놀기 시작하는 모습에 금세 마음을 열고 친해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매일 매일 아침에 빵과 차를 마시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밭에 나가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일을 했는데 아이들이 너무도 능숙하게 일하는 모습에 조금 놀랐습니다. 저는 한번도 해 본적 없는 밭일 이었는데 제대로 된 도구도 없이 맨손으로 맨발로 거리낌없이 일하는 모습에 조금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아이들의 까맣게 탄 목을 보며 햇빛을 가리겠다고 마스크에 모자로 중무장한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어두워지면 거의 매일같이 아이들이 숙소로 놀러왔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함께 놀 거리가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해본 적 없던 밭일에 피곤했지만 나중엔 아이들이 오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한국의 연예인에 대해 많이 알고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신기했고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숙소에서 지내면서 불편했던 점은 딱히 없었습니다. 다만, 샤워실에 얼음장같은 찬물만 나온다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냥 차가운 물이 아니라 차~~~가운 얼음장같은 물에 샤워하고 머리를 감으면 얼마간 머리가 띵-해지는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함께 봉사했던 친구들과 함께 빨리 샤워하는 법을 공유하며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아이들이 빅뱅의 노래를 좋아해 온종일 그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다녔는데 어느 순간, 저희까지 그 노래에 중독되어 무의식적으로 그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에 서로 깔깔대며 웃던 순간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들 중 "이해"라는 예쁜 여자아이가 저를 많이 따랐는데 늘 함께 다니며 제 머리를 땋아주고 간식도 챙겨 가져다 주던 기특한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가 머리를 예쁘게 묶고 예쁜 핀을 꽂는 것을 좋아했는데 자기가 좋아하던 머리핀 하나를 빼서 제게 선물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아직도 그 꽃핀은 제게 가장 소중한 보물입니다.


그동안은 늘 남들이 해오던 대로 같은 길을 걸어오며 늘 만나던 사람, 비슷한 친구들과 지내다 몽골이라는 잘 알지 못하는 나라에서 또 다른 나라의 친구들을 만나 그들의 삶에 대해 듣고 가치관을 나누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영어로 말해본 적이 한번도 없고 잘 못해서 답답했을텐데도 친구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제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그 또한 제게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누리지 못하고 나는 해 본적도 없었던 농사일을 온종일 하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늘 행복해보이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러 왔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아이들로부터 얻은 것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제게 또 시간적인 여유가 주어진다면 주저없이 워크캠프를 떠나볼 생각입니다.
몽골의 아이들도 다시 보고 싶고 또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 보고 싶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 자신이 많이 성숙해졌고 늘 급하기만 했던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복잡하고 무섭다고 느꼈던 울란바토르의 시내마저 그리워집니다. 제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생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