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홀로 떠난 태국, 사람에 취하다

작성자 두보예
태국 VSA1307 · CULT 2013. 04 Hatyai

Culture/Festival Camp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0살도 되기 이전, 워크캠프기구와 중국해외봉사단으로 인연을 맺게 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늘 대학생시절 적어도 한번은 워크캠프를 해보리라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교환학생 학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하는 상황이 왔고, 또 일상에 대한 스트레스로 지쳐가고 있던 차에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컸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어렴풋이 그려두었던 젊은 날의 로망인 배낭여행을 떠날 그 때가 지금이라고 판단했고,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헌데 100% 홀로 그것도 한 달 간의 여행을 준비한다는 것이 처음이라 그런지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본디 해보고자 했던 워크캠프를 동시에 진행하면 좀 더 그곳을 알 수 있는 완벽한 여행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태국의 쏭크란 축제를 함께 준비하고 즐긴다는 'Festival'이라는 주제와 현지인의 참여가 많다는 제가 선택한 워크캠프의 특성이 제가 이 워크캠프를 선택하는데 한 몫 했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이번 캠프에서는 즐길 수 있는 수많은 경험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인포싯에만 해도 한국인 참가자 2명, 프랑스인 참가자 2명, 네덜란드 참가자 2명이 오는 걸로 되어있었습니다. 외국인들과만 생활했던 경험이 전무했던 터라 한국인 참가자의 존재 자체가 위안이 되었으나, 막상 현지에 가보니 그 참가자는 이번 워크캠프를 취소하여 캠프내의 유일한 동북아시아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영어로 하루종일 말하는 것도 어색하고, 일어나서 잠도 덜 깬 상태에서 'Did you sleep well?'이라고 물어보는 친구들의 안부인사도 낯설기만 했습니다. 허나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며 한국인 참가자가 없었기에 더욱 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았고 그덕에 참 많은 것들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18살에 홀로 말라위를 한 달 간 여행하고 다시 3개월간 동남아시아를 여행한 뒤 네덜란드로 돌아가서 대학에 입학 할 준비를 할 거라던 루띠라는 친구를 보며 '나는 21살인데, 고작 한 달인데, 뭐가 그렇게 겁이 났지?'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 후로 매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했고 현지 꼬마들과의 교류도 서슴없이 했습니다. 쏭크란 축제를 앞둔 시점에 다른 곳에 머무는 태국 장기봉사자들이 저희 캠퍼들이 머물던 절에 찾아왔습니다.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에서온 친구 각 2명 1명 1명씩 총 4명이 찾아왔고 우리와 축제가 끝날 때까지 함께 머문다고 했습니다. 갑작스런 방문에 당황스러웠지만 인상깊었던 건 얼굴이 마주칠때마다 환하게 웃어주던 그 친구들의 첫인상이었습니다. 이내 새로운 친구들과도 친해져 다소 조용했던 이전과 달리 참 북적북적하게 지냈습니다. 쏭크란 축제날에도 그 도시의 유일한 외국인 무리였기에 집중적인 공격대상이 되어 물도 맞고, 꽃 가루도 얼굴에 듬뿍 발라졌지만 참 웃음만이 나오던 시간이었습니다. 모기도 많고, 시설을 비교하자면 한국보다는 당연히 못하겠지만 사람만큼은 정말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이번 봉사에서 무엇보다 특별했던 건 그곳의 장기봉사자 악쎌입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 유럽의 국가에서 왔다고 하면 으레 생각하는 하얀 피부를 이 친구는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곱슬머리에 흑진주 같은 피부를 가진 악쎌은 제 인생 최초의 벨기에 친구이자 검은 피부를 가진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친구였습니다. 18살 어린나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태국으로 장기봉사를 온 이 친구는 참 정감 가는 친구였습니다. 누구나 안아주고, 자기 옆으로 와서 앉으라고 해주는 정이 넘치는 친구였는데요, 한번은 모두가 낮잠을 자던 그 시간에 둘만의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 다이어리 한 켠, 제가 살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적어놓은 글귀들을 보며 이 친구 역시 자신의 인생 모토에 대해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봉사가 끝나고 돌아가면 언니와 함께 인생설계사가 되어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상담소 이름도 생각해 두었다면서 그 이름은 'One life, One chance'라고 했습니다. 18살 소녀의 구체적인 인생 계획에 참 놀랍기도 하면서, 멋진 생각을 갖고 살고 있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이 친구의 모습에 한국에서의 제 모습을 돌아보았습니다. 열심히 살고 있고 제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결국 보통사람들과 같은 방식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 삶 안에 갇혀있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악쎌과의 만남은 평생 잊혀질 수 없는 기억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3개월을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내야 하는 악쎌은 제가 떠나는 마지막에 눈물을 많이도 흘렸습니다. 저도 짐을 정리하다가 혼자 울음이 터져버렸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작 2주, 짧게는 며칠정도 머물다가는 그곳에서 정을 주고 혼자 그 그리움을 삭혀야하는 악쎌이 안쓰럽기도 했고, 또 언제 다시 이곳에서 이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 모르는 막연함에 슬퍼졌습니다. 워크캠프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어차피 2주 뒤면 떠날 걸 아는데 얼마나 정이 오고갈까 싶었는데 말이죠. 워크캠프 덕분에 소중한 사람들, 특별한 기억들을 만들고 한층 성장해서 돌아왔습니다. 다이어리 한 켠에 'You will always be in my heart'라고 써준 악쎌의 한마디가 그곳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위로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