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하노이, 낯선 곳에서 찾은 성장

작성자 김가흔
베트남 SJV1302 · RENO/SOCI 2013. 04 하노이

National Pediatric Hospital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졸업 전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놓고 휴학을 하게 된 나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빗발쳤다. 늘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정신없이 살아가다 보니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주변에서 국제워크캠프에 참가했던 지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봉사활동뿐만 아니라 여행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게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어 참가를 결심하게 되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해외에 나가 본 경험이 없는 내게 워크캠프를 가기 위한 준비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래서 전에 멕시코로 워크캠프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게 되었는데, 우연히도 그 친구 또한 워크캠프에 다시 한번 참가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워크캠프에 함께 지원하기로 결심했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두고 고심끝에 베트남에서 진행되는 'National Pediatric Hospital'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딱 맞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워크캠프 참가 종료 후에 이루어질 열흘 간의 여행 또한 우리를 엄청나게 설레게 했다. 비행기표를 예약하는 것에서부터 워크캠프활동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고, 여행을 계획하는 것과 같은 것들을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함께 하다보니 하루하루가 들뜨고 정말 즐거웠다. 디데이를 설정해 놓고 떠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였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막상 떠나는 당일 아침까지 베트남에 간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저녁 비행기로 워크캠프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인 4월 15일에 하노이 Noi Bay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과는 확연이 다른 하노이만의 뜨겁고 습한 공기가 이제야 베트남에 왔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는 오기 전에 미리 공항 pick up을 신청해 놓았기 때문에 바로 숙소로 향할 수 있었다. 숙소를 가는 길은 pick up 해주시는 분이 길을 헤매서 그런지 꽤나 멀게 느껴졌다. 차 안에서 하노이의 바깥풍경을 보는데 책에서 본 것 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도로는 수많은 오토바이로 인해 무질서했고 인상을 찡그리게 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그렇게 베트남과 나의 첫 대면은 의도치않은 요란함으로 시작되었다. 숙소 앞에 도착하자 프로그램과 관련된 베트남 남자 두명이 우리를 반겨주었고, 숙소로 안내해주었다. 우리의 숙소 주변은 굉장히 외진 곳이었다. 숙소는 SJ Vietnam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무실 한켠에 마련된 Volunteer room이 었다. 기숙사가 아닌 사무실 안에 숙소가 있다는 것이 좀 의아했지만 안락한 곳이었다. 다음 날 아침 정확히 6시가 되자 밖으로 부터 엄청나게 큰 종소리와 오토바이소리, 무언가를 방송하는 소리가 한꺼번에 들려왔다. 공해수준의 소음으로 인해 더 이상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우리는 아침을 먹기 위해 숙소 가까이에 있는 카페에 갔다. 그 곳에서 미팅포인트를 가졌는데, 함께 봉사할 친구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다. 우리 둘을 포함해 한국인이 3명,캐나다,홍콩,베트남 국적을 가진 친구들까지 총 6명이었다. 조금 놀라웠던 점은 모두가 여자라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모두가 여자라서 재미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편안하고 즐거웠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병원으로 나섰다. 병원으로 가는 길은 정말 험난했다. 버스를 두 번이나 타고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에 위치해있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버스타는 것은 지금생각해도 겁나는 일이다. 버스가 완전히 정차하는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타려고 하는 순간에도 버스는 움직이고, 내릴 때에도 사람이 내리는지 확인을 잘 안하고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캠프무리에서 낙오될까봐 불안에 떨었었다.버스에서 내려 오토바이를 피해 다같이 손을 잡고 길을 건넜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 캠퍼들은 병원 6층에 있는 병실 안 벽에 아기자기한 것들을 만들어서 붙이고, 페인팅을 하는 작업을 했다. 동시에 아픈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책읽기, 찰흙놀이 등 여러가지 놀이활동을 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일찍부터 식사를 마치자마자 꾸밀것들을 만들고 바로 병원에 와서 페인팅을 한 후 만원버스를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봉사활동은 생각했던 것보다 힘든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작업했던 벽을 보며 기뻐하는 아이들과 부모님을 볼 때마다 정말 뿌듯하고 보람찼다. 마지막에는 아이들과 정이 많이 들어서 막상 못본다고 생각하니 슬프기도 했다. 2주간의 짧은 봉사활동이었지만 많은 추억을 쌓았다. 봉사활동을 마친 후 다같이 맥주를 마시러 갔던 것,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 문을 수리했던 것, 호수를 거닐며 아이스크림도 먹고 기념사진을 찍은 것, 밤에 숙소에서 '우노'라는 카드게임을 한 것, 다함께 모여서 모히토를 만들어 마신 것 등 모든 것이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한국인이 3명이나 되었기 때문에 한국어를 알려주고 한국 노래도 같이 불렀는데, 친구들이 귀엽게 따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재미있었다. 홍콩 친구는 매일 한국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우리도 베트남어를 배웠는데, 그 덕에 여행을 하는 동안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꼽으라면 바로 음식이다. 우리는 매번 나가서 사먹었는데, 목욕탕 의자같이 낮은 의자에 앉아서 먹는 길거리 음식이었다. 위생문제는 둘째치고, 음식마다 향이 강해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무엇보다 바람이 불면 밥알이 흩어져 날아가는 것이 충격이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따로 찾아가서 먹을 만큼 베트남 음식과, 베트남에 적응해갔다. 처음엔 그렇게 시끄럽게 들리던 소음도 늦잠을 잘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고, 쌩쌩 달리는 오토바이 사이로 능숙하게 길을 건널 수도 있게 되었다. 적응한 시간만큼 함께 했던 친구들과 막상 헤어지려니 너무 아쉬웠다. 이제 만날 기회는 없지만, SNS를 통해 서로 안부를 묻고 사진을 공유하며 함께 했던 날들을 추억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집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적인 것임을 거듭 느꼈다. 또한 문화는 다르지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유쾌한 일인지 느끼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워크캠프에 참여하기 전에는 늘 안전한 울타리안에서 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느끼면서 조금은 진취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 첫 해외경험이 국제워크캠프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여기서 배우고 느꼈던 것들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어떤 환경에 가든지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또한, 베트남에 다녀온 후 그동안 당연하게 누리고 살았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현재에도 워크캠프에 참가하기 전의 나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여행까지 포함하여 베트남에서 불과 3주동안의 생활이었지만, 앞으로의 나의 삶에 탄탄한 지지대의 역할을 해 줄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여유로움보다는 고생이 더욱 많았지만 국제워크캠프는 나를 힐링해준 고마운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