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태국, 낯선 마을에서 나를 만나다

작성자 양희주
태국 STC5603 · CONS/KIDS 2013. 03 - 2013. 04 kok payom

La Ngu, Satun provinc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학교를 쉬지 않고 2년을 다니면서 문득, 내 자신이 너무 똑같은 일상을 살면서 내 주변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속해 있는 사회가 아닌 새로운 곳으로 가서 낯선 것들과 마주하고 부딫혀보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바로 여행이었다. 개인적으로 가는 첫 여행으로 친구와 함께 ‘태국’을 가게 되었다. 여행준비를 하면서, 여행과 동시에 ‘워크 캠프’라는 것을 같이 하고 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여행보다 더욱 깊숙하게 그나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문화’에 관심이 많아 문화인류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던 만큼 한 나라의 ‘마을 공동체’의 삶을 체험하고 다른 문화 속에서 현지인들과 부대껴 지내 볼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함께 한 사람들은 태국 현지 마을에서 거주하며 매 워크캠프에 참가하는 두명의 현지 봉사자들과, 한명의 현지 코디네이터, 워크캠프 장기 참가자인 프랑스 인 ‘디’와 ’피나’, 덴마크 인 ‘다깨오’ 그리고 한국인 워크캠프 단기 참가자인 지영(비꾼), 나(싸이) 또한 독일 인 봉사자도 있었지만 우리와 같이 지내지 않아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현지 봉사자들이 속해있는 봉사 단체 ‘달라’에서 일하는 봉사자들이 워크캠프 기간 중간에 찾아와서 함께 지내기도 했다.
이번 워크캠프의 주제는 Constructuon & Kids 였지만, 마을에 손길이 필요한 일들은 거의 다 함께 했다. 2주동안 했던 일들은 마을 아이들과 함께 게임하고 놀기, 마을에 있는 학교 담벼락 페인트 칠하기, 마을 주민의 결혼식 돕기 (오징어 다듬기, 나무 장작 껍질 벗기기, 음식 포장하기, 결혼식 당일날 음식 서빙과 설거지 ), 마을 아이들을 위한 캠프장에 플랫폼 만들기 (흙 퍼다 옮기기, 시멘트 섞기, 잔가지 치기 등) 등의 일을 했다.
워크캠프 봉사자들은 ‘Kok Payom’ 마을 강가에 위치한 오두막에서 묵었다. 나는 한국인 단기 참가자와 함께 같은 방을 썼다. 텐트 모기장을 방 안에 설치해두고 잠을 잘 때는 항상 모기장 안에서 잤다. 샤워장은 나뭇가지를 겹쳐서 만든 나무다리를 통해서 갈 수 있었고, 간혹 부러져있는 가지들이 있어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녔던 기억이 난다. 빨래는 각자 우물을 퍼다가 손빨래를 했고, 마을을 돌아다닐 때는 주로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가거나, 현지 마을 친구들이 오토바이를 태워줬다. 단기 참가자로 2주를 이 마을에서 지냈던 나는, 총 4일은 Kok Payom 마을 현지 주민 분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홈스테이 하는 날은 당일 오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홈스테이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 마을은 이슬람 마을이어서 마을 안에 모스크 사원이 있다. 마을 주민들은 하루 네번, 옷을 차려입고 사원에 가서 기도를 드린다. 해질 무렵 불그스름한 노을과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들려오던 기도소리는 잊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소리였다.
아침식사는 현지 봉사자가 항상 아침 시장에 가서 사오거나, 마을 주민 분이 만들어 주셨다. 주로 찰진 밥과 바싹 튀긴 마늘과 양파, 튀긴 닭다리, 떡, 도너츠 같은 빵이 었는데 항상 맛있었다. 점심은 주로 일하면서 먹게 됬었는데 현지 봉사자인 ‘모이’가 태국 음식을 만들어 주거나 마을 주민분이 우리를 위해 만들어 주셨다. 거의 대부분 쌀을 먹는 것은 한국이랑 비슷하지만 반찬이 꽤나 다르다. 특히 반찬에 넣는 향신료, 양념, 요리법이 달라서 처음엔 먹기 어려웠던 음식도 있었다. 저녁은 봉사자들이 각자 나라에서 가져온 음식이나 요리법으로 해결하였고, 마을 회의가 있는 날이면 현지 마을 주민 분들(어머님들)이 각자 음식을 만들어서 우리가 묵는 오두막으로 가져오셨다. 오믈렛, 삶은 계란 절임, 갖가지 고기 볶음, 굴소스 채소볶음 등 음식은 참 맛있었다. 태국은 날씨가 무척 덥고 해가 뜨겁기 때문에 일하는 동안 끊임없이 마실 것이 필요했는데, 이 마을 사람들은 갈증 해소하기 위해 주로 새빨간 시럽을 물과 얼음에 타서 마셨다. 덩달아 우리도 자주 마셨는데, 너무 달아서 나중엔 포기했다. 그리고 마을 주변에서 장터가 열릴 때 마다 봉사자들과 함께 가서 태국 장터 음식을 마음껏 즐겼다. 각종 꼬치, 계란빵, 봉지에 담아주던 아이스 밀크티, 마일로라는 초코우유 등을 특히 자주 먹었다.
2주동안 워크캠프를 하면서 매일 일만 했던 것은 아니다. 오전부터 점심먹기 전 그리고 점심을 먹은 후 2시간 정도 더 일한 뒤에는 자유시간이었다. 저녁에는 다같이 봉고차를 타고 멀리 시내에 있는 큰 시장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맛있는 태국 시장음식을 사먹기도 했고,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 봉사자들, 코디네이터들과 함께 배를 타고 한시간정도 떨어져 있는 섬에 1박2일로 캠핑을 하기도 했다.
첫날부터 마지막날 까지 짧게 하루 일정을 소개하자면, 첫날은 오전에 미니밴스테이션에서 워크캠프 현지 봉사자를 만났다. 차를 타고 마을로 들어가서 짐을 풀고, 다른 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마을 학교에 가서 점심을 먹고 학교 담벼락 페인트 칠을 했다. 오후에는 마을 주변 해안가에 가서 노을이 지는 풍경을 감상했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마을 어르신들과 주민 모두 모여서 새로온 봉사자들 환영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 돌아가면서 소개를 하고, 어르신들이 새로온 우리들에게 태국식 이름을 지어주셨다. 나는 태국말로 해변의 모래라는 뜻의 ‘싸이(Sai)’가 되었다. 아마도 이 때 나의 머리색깔이 황금빛 노란색이어서 그랬나보다. 처음엔 누군가가 ‘싸이’라고 부르면 나를 부르는 줄도 몰랐을 정도로 어색했는데, 2주동안 지내면서 이 이름에 완전히 적응을 했었다.
둘째날은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마을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우리가 홈스테이로 묵을 집을 방문했다. 또한 이 날은 마을의 어느 집에 가서 나무껍질 벗기는 일을 했다. 껍질을 벗긴 나무는 땔감용으로 쓰이는 것인데, 껍질을 벗겨야 더 불에 잘타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 거주하는 일본인 코디네이터 ‘사키’를 처음 만나기도 했다. 사키는 우리에게 언제나 불편한건 없는지, 몸은 괜찮은지 물어봐주며 우리를 많이 챙겨주셨다. 저녁에는 덴마크인 봉사자 ‘다깨오’와 홈스테이를 했다.
셋째날은 오전에 마을 학교에서 졸업식이 있어서 구경갔다. 그리곤 몇일 후에 있을 마을 결혼식 준비를 도와주는 일을 했다. 오징어를 다듬는 일을 하고, 오후엔 마을에 열린 시장에 가서 군것질 것 했다. 저녁에는 프랑스인 봉사자 ‘피나’와 홈스테이를 했다.
넷째날에는 마을 결혼식이 있었다. 피나, 다깨오, 나, 지영이는 현지 봉사자 모이의 전통의상을 빌려입었다. 아침부터 마을 분들이 다같이 모여 음식을 만들고 결혼식 준비를 했다. 우리는 음식과 음료를 식사하러 오는 하객들에게 서빙하고 설거지를 했다. 오후에는 다시 우리 숙소로 돌아와서 쉬다가 저녁 식사하러 다시 결혼식이 열렸던 집에 가서 밥을 먹고 하루 일정을 마쳤다.
다섯째날은 아침에 배를 타고 워크캠프 참가자들과 현지 봉사자들, 코디네이터, 마을 아이들이 다같이 건너편 작은 섬에 있는 학교에 가서 일을 했다. 캠핑장의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 었고 흙을 퍼다가 나르는 일을 했다. 모이가 만들어준 점심을 먹고 조금 더 일하다가 돌아와서 오후엔 휴식을 가졌다. 저녁에는 독일인 장기 워크캠프 참가자 가족이 우리마을을 찾아와서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마을모임을 가졌다.
여섯째날은 어제 했던 캠핑장 플랫폼만드는 작업을 이어서 했다. 오후에 돌아와 쉬다가 다같이 차를 타고 시내에 있는 시장에 갔다. 군것질도 하고 이것저것 마을에 팔지 않는 물건을 사왔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마을 사람들이 다같이 모여 미팅을 했다. 돌아가면서 지금까지의 느낀점이나 생각 등을 나누었다.
일곱째와 여덟째날에는 워크캠프 참가자, 코디네이터, 마을 아이들 다같이 배를 타고 1시간정도 걸리는 거리의 섬에서 캠핑을 했다. 전깃불도 없는 곳에서 촛불켜고 바베큐를 해먹고, 낮에는 바다에서 수영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홉째날에는 플랫폼 만드는 일을 이어서 했다. 오후에는 새로운 태국 봉사자가 와서 인사하고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아이들과 함께 007 게임 같은 한국 게임을 했다.
열번째날은 오전에 플랫폼을 만다는 작업을 하고 오후엔 자유시간을 가졌다. 열한번째날은 플랫폼 작업을 거의 마무리하고 저녁에는 한국인 봉사자 친구와 함께 ‘방못’이라는 재밌고 정말 따뜻하신 마을 주민 아저씨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방못 아저씨의 아내분은 마을 안에서 음식점을 하셔서 아침 저녁으로 우리에게 주신 음식이 정말 최고였다.
열두번째 날에는 다른 봉사자와 홈스테이를 했고, 별다른 일정은 없이 자유로운 하루를 보냈다. 마지막날은 오전에 한국인 친구와 같이 점심을 만들고, 아이들과 함께 영어 게임을 했다. 오후에는 캠핑장 플랫폼을 만들었던 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간단한 한국어를 가르쳐주었다. 저녁에는 마을 분들이 모두 모여서 단기 봉사자들을 위한 굿바이 파티를 했다. 마을 어머님들께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주시고, 식사 후에는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고 싶은 말을 했고, 벌써 이 마을을 떠난다는 아쉬움과 2주 동안의 고마움을 서로 나누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마을 주민의 결혼식이 있던 날, 워크캠프 여자 봉사자들은 다같이 현지 코디네이터인 ‘모이’의 이슬람 전통 의상을 빌려 입었다. 보기보다 옷이 너무 더워서 조금 힘들었지만, 한복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어서 재밌었다. 또한 무슬림의 결혼식 방식과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어떤 홀을 빌려 하기보다, 마을 주민의 집에서 주민들이 다같이 음식을 준비한다. 또한 예물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식은 어떻게 거행되는지 바로 옆에서 볼수있었고 한국의 결혼식 문화와는 매우 달라서 흥미로웠다. 또한 친하게 지냈던 ‘방못’이라는 마을 주민과 이야기를 하다가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기독교인이고 그 분은 무슬림이 었는데, 종교가 다르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마음, 오히려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무교인 사람들을 신기하게 생각했던 방못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에서는 내 주변에 무교인 친구들이 참 많은데 이 마을에서, 그리고 태국에서는 무교라는 것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는 것인가 싶었다.
워크캠프에 참가하면서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면서 내가 한국에서 누리던 것과, 어렸을 때 한국 문화권에 속하여 배우고 습득한 삶의 방식만이 옳고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처음 이 곳에 와서 마을 주민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았을 때, ‘한국보다 훨씬 덜 발전되어있구나. 열악하다.’ , ’어떻게 이런걸 참고 살지? 불편하지 않을까?’라는 자기 중심적이고 짧은 생각들이 앞섰다. 그리고 사실 여전히 그들의 생활방식이 나에겐 어렵고, 불편하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생활해온 2주동안 나는, 더 발전된 기술을 이용하며 살고 더 깔끔한 공간에서 생활한다고 해서 이들보다 내가 더 ‘잘’살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걸 배웠다. 외면적인 것들이 결코 삶의 가치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오히려 우리보다 단순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더 지혜로운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