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11시간 기차, 베트남에서 찾은 긍정

작성자 박소연
베트남 SJV1304 · RENO/KIDS 2013. 05 - 2013. 06 Tuy Hoa

Renovating classrooms&Children’s day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교환학생을 마치고 다들 하는 여행을 가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내 삶에 있어서 좀 더 의미있는 경험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넷 검색도 해 보고, 고민도 많이 해보다가 문득 예전부터 다른 사람들의 수기나 사진으로만 접했었고, 항상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었던 국제워크캠프에 지원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국가와 활동 리스트를 살펴본 뒤, 교환학생이 끝나는 시점에 맞는지, 내가 관심 있는 주제의 워크캠프인지 등을 고려한 뒤, SJV1304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베트남 호치민에 새벽 한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느껴지는 습기와 열기 때문에 베트남에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호텔에서 잠을 자고 나서 새벽 6시 25분에 출발하는 Tuy Hoa행 기차를 타려고 새벽 6시가 채 되지도 않은 시간에 택시를 타고 역으로 향했다. 놀랐던 것은 새벽 6시임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와 차들로 가득 찬 도로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 등교하는 학생들, 공원에서 체조하는 사람들 등 거리, 도로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베트남 사람들이 참 부지런 하구나 라고 느꼈다. 한국의 새벽 6시의 도로상황과 아주 다른 모습이라 많이 놀랐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벽 6시의 호치민 풍경과 택시 속도 덕분에 첫 기차를 놓치게 되어 그 다음 기차표를 끊게 되었다. 역 직원이 다음 기차는 "Hard seat"이라기에 뭐 딱딱한 의자쯤이야, 설마 에어컨이 없겠어? 라는 생각으로 표를 끊고 4시간을 더 기다린 후, 기차를 타자마자 기차 내부 모습에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바로 기차에서 내려 "Soft seat"기차표를 구매하려고 직원에게 다시 갔지만, 교환도 안 되고, 다음 기차를 타면 캠프에 너무 늦게 도착하기 때문에, 이미 하루를 늦은 상황에서 그런 상황을 다시 만들 수가 없어 체념하고 기차에 다시 올랐다. 기차 안에는 에어컨 대신에 천장에 돌아가는 선풍기 몇 대가 있을 뿐이었고 의자는 말 그대로 딱딱한 나무 의자에 등받이는 거의 90도로 세워져있었다. 창문은 열려진 채 외부의 소음과 먼지까지 다 들어오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점심시간, 저녁시간이 되었는데도 너무 더워서 식욕이 떨어져 배고픔조차 느낄 수가 없었다. 더 일찍 역으로 출발하지 않은 나를 탓하며 창가에 기대어 체념한 채, 눈을 감고 있었는데 내 주위에 앉은 사람들이 어디에서 왔냐며, 밥 때가 됐는데 왜 밥을 안 먹느냐며 내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친절하게도 내게 과자와 밥도 사주면서 이게 베트남 밥이라면서 소개도 해주고, Tuy Hoa에는 왜 가는지,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해주었다. 영어가 통하지 않아 손짓, 몸짓, 영어 단어로 소통하면서 내게 웃으며 친절을 베푸는 그들 덕분에 11시간의 끔찍할 뻔 했던 베트남 기차가 지금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나는 첫째 날 저녁에 캠프에 도착했다. 인포싯에는 침낭을 준비해오라고 나와 있었지만, 숙소는 게스트하우스였다. 원래는 5명의 자원봉사자가 참가하기로 했지만, 2명의 불참으로 인해 이번 캠프는 한국인인 나와 프랑스인 두 명으로 총 3명의 봉사자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숙소에는 프랑스인 두 명과 로컬 봉사자인 베트남인 한 명이 있었고, 서로 간단히 통성명을 하고, 왜 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등의 간단한 질문들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첫째 날을 보냈다. 두 번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워크캠프가 시작되었다. 오전에는 아이들을 위한 간단한 게임, 춤, 종이접기 등을 알려주었다. 나는 교환학생이 끝나자마자 바로 참가한 것이었기 때문에 많은 준비를 못해갔던 점이 아쉬웠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너무 어렸기 때문에 준비해간 놀이나 프로그램을 제대로 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인포싯에 유치원생 아이들의 나이나 어떤 수준의 놀이를 준비해가면 되는지에 대한 자세한 명시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참가자가 적어 원래 하려고 했었던 유치원 지붕 보수 작업 대신에 우리는 벽화그리기를 했다. 그림조차 그려본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벽화그리기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이 유치원에 내가 그린 벽화가 남게 될 거라는 뿌듯함을 기대하며 2주일 동안 벽을 칠하고, 스케치를 하고, 색깔을 입혀 완성해나갔다. 첫 일주일은 하루 일과가 끝나고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이 들 정도로 피곤했고 며칠이 지났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나갔다. 더욱이 나머지 두 사람은 프랑스인이라 둘이서만 불어를 쓰는 횟수가 잦았기 때문에 초반에 가까워지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로컬 봉사자들이 봉사자들 사이에서 잘 조절해주고, 분위기도 살려주는 등의 도움이 있었기에 두 번째 주부터는 서로 의견도 주고받고 농담까지 주고받으면서 즐길 수 있었다. 일하는 것은 그렇게 고된 작업은 아니었지만, 더운 날씨가 더욱 힘들게 느껴지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일 이외의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았다. 나는 유럽인들과 다르게 햇빛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일이 끝나면 에어컨이 있는 숙소에 돌아가서 쉬는 것을 선호했다. 근처에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에 해변에 있어서, 일이 끝나고 같이 해변에 몇 번 가기도 했지만, 나는 수영도 할 줄 모르고 해변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숙소에 들어가서 같이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는 게 전부였다. 주말에는 멀리 떨어진 바다로 놀러가기도 했는데, 실제로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약 두 시간 정도를 달려갔었다. 뜨거운 날씨 탓에 고생은 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정말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워크캠프 기간 동안 우리가 했던 일은 아이들과 놀아준 것과 벽화를 그린 것 뿐 이었다. 워크캠프를 하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아이들과 유치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인지 자꾸 생각해보고 봉사자들끼리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워크캠프가 거의 끝나갈 즈음에 우리는 우리가 2주 동안 함께 했던 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워크캠프에서의 일 뿐만 아니라 우리는 여행 이상의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추억을 공유하고 즐겼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마음을 내려놓으니 베트남에서 워크캠퍼로서 만난 서로의 인연을 보게 되고, 베트남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우리를 따뜻하게 환영해준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2주 동안의 워크캠프를 마무리했다.
기억에 남는 것은 베트남 음식이다. 같은 아시아지만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았던 베트남 음식이 내 입맛에 맞았나 보다. 2주 동안 그 도시 주민들이 주로 먹는 음식은 거의 맛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우리의 이동수단은 자전거였는데, 아침에 유치원으로 갈 때, 밥 먹으러 갈 때, 어딜 가든 항상 자전거를 탔다. 베트남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오토바이를 타거나 자전거를 탔는데, 그 사람들과 같은 수단으로 도로를 나란히 달리면서 아, 이게 진정한 현지 체험이구나! 라고 느꼈다. 이번 워크캠프는 봉사활동도 하면서 진정한 현지체험까지 할 수 있었고, 특히나 2주 간 동고동락했던 사람까지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베트남 첫 날에 에어컨이 없는 기차의 나무의자에 앉아 11시간 동안 기차를 탄 후 느꼈던 한 마디 문구였다. 사실 그 순간 괜히 지원했다는 생각부터 기차를 놓친 나에 대한 자책까지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었고 정말 싫었던 순간이었지만, 기차에서 내리기 3시간 전 쯤에 베트남 사람들의 친절과 관심, 걱정때문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워크캠프 후에 느낀 것은 내가 보기엔 한없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만족과 행복을 찾고 항상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닌지, 내가 쥐고 놓고 싶지 않았던 것들, 욕망에 사로잡혔었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나도 아시아인으로서 "정"이라는 게 뭔지 알고 "정"이 많다고고 생각했는데, 베트남에서 느꼈던 사람들의 "정"을 통해 따뜻함을 느꼈고 나 또한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꼈다. 워크캠프는 거의 1년 동안의 미국 생활을 하면서 시험, 과제, 인간관계, 영어에 지쳤던 나에게 "힐링타임"이었고, 다시 시작할 한국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