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독일 시골, 힐링으로 채운 여름

작성자 임슬아
독일 OH-W 12 · ENVI/CULT 2013. 06 Klien Dammerow

Gutshaus Klein Dammerow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영국에서 약 1년 간의 어학 공부를 하면서 이 생활에 익숙해질 때 쯤 무언가 새로운 것, 혹은 터닝 포인트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던 중 몇 해 전 캐나다에서 어학 연수를 끝내고 멕시코로 워크 캠프를 다녀 온 선배가 떠올랐다. 워크 캠프라면 단순한 여행과는 다르게 나에게 주어진 특별한 1년을 조금 더 의미있게 그리고 다양한 경험으로 꾸밀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해서 워크 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내가 워크 캠프를 떠난 곳은 독일의 북부 지방인 Klein Dammerow였다. 베를린에서도 기차로 두 번을 갈아타고 다시 한 번 버스로 갈아 타야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 곳은 말 그대로 자연에 안긴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집집마다 조랑말 혹은 양 등을 사육하고 길을 따라 나아가면 광활한 초원이 펼쳐졌다.
내가 참가한 프로그램은 캠프 리더까지 총 8명이었다. 처음엔 다소 작은 규모에 살짝 실망을 했지만 같이 생활하다 보니 오히려 적은 인원이 서로 친해지기 더욱 쉬웠고 크고 작은 문제들에 있어서도 마찰없이 잘 넘어갔던 것 같다. 캠퍼 구성은 러시아에서 3명, 나를 포함한 한국인 2명,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온 소셜 리더와 미국인 캠프 리더였다. 러시아 친구들이 생각보다 낯을 가리는 면이 있어서 처음엔 서로 서먹 서먹하고 말이 잘 안통했지만 2주가 거의 끝나갈 즈음엔 나도 러시아어로 인사하고 숫자를 셀 수 있게 되었고 다른 나라 친구들도 기본적인 한국어 몇 마디 쯤은 거뜬히 해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서로에 대한 친근감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했던 주된 작업은 오픈하우스 주변에 정신없이 자라난 잡초들을 제거하고 나무를 다듬고 오픈하우스 실내를 청소하는 것이었다. 첫 날 일과가 끝난 후에는 그 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들을 써서인지 온 몸이 뻐근했고 밤에는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곧 적응이 되어 작업도 재미있게 할 수 있었고 나중엔 오히려 시간이 너무 빨리가서 아쉬운 마음마저 들었다. 일과가 끝나고 난 뒤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았다. 자연의 바람을 맞으며 초원을 두 눈에 한 껏 담고 초록의 향을 맡았다. 그렇게 한 두시간 자전거를 타면 작업의 피로가 싹 가시고 내 몸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음식은 서로 돌아가면서 매일 매일 스스로 준비를 해야 했다. 우리를 제외하고는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각 국의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러시아, 이탈리아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 요리는 재료를 구하기도 어렵고 조리 과정이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라 우리는 제한된 조건에서 요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끼 한 끼 만들고 친구들에게 대접할 때마다 친구들이 어떻게 먹을까 맘에 들어할까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제대로 된 맛있는 한식을 대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그렇지만 친구들이 매 끼니마다 맛있다고 감탄을 연발해서 그런 것들에 대한 걱정은 뿌듯함으로 바뀌었다. 우리가 만든 음식 중에서는 계란말이를 정말 신기해 했다. 자기네 나라에서는 이런 식으로 계란을 요리하지 않는다면서 레시피까지 받아 적어 갔다. 그리고 호떡 또한 인기 만점이었다. 아마도 달달한 설탕과 땅콩이 친구들의 입맛에 맞는 듯 했다. 러시아 친구들은 초코 파이와 짜파게티를 좋아했다. 러시아에서 초코파이가 유명하다고 하는 말을 들으니 내심 또 뿌듯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2주 차에는 저녁 식사 후에 각자 나라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이미 첫 주에 친구들과 서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따로 그런 시간을 가져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에는 각자 나라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알 수 있었고 외국인은 알지 못하는 자국민들의 생각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캠프 리더가 역사를 공부하는 친구여서 그랬는지 각 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토론을 많이 했다. 우리 나라를 소개하는 시간에는 당연히 북한과 연관된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 또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역사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나도 나름대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많이 안다고 자부해 왔지만 외국 친구들과 얘기하고 나니 내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2주 간의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밤에 자리에 누워 눈을 감으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을 2주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처음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일을 하면서 덥고 힘들다고 투덜 거리기도 하고, 같이 음식을 나눠 먹으며 수다를 떨고, 일과가 끝나면 자전거를 타고 나가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했던 날들 …. 그렇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2주 동안 같이 생활했던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눠야 한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이제는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와닿지 않았다. 그 사이에 정이 많이 든 모양이었다. 그런 이유때문인지 마지막 날 헤어질 때에는 서로 끌어안고 누구 하나 먼저 놓아주지 못했다. 캠프를 다녀온지 몇 일이 지난 지금도 친구들이 생각나고 잘 지내나 궁금하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나와 같이 참가했던 친구들은 모두 이번 워크 캠프가 처음이었다. 사실 나도 어학 연수 생활을 하다가 터닝 포인트가 필요해서 참가를 하게 된 것이었고 다른 나라 친구들 또한 휴가 겸 해서 참가를 했거나 여행 일정에 끼워서 참가를 하게 된 케이스였다. 모두 딱히 큰 의의를 두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참가를 하고 난 후에 우리 모두 똑같이 했던 말은 다음에도 워크 캠프에 참가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겪을 수 없는 체험도 하고 때로는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어학 연수를 하면서도 친구들을 많이 사겼지만 워크캠프에 참가한 친구들은 그들보다는 조금 더 특별했다. 2주 동안 한 곳에서 같이 생활했던 것도 그랬고 어학연수는 대부분 각자 나라에서도 학생인 친구들이 많은데 워크 캠프에서 만난 친구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 놓여서 각자 알아가는 즐거움이 더했다. 아마 앞으로 참가할 참가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것이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워크 캠프에 참가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