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이탈리아 안코나, 스무살의 용기

작성자 박혜영
이탈리아 IG 2.1 · FEST 2013. 07 이탈리아 안코나

FESTA PER LA LIBERTA’ DEI POPOL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대학교생활 동안 저의 목표는 '최대한 경험을 많이 해보자'입니다. 방학때마다 학교를 벗어나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었고 해외로 나가 시야를 넓히고 싶었습니다. 학기중에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살피던 중 워크캠프에 관한 내용을 보게 되었고, 다른 나라에서 여러국가 사람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는 내용이 새로웠습니다. 워크캠프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았고 워크캠프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국제워크캠프기구 홈페이지에 들어가 다른사람들의 경험담을 하나 하나씩 읽어봤습니다. 참가한 사람들마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을 만들었다는 말을 보며 저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설레이기도 했습니다. 학교에 워크캠프를 신청하여 선정이 되었는데, 다른일과 겹쳐서 고민과 부모님과의 상담끝에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포기서를 내려고 갔는데 담당자분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일은 다음번에도 기회가 있지만 워크캠프에 선정되는 일은 다음번에 기회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며칠 고민하다가 결국 가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처음에 국가를 신청할때는 스페인을 1지망으로 했었는데 이탈리아가 뽑히기 어렵다고 아는사람에게 들어서 도전해보는 식으로 이탈리아를 1지망으로 바꾸었습니다. 운이좋게도 이탈리아에 가게되었고 하고싶었던 축제프로그램을 하게 되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워크캠프 가기전에는 매일 홈페이지와 카페에 들어가서 다녀온 사람들의 경험담과 준비물을 꼼꼼히 읽으면서 준비했습니다.
저희 캠프 구성원은 캠프리더까지 합쳐서 총 8명이였습니다. 이탈리아인 3명, 러시아인 2 명, 터키인 2명, 한국인1명 이렇게 구성되어있었습니다. 다른프로그램은 한국인이 적어도 2명씩은 있던데 한국인이 저혼자라는 사실을 알고 무섭기도 하고 걱정됬습니다ㅠㅠ 그래서 떠나기 전 3일동안은 계속 악몽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혼자 한국인이지만 잘 준비해서 좋은 경험을 하고 오기로 마음먹고, 가기전에 미리 나머지 봉사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연락도 하고, 한국 음식,노래,기념품 등등을 챙겼습니다.
제가 간곳은 이탈리아에 안코나라는 해안도시인데 관광지와는 많이 떨어진 곳이였습니다. 봉사활동은 지역축제를 홍보하고 도와주고 함께 축제를 즐기는 것이였습니다. 첫날에는 해변에서 1시간동안 홍보지를 나누어주고 하루종일 해변에서 놀았고, 3일동안 지역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홍보지를 나누어주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축제장소 정리정돈을 하였습니다. 축제장소가 오래된 성곽이였는데 큰 나무와 그 아래의 그늘이 있고 놀이터가 있으며 주변은 넓은 바다가 보이는 안락하고 편안한 곳이였습니다. 축제장소를 청소하고 의자나 테이블을 정돈하였는데 일을 하루에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축제기간 동안에는 바에서 일하거나, 테이블을 정리하거나, 부엌에서 도와주었는데, 저는 3일동안 부엌에서 요리하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음식이름이 이탈리아어로 되어있어서 헷갈렸는데 금방 익혀서 척척 요리도 했습니다. 요리하면서 이탈리아 학생 봉사자들과 친해지기도 하고 음식을 먹으면서 즐겁게 요리했습니다. 부엌일이 끝나면 축제를 즐겼는데, 레게음악을 즐기기도 하고 마지막 날에는 새벽 4시까지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제가 만난 안코나 사람들은 정이많고 웃는모습이 너무나 예쁘고 착한사람들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축제 기간동안 그들을 만날때마다 그냥 이유없이 좋았습니다. 저는 봉사자들 중에 유일한 동양인이자 한국인이였는데, 사람들은 나를 전혀 꺼려하지 않고 좋아해주었습니다.
함께 생활한 봉사자들 중에 2명만 남자였고 이탈이아인이였는데 나이가 어렸습니다. 한명은 장난끼가 많고 활발하며 일도 열심히 했는데, 나머지 한명은 말은 별로 없었는데 유독 터키인 여자중에 한명이랑만 계속 이야기 하며 일도 열심히 안하고 계속 앉아있기만 했습니다. 어떤 날은 저랑 터키인 여자2명과 일을 열심히 안하는 이탈리아인 남자애 1명과 홍보지를 나누어 주었는데, 저랑은 아무말도 안하는데 터키인들이랑은 말도 잘하고 장난도 치고 그래서 저를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나중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저는 주로 러시아인2명 언니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그중 1명 언니가 러시아어,영어, 이탈이아어를 모두 할 줄 알아서 중간에서 통역사 역할을 했습니다. 그 언니가 있어서 이탈리아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중간중간에 러시아인들은 러시아어로 터키인들은 터키어로 이탈리아인들은 이탈리아어로 자기네들끼리 이야기할 때마다 외롭기도 하고 나도 한국인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혼자여서 여러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관심도 많이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숙박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자고 다른 건물에서 식사를 했는데, 매트리스를 현지에서 사서 그 위에 침낭을 깔고 잤고, 화장실은 물이 안내려가서 물을 퍼서 부어야 했고, 샤워는 한 곳에서 8명이 번갈아가면서 샤워를 했습니다. 식사는 다같이 준비하고 설겆이는 돌아가면서 했습니다. 잘때 바닥도 딱딱하고 몸을 제대로 움직일수도 없고 샤워하는 것도 불편하고 했지만, 다들 불평없이 잘 지내고 저도 잘 지냈습니다. 그리고 10일동안 매일 빵과 파스타를 먹어야만 했지만 이탈리아사람이 직접 해주는 여러종류의 파스타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워크캠프 마지막날에 기차를 타러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배웅해주었고 안아주었습니다. 기차가 출발할 때까지 그들은 떠나지 않고 내 곁에 있어주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순수하고 착하고, 내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행복했습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로마에서 안코나로 가는 첫날, 기차역에서 플랫폼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어떤 이탈리아 할아버지가 다가왔습니다. 저는 당시 인터넷에서 뽑아온 티켓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할아버지가 종이티켓이 필요하다며 저를 어디론가 끌고갔습니다. 얼떨결에 할아버지를 따라갔는데 그 할아버지가 저에게 계속 토요일 스페셜티켓을 사야한다고 저를 제촉했습니다. 얼떨떨했던 저는 할아버지가 계속 제촉하는바람에 25유로를 할아버지에게 드리고 그 티켓을 샀습니다. 그리고는 할아버지가 저를 5번 플랫폼으로 데려다 주셨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티켓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지하철티켓이였고, 제가 기차를 타는곳은 5번이 아니라 6번 플랫폼이였습니다. 역무원에게 물어서 6번플랫폼으로 가서 기차를 타려고 하는데 기차 앞에 서있던 어떤 이탈리아 청년이 제 짐을 들어서 짐칸에 올려주더니 갑자기 돈을 달라고 하는것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1유로를 주었는데, 그사람이 지갑을 열어서 지페로 달라고 하였습니다. 방금 돈을 뜯기고 왔는데 또 돈을 달라고 하니 저는 어이가 없어서 돈없다고 계속 그사람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어떤 이탈리아 할아버지가 경찰부르겠다고 하면서 그사람을 쫓았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역에 왔는데 2번이나 그렇게 돈은 뜯기고 나니 정신없고 갑자기 무서워져서 기차에 앉아 혼자 울었습니다. 게다가 그날은 제 생일이였습니다. 이제 괜찮나 싶었는데 제가 기차 좌석이 나와있는 표를 안뽑아와서 좌석을 몰라 아무데나 앉았는데, 그 자리 주인들이 자리를 비켜달라고 해서 저는 여기저기 자리를 쫓겨다녀야만 했습니다. 결국 한국에 연락하여 표를 얻었고 1시간만에 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인포싯을 가지고 있었지만 안코나에 도착해서 어디에서 어떻게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지막막했습니다. 계속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기사아저씨에게 내릴 장소를 말해주고, 버스티켓을 어떻게 사야할지 몰라서 다른 사람들이 버스티켓을 주었고, 그렇게 미팅포인트로 찾아갔습니다. 말도 잘 안통하는 낯선 곳에서 혼자였지만 무섭지 않고 오히려 잘 하고 있는 제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공기와 윷놀이를 챙겨갔는데 러시아 언니들이 공기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공기를 하는 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마법같다고 했습니다. 어떤날에는 저녁을 먹고 시간이 남아서 윷놀이를 가르쳐주고 많은 사람들이 편을 나눠서 게임을 했는데 사람들이 재밌어 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뿌듯했습니다. 한국음식을 할 기회가 없어서 마지막날 저녁에 호떡과 짜파게티를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별로 호의적이지 않더니 호떡을 먹어보니 다들 맛있다고 난리였습니다. 저를 무시하는거 같다고 했던 이탈리아 남자애는 호떡을 먹어보더니 '너는 너희나라 음식에 대해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라고 말했습니다. 근데 짜파게티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검은색이고 꼬불꼬불하고 맛도 새로운 짜파게티는 입에 잘 안맞았나 봅니다. 그래서 저랑 어떤 이탈리아 아저씨랑 둘이서 다 먹었습니다.
한국 초등학생들이 먹는 불량식품도 나눠서 먹고, 반크에 신청하여 가져간 지도들과 직접 한국말로 적은 엽서들을 나누어 주면서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가르쳐 주었습니다. 때로는 태극기의 의미와, 아리랑의 뜻, 한국 헌법 조항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서 부끄럽기도 하고 우리나라에 대해 더욱더 공부해야 되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였던 제가 이번 워크캠프에서는 우리나라를 알려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책임감도 있었고, 한국에 대해 알려 줄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저는 제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낮고 항상 남들을 따라하려고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워크캠프에서 저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제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되었고, 제가 생각보다 강한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경험을 하거나 새로운 것을 할 때마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뭘 느끼고 얻게 될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등등 억지로 생각을 끄집어 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워크캠프에서는 그냥 있는그대로 순간순간의 느낌을 느끼려고 했고,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려고 했습니다.
워크캠프하면서 마음에 안드는 부분도 있고 힘들고 짜증나고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후회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기 싫을 때마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한다'라는 말을 생각했습니다.
만약에 워크캠프를 한번 더 할거냐고 물으면 '하고싶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어떤 나라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궁금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