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모로코, 우여곡절 속 피어난 우정

작성자 윤수진
모로코 CJM1 · PAIN/ENVI 2012. 07 모로코 Rabat

Rabat 1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7월 3일날 카사블랑카 공항을 통해 모로코에 입국한 후, 하룻밤을 카사블랑카에 있는 호스텔에서 머물고 4일 점심 수도이자 내가 참여하는 워크캠프가 진행되는 라바로 향했다. 카사블랑카에서 라바로는 기차로 연결되어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었고, Rabat Agdal역에서 세명의 택시기사에게 워크캠프 장소를 보여준 후 워크캠프 미팅 장소에 도착하였다.
첫째날은 짐을 풀고, 먼저 도착한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점심,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지나갔다. 한국인은 나 혼자인 줄 알았는데 다행히 캠프 내에 같은 한국인이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둘째날에는 참가자들이 거의 도착하였고,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이 시작되었다.
첫째주는 머물고 있는 학교의 정원에 있는 우거진 잡초를 뽑고 화단을 정리했고, 둘째주는 담장에 벽화를 그렸다. 자원봉사자들 중 세 명씩을 뽑아 교대로 아침, 점심, 저녁을 준비했다.
처음 며칠은 몰랐으나 그 이후로 캠프 운영의 미흡함이 보이기 시작했다. 약 20명의 참가자 중 반수 이상이 모로코인이였고 나머지가 다국적 참가자들이었는데, 특히 다국적 참가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숙박시설의 비위생적인 환경이었다. 주방에 개미들이 기어다니고 재래식 화장실은 재래식 좌변기 바로 옆에서 찬물로 샤워를 하게 되어있었다. 처음에 다국적 참가자들은 비열악한 시설이지만 서로 힘을 모아 청소해서 시설을 좀 더 깨끗하게 사용하려고 노력하였다. 다국적 참가자들은 하루종일 주방과 화장실을 청소하면서 애를 썼으나, 현지참가자들과 스태프의 비협조로 주방과 화장실은 금방 더럽혀졌다. 특히 나와 다른 한국인 참가자는 우리가 주방을 맡았을 때 하루 종일 주방을 청소하며 수백수천마리의 개미를 없애기 위해 애를 썼으나 그 다음날 다른 참가자가 주방을 맡았을 때 다시 개미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위생의식에 대한 모로코인과 우리들의 차이는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이었다.
두번째는 참가자들의 인권에 대한 무시였다. 땡볕에 내 허리까지 오는 잡초를 뽑는 일을 하면서, 제대로 된 연장조차 주지 않아 참가자들이 부상을 입는 일들이 속출하였다. 캠프를 주최한 기관은 응급약조차 갖추지 않고(물론 약이 모로코에서 매우 비싸다는 것은 인정한다.), 다국적 참가자들에게 약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였다. 나와 친하게 지냈던 모로코인 친구는 손이 크게 패이는 상처를 입어서 내가 개인적으로 약을 사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인 참가자들을 주축으로 해서 많은 참가자들, 심지어 모로코 참가자들마저 캠프 리더에게 항의하였으나 개선되는 것은 새 연장이 몇 개 추가되는 것이었을 뿐, 기관은 다국적참가자들의 요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캠프가 끝나갈 무렵 다국적 참가자는 나와 다른 한국인 참가자, 대만 참가자 두 명, 프랑스 참가자 한 명 이렇게 다섯 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끝내 해결될 수 없었던 것은 캠프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캠프 공용어가 영어라지만 모로코인이 과반수인 캠프에서 모로코인 스태프와 참가자들은 아랍어를 써서 다국적 참가자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스태프조차 영어를 할 줄을 몰라서 다국적 참가자들의 의견은 미팅에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였다. 게다가 내가 참가한 캠프의 리더는 매우 권위적이며 캠프운영능력조차 매우 미숙하여서 미팅에서 나온 참가자들의 의견은 대부분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일주일 동안 잡초를 뽑았으나 아무것도 심어지지 않았고(자금의 부족으로 기관은 씨를 살 수 없었다고 한다.), 화장실을 청소한 그 더러운 물이 화단에 그대로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내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와서 봉사활동을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저런 일로 지쳐가고 캠프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던 중 둘째주부터 시작했던 페인팅은 많은 보람을 주었다. 도안대로 벽에 분필로 그림을 그리고 페인트를 칠하고 있으며, 모로코 아이들이 구경하러 와서 좋아했고 지나가던 행인들도 격려해 주었다.
캠프에 끝까지 남을 수 있었던 것은, 후반의 즐거웠던 페인팅을 포함하여 힘이 되어 주었던 다른 한국인 동생과의 우정, 그리고 순박하고 정이 많았던 모로코 참가자들과의 우정 때문이었다. 특히 모로코 현지인 참가자들은 다국적 참가자들에게 관심이 많았으며 잘해 주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모로코 친구들과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을 하는데, 모두들 캠프에 있을 동안 많이 힘들었던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때를 그리워하곤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또한 다시 그 캠프로 돌아가라고 절대 못하겠지만, 순박하고 착한 모로코 친구들이 그립긴 하다. 참고로 모로코로 워크캠프를 오려면 기초적인 아랍어나 프랑스어를 알아오기를 적극 추천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참가자들이나 스태프와의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