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에서 만난 낯선 일상, 특별한 추억

작성자 권민희
프랑스 CONC 184 · RENO/ENVI 2013. 07 France, Sainte Agnès

SAINTE-AGNE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고등학생 때 대학생이 되면 학기 중에는 봉사활동을 하고 방학 때는 해외여행을 하는 내 모습을 그렸었다. 봉사활동은 대학생이 되자마자 할 수 있었지만 해외여행 단순히 ‘가고싶다’ 라는 생각만으로는 가기 어려웠다. 겨울방학동안 영어공부도 하고 용돈도 모으면서 다음 여름방학 때는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 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중에 학교 홈페이지에서 국제워크캠프 시행계획을 보게 되었다. 국제워크캠프는 내가 고등학생 때 꿈꿔온 것을 실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하기 전부터 설렜다.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분야를 경험하는 점과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각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나도 한국의 문화를 알릴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단순하게 소비적인 관광여행 보다 훨씬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 이라고 생각되었다.
처음만나는 사람들과 서로 알아가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에게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국제워크캠프는 낯선 환경에서 다양한 문화를 가진 친구들에게 좀 더 쉽게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다. 워크캠프를 통해 사회성을 키울 수 있고 다양한 측면에서 자기성장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체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나에게 화합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 될 것 이라고 생각해 지원하게 되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우리가 하는 일은 한 가지 일을 3주에 걸쳐서 완성하는 식이 아니라 매일매일 하는 일이 달랐다. 그 날 할 일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시는 분(?)들이 매일 아침 7시 30분에 우리를 데리러 오신다. 가까운 곳에 갈 때면 걸어서 갔지만 우리는 주로 숙소에서 꽤나 떨어진 숲속이나 산 위에 올라가거나 계곡에서 일을 하였다. 일이 힘들었냐고 물으면 힘들다 라고도 대답할 수 있고 아니다 라고도 대답할 수 있다. 힘들었던 이유는 모든 일들이 처음 해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기에도 여러 번 적었던 말이지만, 워크캠프가 아니라면 살면서 이런 일 할 일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일할 때마다 들었다. 처음에는 작은 나뭇가지를 자르라고 해서 별거 없고만? 하고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내 팔뚝만한 나무를 자르고 그것들을 또 옮기는 그런 일들을 했다. 어느 날은 돌을 옮기고, 어느 날은 곡괭이질을 했다. 5년 동안 청소를 안했다는 학교 창고를 청소한 날, 험한 산을 올라 도착한 계곡에서 돌을 치우기도 했다. 키도 제일 작고 마른체형인 나는 평소에 운동은 숨쉬기 운동만 해왔기 때문에 친구들 중에 제일 약했다. 창피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던 것이 제일 가벼운 것을 줘도 두 팔을 부들부들 떨었었다. 그래도 나에게 주어진 일이니 힘든 내색 말고 열심히 일했다. 또 그렇게까지는 힘들지 않았던 이유는 아침 일찍 일하러 갔기 때문에 날씨가 선선한 편이었다. 가끔 해가 쨍쨍한 날이면 정말 이러다 죽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다가 죽기 일보직전에 휴식시간을 줘서 완전 힘들어서 못하겠다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일들을 보통 1시 30분까지 했다.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았다. 회의를 해서 뭐할지 정했다. 소풍을 가거나 가까운 시내인 그레노블을 방문했었다.)
숙소에 돌아오면 쿠킹팀이 해놓은 점심을 먹었다. 쿠킹팀은 보통 2시까지 청소하고 점심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첫째 주에는 나라별로 쿠킹팀을 하고 둘째 주 부터는 하고 싶은 사람끼리 했었다. 먹는 것은 정말 잘 먹었다. 김치가 생각나지 않았느냐고 자주 묻던데 전~혀! 평소에 가리는 음식 없이 다 잘 먹고 특히 서양음식을 좋아했기 때문인지 매일매일 배터지게 먹은 기억이 난다.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도 상당히 길고 식사하는 시간도 길었다. 샐러드와 바게트 빵은 매일 준비를 해야 하고, 보통 피자, 파스타, 라자냐, 필라프 같은 음식들을 세 가지씩 준비했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면 디저트로 치즈, 요거트, 아이스크림, 과일을 먹고 마지막으로 커피나 차를 마셨다. 평소에 치즈를 사랑하는 나는 워크캠프 기간 동안에 원 없이 먹고 왔다. 가끔 리더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방문하거나, 마을주민들이 와서 요리를 해주거나 사올 때도 있었다. 그 중 기억에 남았던 음식은 오리 간과 달팽이였다. 내가 쿠킹팀이었을 때는 불고기, 해물파전, 계란말이, 라면, 피자 이런 주로 한국음식들을 요리 했었다. 먹는 얘기가 너무 길어졌다.
일하는 시간, 식사시간 이외는 자유시간이다. 누구는 그늘 아래 해먹에서 낮잠을 자고, 한명은 마당에서 선탠을 하기도 하고, 프랑스 국민 공 놀이인 페땅크를 하거나 배드민턴을 치기도, 줄넘기를 하거나, 맥주한잔을 하기도 하면서 자유로웠다. 따로 레크레이션 시간을 정해놓지 않았다. 어느 날은 서로의 언어를 가르쳐 주기도,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추기도, 카드게임을 하기도 했다. 계획 없이 심심한데 지금 우리 ~~ 하지 않을래? 이런 식이었다. 그게 무슨 일이든지 행복했다. 한국에서도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과는 무슨 일을 해도 함께 있기 때문에 행복했었는데, 여기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3일 째 되던 날 게임하며 하하호호 웃는데 너무 행복하단 기분이 들었다. 마치 이 때까지 맛보지 못했던 엄청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헉! 하는 것처럼 헐!! 너무 행복하다! 그런 행복감이 들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캠프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게 말해서 너무 재미있다며 박장대소 할 만큼의 굵직한 에피소드는 없었다. 소소하고 함께 있었던 친구들 끼리 이야기 했을 때 미소 짓게 되는 에피소드들뿐이다. 나는 사진을 많이 찍어놓지 않았다. 사진 찍는데 집중하는 것보다 그 순간 보고 듣고 느끼는데 집중했다. (그나마 찍어놓은 사진이 있는 카메라를 파리여행 중에 잃어버렸다.) 그래서 순간순간을 사진에 담지 못해서 어떻게 생활 했는지 시각적으론 보여줄 순 없지만 일기장에 매일 적어놓은 소소한 일상들을 읽어보니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 인위적인 추억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추억들이 쌓였다는 기분이다.
슬럼프 이야기를 한다면, 캠프 동안 싫은 것이 없었다. 긍정적이고 털털한 성격 때문인지 텐트에서 자고, 샤워시설이 불편한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슬럼프가 한 번 왔었는데, 열악한 시설에 대한 슬럼프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실망을 했었다. 워크캠프를 신청하면서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었다. 평소에 사교성에 대한 콤플렉스가 커서 워크캠프를 통해 발전을 기대했었다. 평소에 긍정적이고 잘 웃기는 하지만 먼저 말거는 것이 부끄럽고 누가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면 대답만 하는 성격이다. 막상 캠프가 시작되고 여러 친구들을 만났는데, 한국에서의 나와 똑같았다. 먼저 말을 걸어주면 그 때야 입을 열고, 먼저 다가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행히 첫 날부터 동양인의 외모 때문인지 친구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다. 그런데 3일 째 되는 날 일기 쓰며 생각해보니 내가 말을 먼저 건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기대만 하고 노력하지 않는 내 모습에 실망했었다. 하루아침에 사람이 변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 의식하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욕심 부리지 않고 하루에 1%씩 변해야지 다짐했다. 그렇게 조금씩 3주가 지났을 때 내가 변한 것이 느껴졌다. 처음에 마을 주민에게 봉슈! 인사하는 것도 부끄러워서 먼저 인사를 하면 ‘봉쥬르,...’ 들리지도 않게 웅얼거렸다. 3주 째가 되어서야 큰소리로 뽕슈!! 하며 먼저 손까지 흔들게 되었다. 크크 지금 생각해보니 이게 뭐라고 그렇게 부끄러워했나 싶다. 이상하게 처음 보는 마을 주민들한테 인사하는 자체가 너무 부끄러웠다. 처음엔 목소리라도 크게 해야지. 다음엔 인사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인사해야지 나중엔 손까지 흔들게 되었다. 대화 방법도 많이 바뀌었다. 원래 나는 대화를 할 때 묻는 말에 대답만, 대답도 짧은 편이다. 아주 친한 단짝이나 가족이 아니고서야 나에 대해 말하고 상대방에 대해 묻는 것을 하지 않았다. 처음에 대답이 너무 짧으니 스페인에서 온 마이다가 내가 너와 한국에 대해 묻는 것이 싫으냐고 물었었다. ‘아..! 또 나는 변한 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니 물어봐줘서 정말 고맙다고, 영어로 설명하기 부족하지만 한국에 대해 많이 알려주겠다고 했었다. 그 뒤로 내가 한국에서 살아온 이야기, 꿈과 앞으로 도전 할 일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격려해 주니 빨리 친해졌다. 낯선 친구들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또, 나는 매사에 진지한 편이라서 장난을 안치는 성격이다. 그런 성격을 늘 바꾸고 싶었는데 이것도 성공했다. 부끄럽지만, 친구들이 장난치는 걸 따라서 같이 장난치니까 어설프고 어설퍼서 오글거려서 계속 깔깔 웃었다. 한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구경만 했던 물놀이도 하며 옷도 다 젖고 그러면서 턱이 아플 때 까지 웃었다.
나에게는 처음인 것들이 많았다. 해외여행인 것도 처음인데, 사소한 일들도 처음인 것들이 많았다. 텐트치고 침낭 안에서 자는 것도 처음, 등산화까지 신고 험한 산을 등산하는 것도 처음 창피하지만 성냥개비 불켜는 것, 사과깎는 일까지 처음이었다. 친구들과 클럽에 간것도 처음..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의 연속이었다. 스스로 약골이라고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다칠 거 같은 일은 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구경만 하던 나였는데, 친구들이 하니까 나도 용기내서 도전해 본 것들이 많았다. 나는 약하지도 않고 용감한 면이 있다고 느껴졌다. 워크캠프를 지원할 때 기대한 것 이상으로 나는 변해있었다. 그래서 워크캠프 전 파리에서의 나와 워크캠프 후 파리 자유여행을 하는 내 모습이 완전 달라져 놀랐었다. 한국에 돌아가 학교 개강하고 나면 다시 원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은 관성의 법칙을 따르니까 ㅋㅋ) 그래도 변화된 내 모습을 간직하려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