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용기, 랑스돌프

작성자 이소라
독일 IJGD 73113 · ENVI 2013. 07 Rangsdorf

YOUR PIECE IS MISSING IN THE TRAIL NETWORK!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6개월 전, 학교에서 실행하는 말레이시아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한국이 아닌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여름방학에 한 번 더 학교에서 시행하는 글로벌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음을 먹고 찾아보니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었다. 캐나다어학연수, 싱가폴해외취업연수 그리고 워크캠프. 각각의 프로그램의 장단점과 기간, 비용 등을 다 따져보고 고심 끝에 워크캠프를 선택했다. 캐나다어학연수도 정말 좋아보였지만, 말레이시아 어학연수를 갔다 와서 이번에는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다.
워크캠프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한 팀이 되어 한 주제를 가지고 함께 협력하여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친구들과 먹고 자고 함께 생활한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워크캠프가 다른 글로벌프로그램과 차별화된 한 가지 특징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준비하고 계획한다는 점이다. 이 말은 워크캠프 전후로 자유여행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비행기 값을 알아보니 최소 150만원 이였고, 3주간의 워크캠프만 끝마치고 돌아오기에는 비행기 값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면, 휴가를 내더라도 유럽에는 오기 힘들다고 생각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모아둔 돈을 이번 유럽여행에 쓰기로 결정했다. 어릴 적부터 조금씩 모은 돈을 한 번에 쓰려고 하니 손이 부들부들 떨리긴 했지만, 직장인이 되면 돈은 실컷 벌 것이고 돈은 있지만 시간이 없을 것 같아 큰맘 먹고 한 결정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돈이 아깝지 않은 경험을 하고 추억을 쌓고, 또 다른 세계를 만나고 와서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워크캠프 신청을 하고 면접을 보고 합격통지를 받고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고 또 워크캠프가 끝나고 혼자 하는 자유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1학기가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출국 날이 되었다. 비행기를 처음타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혼자서 출국절차를 밟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별 것 아니었다. 직항이 아니어서 경유를 하고 드디어 워크캠프지 독일 베를린에 도착하였다. 말레이시아어학연수처럼 학교에서 단체로 온 것이 아니라 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마중 나온 사람도 없고, 일행도 없고,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한다는 생각에 무서움 반, 설렘 반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워크캠프 시작 4일 전에 미리 도착한 터라, 미리 예약했던 호스텔로 갔다. 4일 동안 베를린을 혼자 관광하고 워크캠프 시작 일에 기차를 타고 베를린 근처 랑스돌프로 갔다. 약속시간보다 1시간 먼저 도착해서 기차역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데 키 큰 아저씨가 오더니 한국사람 이냐고 물어보셨다. 알고 보니 이 지역 워크캠프를 담당하시는 분이셨다. 그 분이 숙소까지 차로 데려다주시고 숙소에 도착해 우리 팀의 리더들, 앨리나와 카트리나를 만났다. 리더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다른 친구들이 하나, 둘 도착했다. 나는 토요일 점심쯤에 팀원 중 가장 먼저 도착하고, 늦게 온 친구들은 저녁쯤에 오기도 했다. 저녁에 다 같이 모여서 자기소개를 하고 어울리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처음 만나다 보니 살짝 어색하긴 했었다. 그리고 우리 팀이 리더들을 포함해서 17명이었는데, 보통 17명 정도면 한국인이 2~3명 정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오기로 했었던 한국남자가 취소해서 한국인은 나 한명이었다. 그리고 일본인이나 중국인, 동남아시아사람도 없어서 우리 팀을 통틀어 동양인이 나 한명이어서 처음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고, 처음에는 정말 외로웠다. ㅜㅜ 하지만, 영어가 그렇게 유창하지 못한 내 말을 알아듣는 친구 한명이 있었다. 마이카라는 독일친구였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내말을 못 알아들어도 그 친구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건 못 알아들어도 그 친구가 하는 말은 알아들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서 단체공지사항도 잘 듣고 있다가 모르는 건 그 친구에게 물어봐서 숙지했다. 말이 통하면 친해진다고, 우리 팀에서 그 친구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장 친하게 지냈다.
나는 독일 베를린 근처 랑스돌프라는 정말 작은 마을에서 워크캠프를 했다. 랑스돌프에 있는 숲 속에서 잡초를 베고, 나뭇가지를 자르고, 때로는 나무를 통째로 뽑기도 하고 숲 속에 길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숲길을 조성하고 워크캠프가 끝나갈 무렵에는 지역주민들을 초대해서 우리가 어떤 일을 했는지, 이 숲이 처음에는 이렇게 잡초가 무성했는데 우리가 이렇게 길을 만들었다는 것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처음 보는 친구들이 모여 협력을 하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보람 있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하지만, 워크캠프에서 꼭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팀원 중 2명씩 짝을 이루어 하루씩 돌아가면서 팀원들을 위해 아침, 점심, 저녁을 만들고 설거지 등 뒷정리를 해야 하는 규칙을 워크캠프 첫 날 다같이 모여서 정했었다. 어느 날은 내가 요리 팀이었는데, 그 전날 요리 팀 친구들이 뒷정리를 하지 않아 나와 다른 친구는 요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그 친구들이 했었어야 했던 뒷정리부터 시작하기도 했었다. 뒷정리는 우리가 다 같이 정한 규칙이고, 이건 너희가 해야 하는 거니까 좀 치워달라고 정중히 말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자기들은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와 함께 요리 팀이었던 친구가 막 화를 내니까 알았다고 하더니 결국에는 치우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와 요리 팀이었던 친구와 함께 아침부터 분노의 청소를 하기도 했었다. ^^ 그 때는 나도 정말 화가 났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친구와 분노의 청소를 한 것도 다 추억이 됐다. 또 그 뒷정리 안 한 친구 2명이 같은 나라 사람이었는데, 이 사건을 가지고 그 나라사람들은 더럽고 게으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만났었던 게으르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의 국적이 어느 나라였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인을 성격이 급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성격이 급하지 않은 사람도 있듯이 말이다. 워크캠프에서 다양한 사건사고들, 때로는 사사로운 갈등들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 또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워크캠프 마지막 날, 모두들 일정이 달라 출발하는 시간도 다양했다. 나는 점심쯤에 출발해도 되서 아침을 먹고 아침에 출발하는 친구들을 배웅을 했다. 점심쯤 되서 그 가장 친하게 지냈던 독일친구와 단 둘이 떠나게 되었다. 기차역으로 가는 차안에서 다 같이 수영했던 호수를 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기차를 타고 그 친구가 먼저 내려야 해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내리려는데 나도 모르게 막 눈물이 나왔다. 다시 보기 힘들다는 생각, 워크캠프가 끝나고 이제 다시 혼자가 되어 여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쉬움과 외로운 생각이 들어 눈물을 펑펑 흘렸다.
워크캠프가 끝나고 의식주를 등에 메고 돌아다니는 달팽이같이 배낭을 등에 지고 혼자 유럽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여행하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색다른 음식들을 먹어보고 경험하면서 또 다른 세계를 만나고 왔다. 학생시절 마지막 방학을 멋지게 마무리한 것 같아 지원하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나에게 기회를 준 우리학교에게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