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 캉칼, 빨래터에서 찾은 힐링

작성자 조아라
프랑스 CONC 074 · RENO 2012. 07 프랑스 캉칼

CANCAL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킹홀리데이를 끝내고 귀국길에 유럽여행을 계획하던 중 워크캠프가 생각이 났다. 평소 가보고 싶었지만 멀어서 쉽게 갈 수 없었던 북유럽인 핀란드에 신청을 하고, 막연히 동경을 갖고 있던 프랑스에서 워크캠프를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1지망은 전통 배를 만드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떨어지고, 2지망이었던 파리 근처, 몽쉘미셸 근처의 바닷가에서 빨래터 보수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프랑스 바닷가의 캉칼이라는 자그마한 도시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프랑스인 4명과 터키인 2명, 체코인 1명, 러시아인 1명, 터키인 2명, 나를 포함한 한국인 2명, 그리고 기술감독인 프랑스인 1명과 그 가족인 러시아인과 아기로 이루어진 팀이었다. 바닷가의 캠프장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했다. 캉칼은 프랑스의 휴양지같은 조용한 도시였다. 첫주는 너무 추워서 침낭으로 부족해 시청에서 담요를 가져다주기도 하였다.
캉칼에서 방치되고 있던 오래된 빨래터를 보수하는 일이었다. 처음엔 수풀이 무성하니 빨래터로는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그렇지만 기술감독님의 지휘 하에 우선 첫 며칠간은 청소부터 시작했다. 풀을 뜯어내고, 막힌 수도도 뚫고, 진흙으로 가득찬 빨래터도 다 치워냈다. 그러고는 빨래터에 지붕을 세우고, 계단도 보수하고, 근처에 주민들이 쉬다 갈 수 있도록 자그마한 벤치도 만들었다.
우리가 가자마자 한 것은 규율을 정하는 거였다. 모두 자율적으로 정해졌다. 알아서 식사도 다 준비해야 하고, 일할 동안 점심을 만들고 챙겨갈 식사당번도 정하고, 마을에 열리는 행사를 알아보고 어디에 참가하고 싶은 지, 쉬는 시간동안은 무엇을 할 지도 자율적으로 정했다.
평일에는 열심히 일을 했다. 버스를 타고 빨래터로 가서 청소를 하고, 식사당번은 장을 보고, 우리 숙소인 캠핑지에서 점심을 만들어 나르고, 육체노동이라 조금 힘들었지만 일하는 시간이 적어 견딜만 했다. 기술감독님께서는 일부러 우리에게 연장 쓰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전기톱같은 공구들 보다는 그냥 톱, 끌, 정 등을 이용했다. 기술감독님께서는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 짧은 영어와 바디랭귀지로 열심히 배워가며 일을 했는데, 따뜻하고 무엇이든 뚝딱뚝딱만들어 내는 모습이 꼭 아버지를 보는 것 같아 워크캠프 기간동안 의지도 많이 되었고, 아버지가 그립기도 했다. 일하던 중 근처 주민분께서 자기가 어렸을 적 여기서 빨래를 하곤 했다며 반가워 하셨을 때 뿌듯하기도 했다.
우리는 거의 오전중에 일을 끝내고 오후에는 근처 바닷가에 해수욕을 즐기러 가기도 하고, 돗자리를 깔고 누워 일광욕을 즐기기도 했다. 저녁에 마을 번화가로 나가 거기서 열리는 음악회를 즐기기도 했다. 마침 내가 갔던 시기가 프랑스 독립기념일과 맞물려 한 곳에서 세 개의 폭죽놀이를 보기도 했고, 올림픽기간이라 자국의 경기를 챙겨보느라 바쁘기도 했다. 각자 잘하는 종목이 다르다 보니 한국에선 잘 볼 수 없는 보트, 농구 등의 생소한 종목을 본다는 게 신기했다.
프랑스에서는 와인이 꼭 우리나라 소주와 같은 느낌이라 저녁에는 와인도 많이 사먹고 카드게임도 많이 했다.
그러나 일이 힘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언어의 장벽이 너무 커서 그랬던 건지 터키에서 온 친구들은 워크캠프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고 결국 둘째주에 워크캠프를 떠났다.
주말엔 캉칼을 떠나 몽생미쉘로 나들이도 가고, 날씨가 좋았던 어느 날에는 모두 밖에 나와 별을 보며 잠들기도 했었다.
시청 담당자분과, 마을대표분의 집에 초대받기도 했다. 각각 프랑스 전통 크레페, 굴도 맛보고, 고등어 구이도 맛보는 등 프랑스의 가정식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시청에서는 우리에게 캉칼의 특산물인 홍합요리를 맛보여주시기도 했다.
빨래터를 청소하고, 보수하고, 지붕도 세우고 모두 끝난 후에는 마을 주민들이 모여 축하파티도 했다. 그리고 캉칼의 모습들이 담긴 사진집을 선물로 받았는데 우리는 여기에 서로 간단히 메세지를 적어 더 뜻깊은 선물이 되었다.
여기서 만난 캠프리더와 생일이 같아 신기했는데 마침 캠프기간과 생일이 겹쳐 캠프 참가자들이 축하도 해주고 자그마한 선물도 주었다.
3주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캠프참가자들과 마을사람들과 동화되어 즐길 수 있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워크캠프가 끝나갈 무렵 짝을 지어 게임을 했다. 동화에서 봤던 것 처럼 계란 한알로 시작해서 계속 물건을 교환하여 더 좋은, 많은 물건으로 교환해 오는 게임이었다. 처음에 거절을 당해 조금 의기소침해졌지만, 파트너의 도움과 마을사람들의 인심으로 금새 계란 한 알은 맥주, 꽃, 자두한박스, 자두잼, 마카로니, 책, 과자 등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낯선 이가 문을 두드리면 경계할 법도 한데 별 거부감 없이 자기가 직접 만든 자두잼을 나눠주고, 집에 예쁘게 피어있는 꽃을 꺾어주고, 자기 마당에 있는 자두를 양껏 따가라며, 더 필요한 건 없냐며 물어봐주던 마을사람들이 너무 고맙다.
긴 외국생활에 바다가 그리워 한적한 바닷가로 선택한 워크캠프가 나에게 이런 마음의 여유로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다.
일이 힘들고, 프랑스어를 쓰는 참가자들이 대다수라 조금 힘들었기에 중간에 워크캠프를 포기한 터키 친구들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가면 다 추억이 된다고 이렇게 힘든 워크캠프였기에 막상 지금와서는 더 잊을 수 없게 되었고, 다양한 사람,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