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진흙투성이, 그래도 행복했던 3주

작성자 김지원
미국 VFP 17-13 · ENVI/CONS 2013. 07 미국 Vermont 주 Montpelier

GREENING THE PARK, VERMON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캐나다 토론토에 인턴을 하고 있었고, 한국 돌아가기 전에 해외 봉사 활동, 그 중 관심있던 워크캠프에 참가하고자 했다. 미국/캐나다 동부에는 많은 워크캠프가 열리지 않아 제일 가까웠던 Vermont 주에 워크캠프를 신청했다. 그 중 Volunteer For Peace에서 내가 참여했던 워크캠프는 3주라는 긴 시간동안 진행되었던 프로젝트였다. 보통 진행되는 2주는 짧고 아쉬울 것 같아, 비용적인 면과 여러가지 이유로 Montpelier에서 진행되는 워크캠프를 신청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동기부여되었던 이유는 Important Remark의 Be ready for hard, physical work 이 한 구절이었다. 쉬운 봉사활동이 아니라 육체적으로 힘든 만큼 더욱 더 값진 추억이 될 거라는 기대로 신청하게 되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워크캠프의 프로젝트 제목은 Greening the park였지만, Park는 내가 생각했던 '공원'이 아닌 준 'mountain' 이었다. 미국에서 제일 작은 주 Vermont의, 미국에서 제일 작은 시청이 있는 Montpelier의 시립공원을 관리하는 일이 주를 이루었다. 기후 특성 상 여름에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비로 인한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둑을 만들고 물길을 새로 만드는 등, 온 몸에 진흙을 묻히고 무거운 연장을 사용하는, 그야말로 막노동에 준하는 봉사활동이었다. 주 5회 아침 8시반 부터 오후 2시까지 일을 했고, 장소는 Montpelier에 있는 모든 Park였다. 작은 사립 초등학교인 river rock 초등학교에서 숙식을 해결했고, 봉사자들의 국적은 스페인(2명), 중국(2명), 터키(1명), 러시아(2명), 아제르바이잔(1명), 한국인(1명) 총 9명이었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10년동안 워크캠프 그룹을 받아오셨다던 리더 아저씨 Geoff (montpelier시 소속)와 직원들 5명, 청소년들 5~6명(미국 직업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는)과 함께 일했다. 직원들은 우리 봉사들의 나이 또래(20대 초반)와 비슷해서 일 끝나고 같이 놀고 먹고 자고 함께 생활했다. 일하는 분위기도 재미있었고 직원 중에 Byron이라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친구 때문에 매일 웃음꽃이 피었다. 일이 끝나면 매일 폭포, 야외 풀장, 강 등으로 놀러가서 수영하고 다이빙하고 놀았다. 밤에는 테이블로 탁구대 만들어서 탁구치고, 자전거 타고 놀러다니고, 시의회 의사당 앞에 가로등 아래서 다같이 수다 떨고, DVD빌려서 영화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봉사자들이 많지 않아 가족처럼 연합된 느낌이 강했다. 모든 활동을 다 같이 하려고 했고, 특히 카드게임과 스파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Vermont에는 워크캠프들이 많이 열렸는데 그중에서도 이 워크캠프에 참여한 것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이 든다. 유일한 한국인 봉사자였음에도 외롭지않았고 친구처럼 가족처럼 다른 봉사자들과 잘 생활할 수 있었다. 참가하기 전에 나의 마음가짐은 해외봉사활동하면서 해외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참가 후에 느낀 것은 그들은 '해외 친구들'이 아니라 그냥 '친구들'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웃고, 웃고, 또 웃었던 기억 뿐이다. 처음 리더 Geoff 아저씨가 해주신 말이 생각이 난다. 3주동안의 긴 시간들, 그리고 어렵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라고 공고했음에도 지원한 우리 봉사자들은 이미 보통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저씨 말처럼 함께 했던 친구들은 어마어마했던 친구들이다.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안 들정도로 같은 나이또래의 같은 개그코드를 가진 친구들이라 힘든 봉사활동이었음에도 행복했던 기억들만 났던 것 같다.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우리 봉사자들 중에서 불운의 사나이라고 불리우는 터키에서 온 '오눌'이다. 부리더 소피아(아제르바이잔)가 봉사자 중 남자가 셋 뿐이라 잃기싫다고 목청을 높여 말렸음에도 남자들끼리붙은 자존심때문에 폴(러시아),이마놀(스페인),오눌(터키)가 13미터 높이의 절벽에서 다이빙을 했다. 그런데 육중한 덩치의 소유자였던 오눌은 엉덩이로 내려오면서 하루종일 아파했고.. 병원을 다녀온 그는 x레이를 찍어봤는데, 본인의 전립선에 멍이 들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오눌은 자전거를 타고 브레이크가 고장나고, 계곡에서 잘못 수영하다가 떠내려갈뻔하고(심각한 상황이었다), 공포영화 때문에 불을 키고 자는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남겨주었다. 또 기억이 나는 사람은 Sue 다. Montpelier Park 앞에 사는 아주머니신데 더운 날 우리 봉사자들을 위해 집에 있는 대형 fan과 그늘을 내리는 천막과 의자들을 세팅해주시고, 아이스박스에 음료수와 쿠키 같은 스낵들을 무한 공급해주셨다. 우리가 있는 숙소에 찾아오셔서 손수건을 한명씩 선물해주시기도 하시며, 지역 신문에 우리를 위한 후원을 받는 글을 기고해주시기도 하셨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들은 정말 많다. 우리가 살던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학부모들, 지역 주민들이 함께 봉사활동을 했던 날이 있는데, 산 꼭대기까지 일정 간격으로 서서 릴레이로 bucket을 주고 받았다. 초등학생부터 학부모, 봉사자들, 직원들 다 함께 하나가 되는 것을 느꼈다. 봉사자들도 지역주민들도 다같이 좋은 추억을 만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Volunteer For Peace라는 Vermont에서 대부분의 워크캠프를 주최하는 단체에서 다른 워크캠프 그룹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적이 있었다. Burlington 이라는 제법 큰 도시에서 만나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에 관한 세션과 토론의 시간을 가지고, 같이 저녁을 먹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에 우리끼리만 있다가 다른 그룹의 봉사자들을 만나니 그들은 우리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지냈고(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엠프, 매트리스, 당구대 등),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다. 매일 막노동?을 하느라 까맣게 타고 옷도 허름하게 입고 다니는 우리와 달리 여유가 넘치고 밝은 그들을 보니 살짝 부러웠던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 벤에서 오눌이 자신이 느낀 게 있다면서 Our team is the best ever.이라고 말했고 다른 친구들도 격하게 동의하면서, 처음에는 다른 그룹이 편해보여서 부러웠지만, 그 봉사자들이 각자 따로 여가시간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But, we are united. 라면서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확인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3주간의 Hard Working은 우리 9명의 봉사자들을 가족처럼 제대로 묶어주었던 것 같다. 더운 햇빛 아래 힘든 일로 땀을 뻘뻘 흘리고 나면 지쳐서 아무도 말 한마디 없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그 시간마저도 편하고 가족같았다. 아직도 서로 많이 그리워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 4학년으로서 바쁜 나날을 지내고 있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날들의 기억은 내 생에 첫 봉사활동, 내생에 제일 힘들게 일했던 3주간의 시간, 그러나 한여름의 꿈처럼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