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바르셀로나, 스페인어와 열정사이

작성자 김주희
스페인 CAT 01 · ARCH 2013. 06 - 2013. 07 Barcelona

TURO DE MONTGROS - ARCHEOLOGY IN CATALONIA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대학생으로서 마지막으로 여유로운 방학을 보낼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이번 여름에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워크캠프는 1학년 때부터 꾸준히 관심이 있었는데 매번 찾아보다가 시간이 안맞을 때가 많아서 포기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럽에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우면서 종강일에 맞춰 워크캠프에 지원하게 되었다. 사실 프랑스에 워크캠프를 가고 싶어서 1지망과 3지망은 프랑스로 정했는데 2지망이었던 스페인으로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쉬웠지만 고등학교 때 스페인어를 전공했기 때문에 관심이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참가 합격을 받았을 때는 한 달 조금 넘는 시간이 남았었고 학기 중이어서 바빴기 때문에 특별한 준비는 하지 못했다. 인포싯에 나와있는 준비물만 챙기고 학기를 마친 다음 날 홀가분한 기분으로 훌쩍 떠났다. 나의 계획은 3일 전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여행을 한 후 2주동안 워크캠프에 참여하고 끝나는 날 파리에 가서 일주일동안 혼자 여행하는 것이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바르셀로나에 가기 몇 일 전에 페이스북으로 다른 나라 친구들이 연락을 해왔다. 몇몇 친구들은 참여하기 전에 참가자 목록과 메일 주소를 받았다며 친구신청을 했다. 그래서 체코 친구와 가장 먼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알고보니 같은 호스텔을 예약했다. 워크캠프에 가기 전에 몇 일동안 함께 여행하기로 하고 출발했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을 때 거의 새벽 한 시정도라서 걱정을 했는데 공항 버스도 잘 되어있고 중심가에는 사람들이 늦게까지 나와서 놀고 있었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았다. 호스텔에 도착했을 때 우연히 체코 친구와 같은 방이어서 3일간 같이 돌아다니고 워크캠프 장소까지도 함께 갔다. 인포싯에는 기차역만 나와있고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기차를 타고 40분 정도 가서 차를 타고 30분을 가야하는 먼 곳이었다. 워크캠프는 고고학과 관련해 청동기 시대 유물을 발굴하는 것이었는데 정말 산 속에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인포싯에 샤워시설이나 자는 곳에 관련해서는 나와있지 않았는데 우리가 지낼 곳의 시설은 너무나 열악했다. 샤워는 간이 샤워실로 야외에 커튼이 달려 있는 형태였는데 바람이 불면 커튼이 열리고 2주일동안 차가운 물로만 샤워했다. 지하수를 끌어오는 것이라서 매우 추웠다. 화장실도 공중 간이 화장실 두 개를 설치했는데 자주 고장이 나서 하나밖에 못 쓸 때도 있었다. 그리고 산 속에 텐트를 치고 잤는데 낮에는 덥고 밤에는 기온이 상당히 내려갔다. 외진 곳이라서 전기도 없었는데 워크캠프에서 준비한 발전기 하나는 작동하지 않아서 밤에는 거의 랜턴을 켜고 지냈다.
워크캠프에는 22명의 친구들과 3명의 캠프리더가 있었다. 국적은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프랑스, 영국, 독일, 홍콩, 캐나다, 스페인, 이탈리아, 터키, 멕시코, 체코 등으로 다양했고 한국인은 한 명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캠프리더들이 적극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준비해주었고 산 속에 우리밖에 없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다. 친구들은 거의 20대 초 중반이었고 또래였기 때문에 잘 통했다. 캠프리더들은 스페인 출신이었는데 우리가 불편한 점이 있으면 잘 들어주고 생활 개선을 위해 노력해주었으며 고고학 관련 강의를 들을 때 영어로 통역을 해주기도 했다. 이 곳은 전기나 불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를 위한 요리사가 매 끼마다 마을 회관으로 올라가서 음식을 해왔다. 일정은 아침 7시에 일어나 8시에는 고고학 발굴 장소로 가야했다. 이 장소는 약 20년이 넘게 발굴을 해왔는데 천천히 정교한 관찰을 하면서 일일이 사람 손으로 땅을 파고 청동기 조각이나 토기를 찾아냈기 때문에 아직도 언제 쯤 완성이 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22명이 세 조로 나뉘어서 지정된 땅을 파야했는데 처음 시작할 때는 힘이 많이 들어 남자들이 곡괭이로 잔디와 돌을 판 후 함께 호미로 계속해서 작업을 했다. 깊이 내려가다 보면 정말 청동기 시대의 유물이 나와서 신기했다. 주로 세라믹 조각이 나왔고 그것들은 바구니에 넣어서 보관을 했다. 일은 2시 정도에 끝났는데 오후에는 고고학에 관련된 전문가들의 강의를 들었다. 이 때 El Brull의 시청에 가야 했는데 캠프하는 곳에서 차를 타고는 15분 걸어서는 한시간 반 정도 걸렸다. 인포싯에는 차를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없어서 캠프 리더들의 차 두 대와 요리사의 차로 이동을 했다. 교통편이 없없기 때문에 힘든 사람들 몇 명만 차를 타고 나머지는 항상 시청까지 걸어갔다. 이 점에 대해서는 캠프리더들이 차를 더 보내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로 저녁을 먹고 나서는 우리들만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메일 박스를 만들어 이야기 하고 싶은 것들을 나누고 함께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불빛도 없었지만 랜턴을 켜고 얼굴을 맞대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놀러갔는데 첫번째 일요일에는 National park로 트래킹을 갔고 두번째 주말에는 토요일에 출발해 아침에는 박물관과 유적지를 살펴보고 오후에는 바닷가에 가서 수영을 했다. 이 날은 바닷가에서 선탠을 즐기고 레스토랑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잠은 호스텔에서 자서 모두 기뻐했다. 항상 일을 하다가 주말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더욱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 주는 다들 지쳐서 첫 주보다 일하는 속도가 느려졌지만 전과 같이 대부분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환경 때문에 벨라루스에서 온 친구가 감기에 걸리고 아파서 두 명이 떠났다. 또 다른 스페인 친구도 몇 일간 집에서 쉬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마지막 몇 일은 아쉬움 때문인지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났다. 3일 정도는 오후에 강의도 없었고 우리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축구를 하고 저녁에는 각 나라의 재미있는 놀이도 하고 게임도 했다. 마지막 밤에는 조금씩 돈을 모아 캠프리더들이 멀리 나가 파티할 것들을 사왔다. 이 날은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밤새도록 파티를 했다. 마지막 날에는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안아주고 눈물을 흘렸다. 이 주일동안 지내면서 안 좋은 일도 있었고 좋은 일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정말 가족같은 사이가 되서 또 만나자고 인사를 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워크캠프 친구들이나 캠프리더와는 문제 없이 잘 지냈는데 어느 날 이 캠프를 주최하는 COCAT 이라는 단체에서 온 두 명의 책임자들 때문에 소란이 있었다. 이 둘은 벨라루스와 그리스에서 온 COCAT 직원이었는데 오자마자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예의 없는 행동을 해서 우리가 경계하게 되었다. 우리가 사는 환경을 살펴보고 개선할 것이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잘 물어보지도 않고 홈페이지에 올릴 사진만 찍고 자신들이 준비한 게임을 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 게임이 정말 위험해서 다칠 뻔한 사람이 많았다. 어떤 친구가 제대로 안전장치도 없고 규칙도 없기 때문에 다치기 싫어서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 했다가 목소리가 커져 약간의 갈등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분위기가 어색해졌고 그들도 더 이상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겠다고 하고 활동이 끝났다. 하루 밤을 텐트에서 자고 간다고 했는데 이야기도 나누지 않고 어색하게 지내다가 떠났다. 하지만 이 일 이후로 워크캠프 친구들은 한 마음이 되어서 하나로 뭉치게 되기도 했다.
워크캠프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고고학을 접하는 것, 캠핑을 하는 것, 유럽에 온 것, 혼자 여행을 한 것도 모두 처음이었는데 어디에 가서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생김새나 국적이 달라도 마음이 잘 통할 수 있다는 것도 느꼈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이 주동안이나 함께 생활하면서 정도 많이 들었고 앞으로도 씩씩하게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워크캠프 친구들을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