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반강제로 떠난 프랑스, 뜻밖의 선물

작성자 송인호
프랑스 CONC 065 · RENO 2013. 08 프랑스

LESCOUET-GOUAREC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우리 학교는 방학이 짧아 4주 밖에 되지않는다.

학교에서 그 방학 4주 중에 무조건 동남아 혹은 유럽으로

봉사활동을 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았기에

나는 유럽 워크캠프에 반 강제적으로 참가하였다.

학교에서 참가지역을 정할 때 나는 가장 마지막 순서였기 때문에

프랑스(CONC 065) / 2013-08-02 ~ 2013-08-23 외에 선택할 것이 없었다.

너무 길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길었다.



반강제적인 신청, 선택권없는 지역선택, 휴가 4주 중 3/4를 차지하는 긴 시간

설상가상의 연속인 이번 워크캠프보고서를 작성해보겠다.



On the way

베트남을 경유해서 갔기 때문에 베트남 까지 4시간, 프랑스까지 12시간,

총 16시간 비행기를 탔다. 오고가는 동안 먹었던 6끼의 기내식은 맛있었지만

좁은 이코노미석이 정말 힘들었다.

인포싯에 경비를 어느정도 가져오라는

말이 없기에 50만원정도 환전해가면 되겠지 했는데 미팅포인트까지 가는 데

TGV 요금만 12만원이 나왔다.

파리 도착한 첫 날에만 식비, TGV, 택시요금까지 16만원을 썼다. 앞으로 20일이

남았는데 앞날이 깜깜해지는 순간이었다.




Meeting

스페인 남녀 각1
러시아 녀1
프랑스 남4녀3
한국 남2
터키 녀1
체코 녀1


미팅포인트에서 까를로스라는 스페인 동갑내기 외 10명을 만나

캠프리더와 Mayor의 차를 타고 캠프장소로 향했다.

캠프장소에서 서로의 이름을 외우는 활동을 했다. 이것은 게임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방식은 다음과 같다.

1.팀을 2개로 나누어 담요를 중앙에 두고 양팀이 서로 다른 쪽에 앉는다.

2.서로 반대쪽 팀을 볼 수 없게 담요로 시야를 막는다.

3.양팀에서 각각 Player가 한명씩 나온다.

4.담요를 내리고 상대편 Player의 이름을 먼저 외치는 쪽이 이긴다.

5.진 Player는 상대편에 합류한다.

이 게임으로 1시간만에 모든 캠프참가자의 이름을 외울 수 있었다.



첫 날은 휴식을 취하고 얘기를 나누었다. 국적, 나이, 애인 등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시아인은 나와 내 친구 단 두명 뿐이었는데

그들은 처음 우리를 보고 조금 놀란 눈치였다. 하지만 이내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친해졌다. 중간 중간에 아시아인은 왜 찢어진 눈을 가졌냐는 등의

다소 차별적인 발언을 해서 기분이 나쁠 때도 있었지만 단순한 호기심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찢어진 눈이 아시아인을 비하할때 많이 쓰는 표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로써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Work

일은 다음날부터 바로 시작했다. 벽을 부수고 시멘트와 흙을 섞어 Joint를 만들고

다듬어지지 않은 돌로 시청 주변에 유럽풍의 벽을 다시 쌓는 작업이었다.

처음에 벽을 부수는 일로 시작하여 재건하기까지 꼬박 3주가 걸렸는데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전 7시 반에 기상하여 9시까지 일을 하러 가야했고 오후에는 오전에

작업한 일을 보수하러 가야했다. 일이 쉽지는 않았으나 어떤 주제에 대한 얘기를

하며 일해서 그리 힘든 느낌을 들지 않았다. homosexual과 tatoo 에 대한 주제를 갖고

얘기했던 것이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다. 스페인 친구는 게이를 자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였고 나에게 오픈마인드를 가지라고 했으며 아무 남자한테나 키스를 해보라고

권했다. 키스 하기 전에는 스스로가 게이인지 알 수 없으며 키스한 이후에 행복한 것이

느껴지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에 동의할 수 없었

으며 동시에 오픈마인드를 갖는 것은 좋으나 오픈마인드를 갖는 것이 내가 한국에

돌아간 이후에 다른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을 말해주었다.

문신에 관해서 나는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보통은 조폭들이 많이 하여

그러한 견해를 갖게되었는데 Carlos(스페인男)는 문신이 하나의 개성이며 스스로의

특성을 나타내는 표현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캠프 후 이에 영향을 받아

문신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Meal


아침은 매우 간단했다. 빵에 잼을 발라먹는 것이었다. 열흘 쯤 지났을 때 이러한

식사에 질려 친구와 라면을 하나 끓여먹었는데, 아침에 이런 걸 먹냐면서

Carlos는 이 음식이 아침에 먹기엔 너무 Heavy 하다는 표현을 썼다.

다른 19살 (한국나이) 프랑스 남자애는 한국인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데

왜 이해가 안가는지 이해가 안갔다. 평소에는 잘 지내다가도 국가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민감해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외국에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는 데

평소에도 애국자인 나로써는 민족이나 국가 얘기를 할 때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

할 수 밖에 없었다.


점심과 저녁 식사는 캠프 참가자들이 팀을 짜고 당번을 정하는 방식으로 준비되었다.

덕분에 각 나라의 다른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는데, 터키의 코프테와

스페인의 오믈렛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나와 내 친구는 한국에서

준비한 불고기 소스와 Mayor가 직접 공수한 소고기를 이용하여 불고기를 만들었다.

다른 날에는 고추장을 이용한 돼지고기 주물럭 , 침치김밥, 야채볶음밥, 오므라이스를

만들었고, 캠프가 끝날 때 한국의 요리는 환상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기분이 좋았다.


프랑스 친구들은 주로 쿠스쿠스라는 음식과 함께 파스타를 만들었으며, 파스타는

한국에서 먹던 맛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Activity

주중에는 주로 낮잠을 자거나 술래잡기와 같은 게임을 하는 것이 주된 활동이었고

주말에는 프랑스 북부 바닷가에 가거나 여러 축제에 참가해 프랑스 전통 춤 공연을

그리고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활동을 했다.


Lesson

정말 간략하게 3주를 요약했다. 이렇게 짧게 쓸 수 있는 이유는 기억에 남는 것들이

많지 않기 때문. 우리는 놀기보다 일을 더 열심히 했다. 주중이나 주말에 했던

Activity들 보다는 일을 하거나 평소에 나누었던 견해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는다.

우리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생활 방식과 다른 기후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의 가치관을 바꿔놓았다. 세상이 훨씬 넓게 보인다. 세상에 한국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깨닫게 되었다.

비록 비자발적인 동기로 신청하게 되었으나 그 어떠한 후회도 남지 않는 캠프였다고

말하고 싶다. 남는 것은 여운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모두의 연락처를 알게되었고

지금도 연락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방학에는 터키 친구를 만나고 터키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 터키로 가기로 결정했다.


이번 캠프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무엇보다 외국어에 대한 교훈이다. 다른

나라 사람을 만들 때 그 나라의 말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큰 관심을

이끌어내며, 무엇보다 좋은 인간관계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스페인,

프랑스, 터키, 체코, 러시아 사람을 만나며 21일간 많은 단어를 배웠다. (데이터

로밍을 전혀해가지 않았기에 할 일은 외국어배우기 밖에 없었다.) 캠프 이후

평생의 목표가 생겼다. 8개 국어를 회화가 가능할 수준으로 공부하는 것이다.

풍부한 언어능력은 풍성한 인생을 만들어줄 것이다.

그 다음으로 큰 교훈은 우리나라의 발전된 테크놀로지(휴대폰)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파괴하고 시간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로밍을 안하다보니

휴대폰을 사용할 일이 적었는데, 이 때문에 사람들과 훨씬 친해질 수 있었다.




결언結言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달콤한 인생中



어느 날 다시 이들을 만나는 꿈을 꾼다면

그때 나는 꿈에서 일어나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달콤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