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새로운 자극을 찾아서, Klein Dammerow

작성자 김종기
독일 OH-W 15 · ENVI/CULT 2013. 07 Klein Dammerow

Gutshaus Klein Dammerow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식상한 자극은 필요없다! 해외로 가야한다!]

사람과의 만남을 좋아하며, 그 속에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고 목표를 성취해가는 것에 대해 중독되어 버린 나.. 이러한 긍정적인 중독 덕분에, 대학생활을 누구보다 알차게 보내고 남는 것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도전하고 경험하는 일들이 분명 다름에도 불구하고 식상하다는 느낌을 받고, 이전에 겪어온 다른일들과 큰 차이점을 못느끼게 되었다. 이런 것이 설마 슬럼프라고 하는 것인가?

'나에게는 이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과 자극이 필요하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나라에서.
전혀 다른 문화.환경.
서로 다른 모습과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이렇게 새로움이라는 것으로 가득찬 곳에서 2주라는 시간동안 지낸다면...?

"그래 바로 이거다..!"

[항상 철두철미하게 준비되어 있던 나.. 무방비상태로 노출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비행기표를 예매해보고, 환승없이 직접 그 나라에 도착해도 불안할법한데, 환승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나의 도전지인 '독일'로 향했다. 독일로 향하는 도중 드문드문 한국인들이 보였지만 그들은 오히려 나의 기피상대! 혼자힘으로 모든 것을 개척하며 독일로 성공적으로 도착하였다.
3박4일간 짧은 자유여행을 마치고, 워크캠프 격전지로 입성! 평소에 영어공부를 게을리한 탓에 2주라는 시간동안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많은 트러블이 생길 것 같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다행히도 한국인 동생 한명을 만나서 함께 워크캠프를 참여하게 되었다.
분명 한국인은 나의 기피상대인데, 이 친구는 든든한 우군이 되었다.

세상은 글로벌 시대라는 말이 맞나보다. 예전같으면 외국인도 신기했을법한데, 국내에서도 외국인들은 워낙 자주보다보니 신기하지도 않다. 이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외국인들도 우리 동양인들을 전혀신기하게 보지 않는다. 이런 긴장감없는 미팅이 될줄이야.

지난 워크캠프 참여자 : "사람들이 대부분 영어를 못하니 걱정 안하셔도 돼요. "

우연히 알게 된 이분은 워크캠프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가득찬 나를 이러한 멘트로 안정시켜 주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영어가 모국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영어를 모국어 마냥 신통방통하게 구사를 하였다. 하하 고생길이 훤하구나..

미팅 처음 1시간 정도는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웠던 아주 기본적인 회화를 사용하여 원활한 의사소통이 잘 되었다. 그러나.. 1시간이 지나자 역시나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하였다.

외국인 참여자들 : '동양인 참여자들은 영어를 참 못하는군..'

그들이 직접적으로 위와같이 말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생각했을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로써 우리는 2주간 어드벤테이지?를 받고 경로우대?와 같은 느낌을 받으며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2주간 자연과 하나가 되다. 물 아 일 체]

워크캠프 참여 전. 내가 기억하는 워크캠프 프로그램들은 분명 테마에 따라서 성격과 활동이 나뉜다. 나는 환경/문화라는 테마를 선택했었다. 물론 내가 이러한 테마를 선택하면서 상상했던 모습들은. 각 나라의 문화도시를 관광하고 이따금 큰 강과 호수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 환경정화를 하고 석양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그런 이상적인?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2주간 숙소를 중심으로 엄청난 스케일로 펼쳐진 정원과 풀밭들을 쉴세없이 걸으며 잡초를 뽑고,베고,자르고,옮기고 나무를 뽑고,베고,자르고,옮기고.. 독일 모기들에게 무료헌혈도
실시해주면서 수많은 곤충들과 스킨십. 그리고 생활도 낮잠도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거의 이루어진 건 정말 지금생각해도 최고이자 최악의 경험이었다. 하하하

[에피소드 1 - 만국 공통어 개그로 승부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우리 동양인들이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다른 외국인들과 점점 친분을 쌓아가며 우리를 소외아닌 소외를 시키게 되었다. 물론 그들 입장에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니지만 본인 같아도 말이 잘통하고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더 편했을 것이다. 무튼 이대로 가다가는 나의 숨겨진 끼들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마무리 할 것 같아서. 그나마 가장 친해진 러시아 친구와 함께 댄스파뤼~를 열었다. 시도때도 없이 흔들거리는 나의 골반과, 음흉한 미소, 그리고 누구나 잘 알 수 있는 클럽음악들을 통해
"난 좀 노는 아이" 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었고, 끼가 다분한 친구라는 것을 어필하여 그들과 큰 대화없이도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에피소드 2 - 내가 요리왕 비룡이다 !]

태어나서 요리 한 번 제대로 해본적이 없는 나는 엄청난 고민에 휩쌓였다. 나름 레시피를 많이 준비해서 갔건만 독일에는 내가 만들 요리의 재료를 팔지 않는단다. 하아 심지어 존재하더라도 캠프리더는 왜 이렇게 못찾고 못사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현실은 현실이고 직시를 해야한다. 어떻게든 새로운 음식을 개발해서라도 사람들에게 제공을 해야했다. 그렇다면...

좋다.

내가 요리왕 비룡이 되어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리라 ~

아침 - 무난한 빵과 우유 시리얼.
점심 - 계란으깬것 + 감자으깬것 + 갈릭 + 양파 + 케찹 + 토마토소스 등등
저녁 - 냄비밥 + 대만산 이름모를 소스 + 감자.당근.양파 볶음 + 토마토소스 + 소금

레시피만 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저게 무슨 요리란 말인가?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 사람들은 저마다 맛있다고 환호성을 질렀고 더 달라고 난리 였다. 외국인 친구들은 물었다. "헤이 ~ 이건 무슨음식이야 ?"

나 : "한국전통음식^^"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한 법.. 나의 이름모를 요리로 인해 한국음식의 위상이 더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 중략 -

[첫사랑의 기억처럼 아련하지만.. 기억속에 묻어둬야 더 아름다운 추억..]

2주간의 일정기간 동안 첫날과 둘째날은 왜그렇게 시간이 안갔는지 모른다. 하루가 48시간 같았던 그날. 모든 것이 불편하고, 낯설고, 의무적으로 대화하고 친해져야한다는 느낌들은 내가 여기에 왜왔을까? 하는 기분도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첫사랑의 시작이라는 것도 처음엔 나자신조차 컨트롤 할 수 없는 감정과 상황에 당황하고 밤을 지새운다. 이 기간역시 비슷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러나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고,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내스스로가 인정하고 적응해 버리니 모든것이 편안해지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가장 아쉽고, 다음 날 일어나는 순간이 가장 설레고 기쁜 것 같다. 다음 날은 어떤 대화를 해볼까. 어떤 시간을 보내볼까. 어떤 상황이 나를 즐겁게 할까 라는 나의 기대감은 하루의 시간을 24시간에서 1시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2주라는 시간은. 시간의 법칙을 거스르고 순식간에 흘러갔다.
헤어짐은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아주 허무하게.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 졌다.
어쩌면 모두들 나와 비슷하게 '조만간 다시 볼 수 있는데 뭐그래?' 라는 마음이었을까?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구 반대편. 혹은 비행기가 아니면 영원히 다시 갈 수 없는 그 곳..

이런 헤어짐에는 다들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을까?

한국으로 돌아오는 내내 멍했다.. 마치 꿈을 꾼 것 처럼. 불과 몇일 전의 일인대도 몽롱한 기분은 거울앞에선 나의 눈동자 초점을 잃게 만들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고 기억속에 남아야 더 빛을 발한다고 했다.

2주간의 짧은 시간동안 함께 동고동락하고, 셀 수 없이 많은 추억들을 만들었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그들도 그들의 고향이 있고, 집이 있고, 그리운 친구들과 가족들이 있을 것이다. 비록 서로 헤어짐을 실감하지 못한 체. 헤어졌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항상 기억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추억하고 늘 함께하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치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