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인도에서 찾은, 경험의 조각들

작성자 임상혁
인도 FSL-SPL-215 · cult/cons 2013. 08 India, Dharamshala

Dharamshala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올해 6월, 교환학생 학기를 마친 나는 대학교 4학년이 되기 전 마지막 자유로운(?) 방학을 맞이했다. 곧 있으면 4학년이 되고 장래를 위해 큰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시기였다. 그러한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나는 여러 주변 인생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 중 결정적인 조언은 ‘선택을 하기에 앞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는 말이었다. 그렇다. 나는 똥인지 된장인지 표시가 되어 있어도 내가 먹어봐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시작했다. 이 마지막 자유의 방학 동안 두 번의 워크캠프를. 잊지 못할 경험, 낯설고 새로운 환경, 그 속에서 말로 다 못할 많은 배움과 추억들... 첫 번째 워크캠프는 유럽 북부의 작은 섬 아이슬란드에서 있었고 이번 인도에서의 워크캠프는 두 번째 캠프였다.
인도, 말로만 들어오던, 유럽보다 가깝지만 나에겐 더 생소했던 나라. 과연 인도는 어떤 곳일까?
길에는 소가 다니고 사방에서 릭샤들이 나를 불러대며 여자들은 사리를 입고 곳곳에 인도의 신들이 있다. 길거리에는 짜이(밀크티) 장수들이 아침부터 차를 끓이고 있고 길에는 쇠똥과 쓰레기가 난잡스럽게 널려있는, 거미줄 같이 복잡한 인도의 뒷골목을 가로지르는 오토바이와 자전거...
정말 웃기겠지만 이 모든 것이 사실이다. 물론 거대한 인도는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지만 인도의 첫 인상은 내 모든 정신을 앗아갔다. 내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한 지역은 인도 북부의 Himachal Pradesh 주의 Mc Leodganj 옆, Dharamkot 이었다. 이 지역은 산간지역으로 네팔, 파키스탄과 근접해 있고 히말라야 산자락에 위치해 기후는 수도 델리와 남부에 비해서 서늘한 편이었다. 다만 7월~9월 초까지 인도는 ‘몬순’기간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데, 산간지방은 비가 더 많이 내리는 편이었다. Mc Leodganj가 작은 산골마을인데 비해 관광객이 많은 이유는 이 지역에 티벳 난민들이 집중되어 있고 티벳 불교 사원이 융성해 있으며 달라이 라마가 방문하는 장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워크캠프중에도 문화활동 시간에 티벳의 상황과 티벳 문화에 대한 활동이 많았고 상당히 흥미로웠다.
나는 유럽에서 인도의 수도 델리로 항공편으로 이동 후 장거리 버스를 이용, 워크캠프 활동지역으로 향했다. Mc Leodganj에서부터 다른 외국인이 보여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워크캠프 참가자였다. 부랴부랴 미팅 포인트로 향해 도착하니 이게 왠걸, 참가자는 원래 10명의 두 배인 20명이나 되는 큰 팀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우리 팀. 캐나다, 인도, 프랑스, 독일, 그리스, 그리고 대한민국. 한국인은 나 혼자였지만 모두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우리가 맡게 될 일은 산간의 한 작은 학교에 벽을 만들고 교실을 가꾸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었다. 비가 오는 날씨에 쉽지 않을 일. 만만치 않을 하루가 예상되었다. 이튿날 아침부터 계속된 비로 우리 팀은 색다른 시간을 가졌다. 몸으로 의사소통을 전달하고 다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 단체 게임을 하며 협동의 중요성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느꼈다. 이윽고 오후에 비가 그치고 우리 팀은 학교로 향해 본격적으로 일에 착수했다. 팀 스피릿을 강조한 팀이어서 인지 모두가 적극적이고 열심히 작업에 임했다. 열악한 작업도구, 흐린 날씨, 익숙하지 않은 힘겨운 일이었지만 모두가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했고 작업 중간의 짜이타임(밀크티를 마시며 쉬는 시간)에는 다 함께 찻잔을 들고 꿀 같은 휴식을 취했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면 보통 자유시간을 갖거나 문화활동이 예정된 날에는 단체로 이동했다. 주로 참여했던 활동은 티베트 난민들의 장소를 방문하고 그들의 현실을 알리려는 노력과 문화, 역사를 지키려는 노력을 보고 느끼는 것이었다. 우리 팀은 저녁을 먹고 난 후에는 주로 숙소 근처의 카페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그 카페에 가면 우리 팀원들이 있었고 홍차나 팬케익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우리 일과 중 또 다른 일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었다. 우리가 수업을 한 건 아니었지만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 팀원들은 항상 고민하고 준비를 한 다음 교실에 들어갔다. 다행히도 인도 아이들은 순수하고 우리에게 많은 성원을 보내주었다. 자기 소개를 한 이후에는 내 이름을 불러주는 아이들이 너무 고마웠고 많이 주지 못했지만 아이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은 것 같다. 가끔은 작업 휴식시간 중 몸이 피곤해도 아이들과 노느라 피로를 잊을 수 있었고 아이들도 쉬는 시간에 나와 우리 작업을 도와준다고 모래를 나르곤 했다.
워크캠프 3주차에는 3박 4일로 트레킹을 떠났다. 우리 숙소 뒤편은 히말라야 산맥으로 트레킹으로 꽤 유명한 지역이었다. 큰 배낭을 짊어지고 돌계단을 오르내리고 습한 산길을 다니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또, 침낭과 매트를 깔고 산간 롯지에서 밤을 보낼 땐 때로는 춥기도 했다. 그래도 모든 힘듦은 산 위에서 우리가 걸어 다니던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 보고 아름다운 무지개와 구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느낄 때 눈 녹듯 사라졌다.
나이도 국적도 직업도 생각도 모두 달랐던 우리들. 하지만 히말라야 산자락을 오르내리며 그들과 한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보석 같았다. 국가별 발표가 있을 때에는 서로 견해와 입장 차이로 많은 토론과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길 위에서의 우리는 모두 큰 뜻을 품고 이곳에 모인 참가자였다. 트레킹을 마치고 하산해 이제 각자의 길로 떠나는 날. 버스를 타고 멀어지는 마을을 보며 내 마음속에는 팀원들의 따뜻한 마음과 순수한 인도 아이들의 미소, 티베트 사람들의 희망이 있었다. 막막했던 미래를 고민했던 시간들이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로 희망을 갖고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서로의 자리로 돌아가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는 별처럼 이 세상을 밝히고 있으니, 나는 결코 홀로 어둠 속에 갇혀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