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고래와 함께 숨 쉬는 레이캬비크의 여름

작성자 이한진
아이슬란드 SEEDS 030 · ENVI 2012. 06 - 2012. 07 레이캬비크 (수도)

Meet us - don’t eat us (2:6)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이번 워크캠프는 아이슬란드의 고래를 보호하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Meet Us Don’t Eat Us!’라는 구호 아래 고래 고기를 먹지 않는 대신 고래를 좀 더 평화로운 방식으로 만나는 것을 유도하는 것이다. 책이나 다큐멘터리, 박물관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만나볼 수 있지만, 직접 바다에 나가 고래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프로그램은 인기 만점이었다. 우리도 이러한 매력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자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현재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ik)에는 6개의 고래 관찰(Whale Watching) 관광 프로그램 운영 중인데, 북쪽의 후사비크(Husavik)의 3개의 프로그램과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 우선 관찰할 수 있는 고래의 종류가 조금씩 다른데, 북쪽에서는 험백 고래(Humpback Whale)를 자주 볼 수 있는 반면 이 곳에서는 작은 밍크 고래(Minke whale)를 만날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아울러 후사비크의 프로그램은 아이슬란드의 전통적인 작은 배로 운영하는 반면 레이캬비크 팍사 만에서는 좀 더 먼 바다로 나가기에 큰 현대식 배로 운영되고 있다.

역시나 1시간을 항해하여 먼 바다로 나가 고래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파도가 높을 때는 배 멀미가 심해졌고, 망망대해 속 언제 어디서 고래가 나타날지 모르는 채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밍크 고래가 보여주는 등지느러미는 우리들에게 대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해주었다. 비록 사는 영역은 다르지만 같은 지구를 살아가는 생명체로서 더욱 아끼고 지켜주고 싶다는 다짐을 마음 속에 굳게 다지게 되었다.

그렇게 돌아온 뒤로 우리는 매일 매일의 일정을 통해 더욱 열심히 고래 보호 캠페인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러한 진심이 사람들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았다. 어느덧 캠페인 참여 서명이 1천 명을 넘어서자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게 되었는데, 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우리는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더욱 사람들로 하여금 의미있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아울러 효과적인 캠페인의 진행방식은 무엇인지 말이다.

사실 고래를 보호하는 이번 캠페인은 아이슬란드의 봉사단체인 SEEDS와 IFAW (International Fund for Animal Welfare)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워크캠프를 통해 전 세계의 젊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9년 전 설립된 IFAW에서 관광객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위의 슬로건을 갖고 2년 정도 진행해오고 있었는데, 여러 논란이 있기도 했다. 아이슬란드의 경제에서 어업이 갖는 큰 비중에 따라 고래 보호에 다른 의견들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고래관광 사업자들의 정치적인 입장과도 떼어놓을 수 없기에 아이슬란드 국민들에게도 민감한 문제라는 점이다. 그래서 캠페인의 대상은 주로 독일과 미국 등에서 온 관광객들에게로 초점이 맞춰졌는데, 이따금씩 아이슬란드인들로부터 공개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다. 처음엔 무섭고 위축되었지만, 양쪽의 입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나누는 시간을 가지며 차츰 용기를 갖게 되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하나의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있어 목표와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좋은 취지의 캠페인도 어떤 관점과 과정을 통해 접근하는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체득할 수 있었다. 사실 캠페인에 참여한 친구들 대부분이 고래 보호에 관해 경험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다른 나라에 모여 낯선 캠페인을 처음 마주하게 되다보니 쉽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또한 짧은 시간 안에 찾아볼 자료나 캠페인의 세부사항 등에 관한 사전 교육도 어느정도 부족했던 점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최근에 직면하고 있는 환경보호에 관한 복잡한 이슈를 가까이에서 경험해볼 수 있었던 점은 충분히 가치가 있고 고무적인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