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12명 친구들과의 특별한 만남

작성자 엄지혜
아이슬란드 WF102 · ENVI 2013. 08 Hveragerti

Flower Festival in Hveragerð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 배낭여행이다 뭐다 해서 단순히 여행을 떠날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 머무르고 함께하는 만남을 얻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것이 바로 워크캠프였다. 유난히 더운 한국의 여름을 벗어나 시원한 곳으로 가고 싶어서 선택한 곳이 바로 아이슬란드였다. 사실 아이슬란드 하면 ‘오로라’ 가 유명하다고 해서 끌린 것도 없잖아 있었다. 신청까지 다하고 합격까지 하고 나서야 오로라는 겨울에만 볼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 아쉬움도 잠깐 처음 가는 해외여행에 매우 들떴다.

항공편에 문제가 있어서 만나는 날보다 하루 늦게 도착해서 첫날 관광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 팀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총 13명으로 12명이 여자이고 1명이 남자였다. 보통 남자, 여자 비율이 5:5가 되도록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남자가 부족해서 좀 아쉽기도 했다. 어쨌든, 우리 조장 이탈리아인 알리(Ali), 친구끼리 같이 지원한 덴마크인 아누(Annu)와 쿠키(Kukkis), 프랑스에서 온 예쁜 엘리스(Alice)와 유일한 남자 플로(Flo), 스페인에서 온 아나(Anna), 비비(Vivi), 이띠아르(Itiziare), 오스트리아에서 온 제니(Jenny)와 아그네스(Agnes), 한국에서 온 혜정이 언니와, 내 친구 보영이까지 우리는 2주를 지내게 되었다.

우리의 스케줄은 이랬다. 월~금은 아침 9시-12시, 1시-5시까지 봉사활동을 하고 그 이후는 자유 시간, 그리고 주중에는 같이 여행을 가는 식이었다. 보통 워크캠프를 갔다 온 사람들 말로는 할 일이 없었다, 주로 오전에 끝내고 오후에는 놀러 갔다는 식의 얘기를 들은 게 많았는데, 우리 워크캠프 팀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안 그래도 흐리고 비가 거의 매일같이 오는 아이슬란드 날씨에서 우리는 아침마다 우비를 쓰고 봉사를 하러 갔다. 우리의 테마는 'environment' 이었는데, 동네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 같은 곳에서 잡초를 캐고, 화단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마지막 날에는 작은 묘목을 심으로 가기도 했다. 여튼 매일같이 밭을 매러가는 아낙네의 기분으로 낫이나 삽같은 장비를 들고, 일을 하러 갔다. 지루하고 재미없게 보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팀원들과 수다를 떨면서 하다보면 금방금방 일이 끝났다.

진짜 워크캠프는 봉사활동이 끝나면 이루어진다. 우리는 비키니를 들고 수영장으로 바로 직행했다. 숙소에 샤워실이 없어서 씻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수영장이 잘 되어 있어서 매일같이 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싸늘한 가을 날씨이기는 했지만 물도 따뜻했고, 사우나나 온탕도 충분히 구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거나 하면서 놀았다. 또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빠질 수 없었다. 다 같이 마트에 가서 오늘 음식을 할 재료를 사오고, 그들이 준비한 자기네 나라의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기억에 나는 음식은 아그네스가 해준 Schinkenfleckerl(싱켄플렉케를)이라는 음식인데, 햄과 작은 조각의 누들로 이뤄진 것으로 맛있었다. 또 아누와 쿠키가 해준 햄버거와 감자튀김도, 제니가 해준 오스트리아 음식도 다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우리 한국인 삼인방은 불고기와 밥을 해서 대접해주었다. 혜정이 언니가 준비해온 덕에 김이나 호떡믹스도 같이 해주었더니, 굉장히 맛있다고 좋아해주어서 고마웠다. 아 그리고 Party time 또한 빼놓을 수가 없는데, 위층의 다른 워크캠프 사람들이랑 같이 모여서 ‘강남스타일’ 춤도 추고, ‘빠빠빠’ 도 가르쳐주었더니 계속 폴짝 폴짝 뛰어 우리들을 계속 웃기게 만들었다.

이밖에도 같이 등산을 해서 흐르는 온천에 간 일, 빙하를 보러 간일, 비오는 날에 홀스 라이딩 한 일, 마지막 날 축제에서 같이 불꽃놀이를 본 일, 와이파이를 쓰로 카페 rose와 베이커리에 매일 같이 간 일 등 너무 즐겁고 재미난 일들이 많지만 다 풀어놓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아직도 워크캠프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해주고 싶다. 단순한 배낭여행에서 느낄 수 없는 끈끈한 우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워크캠프 전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기 위한 준비에 너무 치중하면서, 워크캠프에 대해서 준비를 많이 하지 못했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더 참여할 계획이다.

비록 사전 INFO에 나와 있는 것과 다르게, 숙소환경은 많이 열악했고(다른 팀과 가스레인지와 냄비 등을 공유해야 했다), 숙소에서 와이파이도 터지지 않았지만, 또 세탁을 할 수 있는 장소도 확실치 않는 등 문제가 많긴 했지만 집 나오면 원래 다 고생이라고 생각하고 또 편안하게 받아들였더니 별로 큰 문제는 아니었다. 와이파이가 안 되는 만큼 우리 팀원들끼리는 얘기도 안이하고 게임도 많이 했으며, 다른 워크캠프 팀과 가스레인지 등을 공유하면서 그 팀원들과도 더욱 친해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족한 점이 많아서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욱 풍족한 2주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