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몽골 초원, 스물다섯 청춘의 여름

작성자 지연정
몽골 MCE/11 · AGRI/KIDS 2013. 08 수도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초원

Orphange's farm-5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한국이 한창 무더위로 고생하던 한여름, 언제 어디서나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몽골로 워크캠프를 다녀왔습니다. 2013년 8월 5일부터 8월 18일까지 총 14일 동안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약 한 시간가량 떨어진 광활한 초원 위에서 열린 Orphanage's Farm에 참가했습니다. 캠프에 참여한 인원은 총 25명으로 몽골인 호스트 3명, 한국인 4명, 미국인 1명, 일본인 1명, 사정이 생겨서 이틀 만에 떠나버린 이탈리아인 1명, 뒤늦게 합류한 프랑스인 4명, 타이완ㆍ홍콩인 11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많은 인원답게 하루하루가 시끌벅적하고 활기찬 나날들이었습니다. 기온 차이가 큰 몽골 날씨로 인해 아침저녁으로는 패딩을 입고, 해가 쨍쨍한 한낮에는 반팔을 입고 다녔습니다. 하루씩 번갈아가며 요리팀, 청소팀 각각 4명을 제외한 나머지 봉사자들은 아이들과 함께 밭에서 일손을 도왔고, 하루일과가 끝난 저녁에는 아이들과 게임을 하거나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프로그램이었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무엇을 목표로 활동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또 날씨가 나빠졌다거나 상황이 바뀌었을 때 일정이 어떻게 되는 건지 알려주지 않아서 답답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날그날 닥치는 대로 농장 일을 돕거나 숙소 주변 쓰레기를 줍는 등의 봉사활동을 해서 캠프가 끝났을 때 농장에 도움이 되었다는 성취감이 크지 않았습니다.
둘째, 고아원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고, 서투른 영어로 조금씩이나마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무척 좋았지만 무언가를 함께 하기보다는 늘 일방적으로 진행되어 아쉬웠습니다. 하루는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러 먼 길을 걸어 맑은 냇가에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빈 물통을 하나씩 들고 갔고 참가자 전원은 맨손으로 따라나섰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물싸움을 하는 내내 물을 피하려고 도망 다니는 것보다 함께 물싸움을 하는 것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셋째, 참가자들 사이에서 충분한 교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워크캠프의 장점 중 하나는 국적별로 참가자 수에 제한을 두어 보다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참가자 25명 중 거의 절반이 중국어를 사용하는 참가자였습니다. 영어가 공용어임에도 이들은 영어보다 중국어를 이용해 소통했고 자연스레 무리를 이루었습니다. 한 참가자가 제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되물었더니 제가 중국인인 줄 알았다고 사과를 하는 일이 두어 번 있었는데 이때는 무척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생길 경우 호스트가 중간에서 중재를 해야 하는데 그러한 노력을 보이지 않아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워크캠프에 참여할 때 사람들 간의 교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라 아쉬움이 더욱 컸습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곧게 섰을 때 시야를 가리는 게 하나도 없는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14일이나 되는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복잡한 일들을 모두 내려놓고 떠나서 아무런 압박감 없이 곁에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일손이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무척 좋았습니다. 오들오들 떨며 참가자들과 함께 별이 가득한 밤하늘과 얼떨결에 별똥별까지 보았던 그날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생전 처음 20여 명 분의 음식을 만들고, 모국어가 아닌 영어라는 제3의 언어로 참가자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면서 또 하나의 추억이 늘었습니다. 한창 발전하고 있는 몽골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한국도 유럽도 다가 아닌 더 큰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워크캠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