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보르도, 8명의 친구들과 특별한 여름

작성자 이선아
프랑스 CONC 001 · RENO 2013. 07 보르도

APPRE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뜨거운 햇볕아래, 이미 파리에서 일주일 간 여행을 마친 뒤, 보르도로 향했다. 워크캠프를 시작하는 날이였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고, 무거운 짐을 이끌며 이동을 하다 보니 정말 설레고 기뻤지만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한 채 기차역에 내렸다. 다행히도 "CONCORDIA WORKCAMP" 라는 팻말을 들고 바로 앞에서 리더 니콜이 반겨주었다. 나와 다른 생김새에 조금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멤버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향했다. 사전 훈련워크샵 때 보통 15명 정도가 한 팀을 이룬다고 해서 많은 친구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8명의 친구들과 함께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을 뿐 더러 찬물샤워까지 각오하고 갔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이 친구들과 정말 친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간 숙소는 신축건물이었다. 정말 운이 좋게도 좋은 숙소에서 지낼 수 있어서 모두들 마음을 놓은 것처럼 보였다. 간단히 식사를 끝내고 짐을 풀고 다 같이 모여 자기소개를 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보내며 하루를 마쳤다. 내가 참여하게 된 봉사활동은 목공선박을 만드는 일이였는데 일을 하기 전 2일간의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아직은 서먹한 친구들이지만, 잘 되지 않아 손짓과 눈치를 보는 영어 실력이지만 서로 배려하며 이야기를 하도록 노력했다. 2일간의 시간동안, 보르도에서 열리는 뮤직페스티벌도 가고, 보르도에 사는 여자리더인 풀린의 지도하에 보르도를 걸으며 이 곳 저 곳 파리와는 다른 매력을 설명 듣고, 앞으로 일하게 될 작업공간에 가서 기구 사람들이랑 인사도 나누고 바비큐파티도 하며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잘해보자!’ 라는 마음을 다질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 목공 선박을 리모델링한다는 정보를 듣고 갔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작고 허름한 배였다. 내가 봉사활동을 하러 이곳에 왔는데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나서 오히려 하나하나 목공기술을 배워가며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다.
우리 팀 11명과 Concordia팀 까지 해서 대략 20명 정도의 점심식사를 매일 준비해야 했다. 리더들의 주도로 하루에 2명씩 팀을 이뤄 쿠킹팀을 만들어 아침준비와 숙소 청소, 간식과 점심 그리고 저녁까지 준비하기로 했다. 바로 다음 날, 리더인 니콜과 함께 나의 쿠킹데이였다. 20인분의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니콜과 힘을 합쳐 점식식사를 시간 맞춰 준비할 수 있었다. 저녁에는 ‘코리안데이‘라고 친구들에게 소개하며 한국에서 가져간 불고기 소스를 이용해서 불고기를 만들고 계란말이와 밥을 준비해줬다. 모두들 맛있게 먹어준 덕분에 힘들었지만 뿌듯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이렇게 돌아가면서 쿠킹데이를 하게 되니 각 나라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고, 또 요리를 할 때 꼭 각자의 쿠킹데이가 아니더라도 서로 돕고 웃으며 요리를 하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제는 친구들과 있으면 별거 아닌 일에도 그냥 하하호호 웃음이 나오며 기분 좋게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봉사할동은 하루 4-5시간 정도 작업공간에서 일을 했다. 이포컴, 벨지안, 이과누동, 카누웨이 이렇게 4종류의 배가 있었다. 함께 워크캠프에 간 다인이와 나는 이곳의 대장님인 베르나를 선장님이라고 불렀다. 선장님은 이 배들을 올 해 여름에 띄우는 것이 목표라고 하시면서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일을 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 낯선 기계들과 서툰 솜씨였지만 선장님의 지도하에 하나씩 완성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이탈리아에서 온 Giulia와 나는 어느새 baby~라는 애칭을 만들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작업을 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는 자유시간이였다. 하루는 집 앞 공원에 나와서 한국 게임들을 알려줬었다. 땅따먹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참참참 등을 알려줬는데 그 중에서도 참참참의 인기는 말로 할 수 없었다. 모기한테 뜯기는 줄도 모르고 한 시간 넘게 잔디밭에 앉아서 했던 참참참시간은 나뿐만아니라 친구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친구들이 소개해준 핀란드게임, 프랑스게임 등 다양하게 각자의 나라의 문화를 알려주며 서로에 대해 또 서로의 나라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는 시간들을 가졌다.
두 번째 주말에는 베르나선장님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2박 3일 동안 텐트생활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다르다고 느꼈던 첫 번째 점은 술을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한국에선 다같이 MT를 가거나할 때,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놀지만, 이 친구들은 맥주나 와인을 즐기며 휴식을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전시간에도 운동을 하고 정원에 누워서 책을 읽거나 노래를 들으며 한국에서는 할 수 없었던 휴식문화를 배웠다. 또한 보트를 탈 때도 바람에 보트를 맡기고 경치를 감상하거나 누워서 낮잠을 자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낯설고 심심하고 따분하게 느껴졌지만, 새로운 문화를 배울 수 있어서 지금 돌이켜보면 조금 더 즐기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는다. 여유를 즐기며 있는 도중 하루는 와인공장에 견학을 갔다. 보르도의 명물인 포도로 만든 레드와인을 맛을 그리며 한국에 올 때 사왔지만 친구들과 먹던 장소, 시간이 아니여서 그럴까? 보르도에서 먹던 맛은 나지 않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오전에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여가시간을 보냈다. 서로의 언어에 대해 알려주며 동영상을 찍고 한가롭게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쇼핑을 하러가거나 피크닉을 가기도 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오후활동은 비치에 놀러간 것이다. 영롱한 파란 빛의 비치에서 수영도 못하는 나를 이끌어주며 같이 파도타고, 모래성을 쌓고, 발리볼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내가 뭘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 이런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두 번째 주에는 어색함은 물론, 헤어짐에 대한 생각도 없이 가장 재미있게 보냈던 주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 주에도 오전에는 봉사활동, 오후에는 자유시간을 보내며 슬슬 헤어짐에 대한 준비를 해야만 했다. 이제는 너무 정이 들어버려 이 친구들 없으면 나는 언제 또 이렇게 웃으며 지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지난 시간동안 더 많은 것을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 한편으론, 빌레라는 친구가 나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 설레임으로 보낸 일주일이기도 하다. 일시적인 감정인 줄 알았지만, 지금까지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하고 지내고 겨울에 한국에 꼭 올 것이라는 약속까지 하면서 한국인인 나를 좋아해준다는 것이 너무 고마웠고, 나라와 언어, 생김새는 다르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그 전의 나와 다르게 워크캠프를 통해서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워크캠프의 마지막 날, 4개의 배 중에서 가장 먼저 완성된 카누웨이를 물에 띄워 첫 번째로 탈 수 있었다. 내가 만든 배와 내가 만든 바켓으로 선장님과 함께 모든 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보팅을 했던 순간엔 3주간의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가면서 코끝이 찡해왔다. 마지막 날을 아쉬워하며 파티를 하고 우리의 헤어짐이 하늘도 슬펐던 것일까 3주 동안 한 번도 오지 않았던 비는 천둥번개와 함께 내리고, 빗속에서 밤새 노래를 틀고 "see you soon!"을 외치며 아쉽게 마지막 날을 보냈다.
처음에는 두려움, 시간이 지나며 설레임, 기대를 가지고 3주동안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가 언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핀란드, 벨기에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서로 요리를 해주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수다를 떨 수 있을까.. 워크캠프를 신청한 일은 나에게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을만큼 손에 꼽을 평생에 잘한 일이다.
아직도 밤마다 침대에 누워서 사진을 보며 그리워하곤 한다.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 내 편이 되어주는 친구들, 아름다웠던 3주간의 일기, 1400장의 어마어마한 사진들, 그리고 음식이 너무 잘 맞아 쪄버린 살까지 워크캠프는 나에게 가장 특별한 의미로 남을 것이다. ‘아, 다음에 또 참가하고싶다’ 라는 마음을 심어줄 정도로 나의 마음가짐을 바꿔준 소중한 시간이였다. Nicolas, Pauline, Balab, Giulia, Ville, Carmen, Adelie, Erman, Adrian, 그리고 내 친구 다인이까지 기회가 된다면 11명 다시 꼭 만나서 옛날 얘기를 하며 다시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