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베니스, 12개 국적의 특별한 봉사

작성자 이수연
이탈리아 Leg10 · ENVI 2013. 07 베니스

Venezia - Isola della Certosa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네덜란드 교환학생을 지원하면서 이것만큼은 꼭 해보고 오리라 마음 먹었던 몇 가지가 있었다. 그 중 첫번째는 단연 봉사활동(워크캠프). 교환학생 중에 하게 되면 이름도 거창한 해외 봉사활동이 될 뿐 아니라 또 봉사에만 집중하며 사는 삶을 짧게 2주라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교환학생 시작 전에 가진 이 마음가짐은 교환 생활 반 년이 지나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봉사에 대한 유럽 친구들의 성숙한 생각과, 6개월동안 나를 너무도 잘 품어준 유럽에 대한 고마움으로 그 성숙한 생각을 닮고 싶었고 그 고마움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었다.
귀국 3개월 전 베니스 워크캠프를 신청했고 귀국 1개월 전 워크캠프를 위해 네덜란드에서 이태리로 떠났다. 약 1년 간의 교환학생 후 가게 된 워크캠프. 기분이 참 묘했다. 이 워크캠프가 나의 1년 유럽 생활을 마무리 하는 듯 했다.
베니스에서 만난 팀원들은 12명 그리고 11개의 국적. 팀 리더인 그레고리오는 이태리 사람. 모두 합쳐 13명, 12개의 국적. 그리고 3개의 대륙. 유럽, 아시아, 남아메리카. 세계 곳곳에서 모인 우리는 베니스 산타루치아 기차역 앞 한 점에서 13년 7월 6일 처음 만났다.
우리는 베니스의 아주 작은 섬 Certosa에서 일했다. 베니스 본섬으로 갈 땐 배(바포레토)를 타야 했다. 아주 큰 텐트에서 팀 리더를 뺀 12명이 다 함께 생활했다. 텐트 바로 옆에 키친이 따로 있었고 설거지 하는 곳은 50보 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화장실과 샤워실까지는 5분이 걸렸다. 섬에는 슈퍼마켓이 없어서 장을 보려면 베니스 본섬으로 배를 타고 가야 했다.
활동 주제가 Environment였던 만큼 우리는 해변을 청소하거나 산책로 확보를 위한 숲을 정돈했다. 활동들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해변에서 일할 때는 모랫속에서 썩은 쓰레기의 악취가, 숲을 정돈할 때는 공격적인 야생 모기와 개미가 우리를 괴롭혔다. 그리고 무엇보다 머리 위로 사정 없이 떨어지는 너무 너무 뜨거운 베니스의 태양……. 일 한 지 1시간도 안 되어 땀 범벅이 되기 일쑤였고 우리 모두는 매일 엄청난 양의 물을 마셨다.
다른 캠프의 리더이자 그레고리오의 친구 키아라가 말하길 이 섬은 버려진 지 오래 되어서 베니스의 다른 지역보다 오염된 정도가 심하다고 했다. 어쩐지 해변을 청소할 때마다 온갖 생활 쓰레기들이 나왔다. 맥주병, 페트병은 물론이고 보트 엔진까지. 베니스 사람들이 여기에다 쓰레기들을 버리고 가버린단다. 그레고리오와 키아라도 베니스에 살지만 베니스 사람들 요즘 문제가 많다고 걱정을 했다. 아름다운 베니스를 지킬 생각보다는 이용해 돈 벌 생각만 한다며.
2년 전 베니스를 처음 찾았었다. 그 때 나도 수많은 관광객 중 하나라 구경하기 바빴었다. 베니스 물길을 보며 그저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다. 베니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베니스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몰랐었다.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로컬 베니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고 교감할 수 있었으며 뜻이 같은 각국의 친구들과 함께 땀 흘리며 일해볼 수 있었다. 육체적으로는 매우 힘들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추억들을 얻었다. 베니스는 내 마음 속에 가장 예쁜 색으로 남아있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강력 추천할 정도로 내 생에 가장 후회없고 뜻 깊은 활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