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뜻밖의 체코, 나를 찾다

작성자 염지현
체코 SDA 310 · RENO/AGRI 2013. 08 Ceske Kopisty

Organic Farming at Camphill Community V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체코 워크캠프에 참가하게 된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워크캠프는 인터넷 서핑중 알게 되었지만 우선 독일이 가고 싶은 마음에 독일 architecture 분야로 지원했다. 하지만 떨어졌고 새벽 2시 잠결에 archi 와 agri를 잘못봐서 체코 agriculture & renovation 분야에 지원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실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갔다. 게다가 워크캠프를 중간에 끼고 유럽을 여행을 했는데 여행이 너무 즐거워 중간에 워크캠프로 떠나기가 싫었다. 하지만 보고서를 쓰고 있는 지금, 이 2주는 어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워크캠프로 가는 일은 다사다난했다. 중간에 길을 잃어 사람들한테 물어봤지만 영어가 안통해 자포자기로 길거리에 앉아있었는데 캠프리더가 길거리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해 운이 좋았다. 큰 기대를 하고 가지 않았던 터라 적어도 하나라도 느껴갖고 오자고 기도했다. 미팅장소에는 다양한 국적의 캠퍼들이 있었고 이동수단에 따라 늦게 도착하는 캠퍼들도 있었다. 첫날은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자기소개를 하고 게임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일을 시작했다. 농사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을 했지만 캠프힐에서 일하는 분이 차근차근 식물종류와 방법을 알려주셨고 내가 못알아들을 땐 캠프리더가 다시 말해줬다. 원래 우리가 하려던 일은 수확하려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 달전에 그 곳에 홍수가 나서 다 떠내려갔고 다시 씨를 심고 잡초 뽑는 일을 했다. 큰 잡초 뽑기가 어려워 고생하는데 폴란드 친구가 와서 같이 도와주었다. 그렇게 서로 어려울 때마다 항상 도와주면서 친해지게 되었고 외국인이라고 해서 다를 것 없고 다 똑같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워크캠프를 하기 전엔 머리색, 눈색, 피부색 다른 외국인은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이고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로 같은 것에 웃고 힘들 땐 서로가 필요한 사이가 될 수 있었다. 하루는 일을 일찍 시작해 끝내고 근처에 있는 유태인수용소를 갔다왔다. 유럽에 오면 참혹한 세계2차대전의 잔상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수용소를 꼭 가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내가 일하는 곳이 수용소와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 과거 다른인종들이 살해 된 그곳에서 다양한 국가에서 온 워크캠퍼들과 함께 있으니 엄숙해지면서도 기분이 묘했다. 이렇게 우리가 만나서 문화를 교류하게 되는 세상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았다. 유럽애들은 학교 견학으로 꼭 유태인 수용소를 방문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시아인이 였던 나하고 일본인, 대만인 캠퍼들에게는 생소하면서도 좋은 경험이었다. 주말에는 체코에 있는 고성에 올라갔다. 올라가는 도중에 가파른 길에서 미끄러질 뻔 했지만 다른 친구들이 도와준 덕분에 무사히 갈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고작 2주 만난거였지만 함께 지내면서 정말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이 었다. 공사중인 집에서 나를 포함해 4명이서 함께 한 방에서 지냈는데 좁았고 환경이 안좋았지만 그 만큼 기억에 오래 남았다. 날씨가 쨍쨍하다가 하루는 갑자기 소나기가 와서 나랑 폴란드친구는 허겁지겁 창문을 닫으러 비맞으며 뛰어갔던 소소한 기억들도 추억이 되었다. 첫 주는 매우 느리게 지나갔지만 마지막 한 주는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하루는 근처 도시에 나갔다가 버스시간을 잘못알아 놓쳐서 밤늦게 택시를 타고 돌아갔고 음악페스티벌을 보고 7km를 가로수 없이 후레쉬만 들고 갔던 기억, 그 때는 조금 힘들었지만 힘든만큼 더 기억에 남았다. 우리가 일한 곳은 올가닉 농장이었기 때문에 열매가 잼을 만드는 도중 배고프면 바로 따서 먹었다. 또 전에 한국에 있으면서 허브가 무엇인지는 알았지만 구분을 못했다. 하지만 로즈마리와 라벤더를 구별하여 수확해 말리는 것도 배우고 일이 다 끝난 후에 서로 손에 남은 허브향기를 맡으면서 좋다고 서로 코에 댄것도 소소하지만 하나하나 다 좋은 기억이었다. 일이 다 끝난 후면 함께 펍에 가서 '건배'를 다양한 용어로 배우고 서로 자신의 나라와 다른 나라 차이점도 알아보았다. 다양한 나라의 요리도 맛보고 요리법도 배워가고 무엇보다도 한국에 대해 관심이 없던 친구들도 나로 인해 한국을 알고 관심을 가지게 되어 기뻤다.
한국에서 같은 과 동기들은 건축사무실에서 알바를 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데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개강 후 나만 못따라 갈까봐 조금 걱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워크캠프를 도전한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인이 없는 곳에서 내 힘으로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나의 한계를 알고 싶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거였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나도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했고 어려울때마다 기대고 기댈곳을 만들어 주는 그런 관계를 배웠다. 워크캠프를 하기 전에 '적어도 한개라도 배우자' 였는데 셀수 없이 많은 것을 배웠고 헤어질 땐 너무 아쉬웠다. 다시 만남을 기약하면서도 만남이 있으면 헤엄짐이 있다는 것도 처음 배웠다. 이번 워크캠프 활동을 통해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되었고 앞으로도 힘들 때마다 이 마음가짐을 떠올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