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치아파스, 낯선 땅에서 찾은 의미

작성자 박진수
멕시코 NAT13-54 · ENVI/RENO 2013. 08 Tzimol, Chiapas

Pachamama 5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군제대 후 가족이 살고 있는 멕시코에 온지 벌써 육개월, 모든게 새롭고 신기했던 해외 생활이 익숙해 질 쯤 친구의 추천으로 워크캠프를 접하게 되었다. 평소 멕시코에 있는 동안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터라 참가하기로 결심하기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다.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교 내 어학당 스케쥴과 겹치지 않는 프로그램을 찾다보니 선택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중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이 과테말라 국경 지대에 접해있는 치아파스 주에 위치한 농업생태학 센터에서 진행되는 봉사 프로젝트였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의미있는 활동의 일원이 된다는 점보단 치아파스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직접 보게 된다는 셀렘이 처음엔 더욱 컸었다.
들뜬 마음을 품고 하루 일찍 도착한 San Cristobal. 오래된 역사와 관광도시로 유명한 곳이기에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밖으로 향하였다. 그러나 하늘은 야속하게도 때마침 소나기를 몰고와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호텔 방에서 티비를 본지 네 시간이 지났을까, 비가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다. 홀로 여행한 경험이 없는지라 두려움이 앞섰지만 이 주간의 여정을 활기차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나섰다. 도심 광장을 주변으로 드러선 웅장한 성당들과 은은한 조명으로 물든 거리들은 바쁜 멕시코시티 생활에 찌든 내 마음에 여유와 낭만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드디어 팀원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생물학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계시는 안나 누나와 프랑스 파리에서 온 청소년 상담사 멜라니 누나, 총 셋이였다. 두 분 다 휴가를 내고 이 먼 곳까지 봉사활동을 왔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팀원이 모두 모인 후, 앞으로 함께 일하게 될 곳으로 이동하였다. 도착지는 Tzimol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이었는데, 온통 사탕수수 밭으로 뒤덮인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Tsomanotik 농업생태학 센터의 시설은 우려했던 것 보다 훨씬 깔끔하고 따스한 분위기였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다른 팀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인근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멕시칸 친구 셋과 방을 함께 썼는데 배려심 깊은 이 친구들 덕분에 이주간 아주 유쾌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이 캐나다 밴쿠버에서 온 대학생들이였고 나머지는 유럽 각 지역에서 온 분들이 치아파스 현지인들과 어우러져 각각 다른 친환경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었다. 우리의 주 업무는 친환경 화장실을 짓는 일과 더불어 제초작업, 콩 재배, 토끼 돌보기 등 각종 농업 활동이었다.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터라 초반에는 부담스럽고 육체적으로 힘들었으나 동료들과 함께 점차 시골 생활을 즐기는 내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이 곳에 오기 전 식사 문제는 하루하루 배고픔만 면하면 좋겠구나 각오하고 왔었지만 그런 걱정이 무안할만큼 음식은 훌륭했다. 떠나면서도 가장 고마웠던 분이 바로 우리 식사를 책임지신 루피타 아주머니이다. 특히 토끼 요리는 잊을 수가 없다. 저녁은 매일 돌아가며 세 명씩 조를 이루어 함께 식사 준비를 하였다. 이를 계기로 다른 친구들과 더욱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주에는 각국 나라의 음식을 준비하여 성대한 피에스타를 열었다.
Tsomanotik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아주 커다란 추억으로 남았다. 고된 작업 속에서 느끼는 보람은 정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만큼 소중하다. 짧은 기간 동안의 봉사활동이 큰 도움은 안될지어도 의미있는 변화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