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예나에서 시작된 나의 워크캠프 환상

작성자 전민지
독일 VJF 6.1 · ENVI 2013. 08 독일 예나

Jena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고등학교 시절, 같은 대회에 참가했던 한 대학생 언니가 워크캠프에 다녀왔다는 소식을 접한 뒤로 나는 워크캠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져왔다. 생각이 날 때마다 종종 워크캠프 홈페이지에 들어가 언제 어느 나라에서 이런 일을 해봐야지, 라고 상상하면서 고등학교 3학년 한 해를 보냈던 것 같다. 그렇게 대학교에 입학했고, 지난 5월 드디어 학과 선배와 함께 워크캠프를 신청하게 되었다. 비록 선배와 나는 다른 곳으로 배정받긴 했지만, 1순위로 신청했던 캠프에 합격해 워크캠프가 시작되기 몇 달 전부터 기대감에 가득 부풀어 있었다. 사실 독일을 선택한 데에는 큰 이유가 없었다. 가보지 않은 나라, 한 번도 해보지 않았거나 앞으로도 해볼 기회가 없을 것 같은 일, 그리고 계절학기가 끝남과 동시에 출발할 수 있는지 등 기본적인 이유뿐이었다. 그리고 단지 워크캠프 하나만을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13.08.17 파리 드골 공항에서의 일기>
경유지는 파리! 지금 샤를 드골 공항에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하다. 나름 불문과 학생이라고 프랑스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것도! 처음으로 혼자 하는 이 여행이 너무나도 기대된다. 비행기에서 열한 시간 동안 영화만 줄창 보고, 내리고 나서는 터미널도 못 찾아서 헤맸지만 아름답다. 내가 이 시간, 이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마냥 행복하다. 앞으로의 2주가 참 궁금하다. 멋모르고 이곳저곳 다니고 있긴 하지만, 질문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 보니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오늘만 열 번은 한 것 같다. 핸드폰 없는 이 생활도 뭔가 신선하니 좋다.
<2013.08.18 슐렌타임 스턴에 도착한 날의 일기>
뉘른베르크 중앙역에서 예나행 기차표를 끊었는데, 그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목적지가 제대로 쓰여 있지 않은 기차가 그 기차였다니! 뭔가 억울했지만 거금을 내고 다른 기차표를 살 수 밖에 없었다. 이상하게 생긴 독일 빵과 핫초코를 먹으면서 본 차창 밖은 아름다웠다. 동화 속 빨간 지붕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풍경을 지나다보니 어느 순간 Jena-Paradies역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무려 한 시간을 걸어 숙소인 슐렌타임 스턴에 도착했다.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등산이었다는 게 문제다. 이곳을 어떻게 매일 왔다갔다하지, 싶었는데 ‘자연 속의 학교’라는 수식어가 딱 맞는 숙소를 보는 순간 정말 행복해졌다! 정말 자연에 잘 녹아있는, 심지어 시설도 좋은 이곳에 반해버렸다. 캠프의 참가자들은 리더 매튜, 로즈, 세칠, 에리나, 파비오, 루카, 에드가, 미레이아와 나 이렇게 아홉 명에 불과했다. 완전히 소수정예다.

우리의 일은 숲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오크 주변의 작은 식물들을 절단 가위로 쳐내고, 산책로를 다시 페인트칠하며 시간을 보냈다. 첫 번째 주는 이런 일의 반복이었고, 두 번째 주는 시내 반대편의 산으로 가서 성벽을 청소하고, 그 곳의 나무들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하루 여섯 시간 씩의 일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고된 과정이었다. 마지막에는 튀링겐 지역신문에서 ‘각 국에서 온 환경봉사자’들이라는 이름으로 취재를 오기도 해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지만 말이다. 사실 일을 마치고 활발한 유럽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한 시간 거리의 시내까지 나갔다가 다시 등산을 해 돌아오는 과정이 더욱 고되었다.
그럼에도 워크캠프를 떠올리면 너무나 아련하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흘려본 적 없던 만큼의 땀방울도 그렇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기에 2주는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담배를 피워 물고 껄렁껄렁하게 다녔지만 가장 착했던 터키의 세칠, 전형적인 일본 미인이었고 나와 가장 친하게 지냈던 에리나, 밥을 먹을 때에도 노래와 춤을 멈추지 않던 이탈리아 친구들 파비오와 루카, 멕시코의 에드가까지 모두의 얼굴과 목소리가 아직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사실 나 혼자만 자전거를 탈 줄 몰라 바이마르까지의 자전거 여행에서 엄청난(!) 다리 부상을 입기도 하고, 산에서 길을 잃기도 여러 번 반복해 그 때마다 ‘다음부터 워크캠프같은 거 오나 봐라!’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친구들과 함께 부르던 라쿠카라차와 Pepito song을 부르고 있다. 알 수 없는 워크캠프의 매력이다. 두 달 가량 지난 지금, 난 아직도 예나에 있는 것만 같다. 도시의 곳곳이 기억나고, 모두가 함께 사진을 찍었던 시내 타워에 서있는 것만 같다. 모든 것을 기억하기는 쉽지 않지만, 지금 내 머리와 마음 속에 있는 모든 것에 감사한다. 모두들 잘 지내길,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