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낯섦과 설렘 사이, 에스토니아에서의 특별한 시작
ZOO I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 미팅포인트에 세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 나는 자그마한 사무실에 멍하니 앉아있어야 했다. 워크캠프를 함께 꾸려나갈 멤버들을 기다리며 나의 초조함은 커져갔다. ‘아시안이 나밖에 없으면 어떡하지? 아시안이라서 차별을 하면 어떡하지? 애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면 어떡하지?’ 이러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차지했다.
첫 만남은 어색함 그 자체였다. 다들 벌써 힘들고 지쳐 보였다. 나 또한 세시간 동안 기다리는 것에 기운이 없었다. 하지만 숙소에 도착한 후 저녁을 먹고 얘기를 나누면서 어색함은 서서히 증발했다. 애들은 착해도 너무 착했다. 차별 같은 것은 조금도 없었다.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서 배우고 싶어하는 그들의 자세에 기분이 좋았다. 남북관계, 일제감정기, 현재 한국 경제, 그리고 개고기 등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 한국을 대표해 얘기를 하는 내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Tallinn Zoo에서 한 첫 임무는 낙옆을 치우는 아주 지루한 작업이었다. 이런 일을 2주 동안 할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다른 날에는 더 재미있는 일들을 했다. 풀도 심고 bark (나무 껍질)을 깔면서 코뿔소를 아주 가까이서 보고 감자를 캐면서 땅속에 쥐가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땅속의 온갖 벌레들과 친해졌고 완두콩을 따는 일 등을 했다. 그 외에 fence 허물기, 죽은 식물 뽑기도 했다. 이 모든 작업들은 협동심이 중요했다. 풀을 심을 때도 한 명은 땅을 파고 한 명은 풀을 심었고 bark를 깔 때도 한 조는 통에 bark를 담는 일을 했고 다른 조는 bark를 까는 일을 했다. 감자 캐는 일도 한 명은 삽으로 땅을 파고 한 명은 안에 있는 감자를 주워서 통에 담는 일을 했다. 한 명이라도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었더라면 일을 수월하게 끝낼 수 없었다. 다행히도 우리 워크캠프에는 한 명 빼고 모두 열정적이었다. 일이 일찍 끝나는 날엔 동물원을 둘러보고 일반인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까지 들어가 곤충들과 희귀 동물들을 보고 만졌다. 일이 끝난 후에는 애들과 바다에 가서 놀기도 했고 Old Town에 가서 카페나 펍에서 놀기도 했고 National Park도 가보기도 했고 Rooftop Movie도 보았다. 한국에서 하기 힘든 일들을 탈린에서 경험했다. 그야말로 “Unique”한 탈린이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
1. 총 인원이 8명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의 워크캠프였다. 그 중 한 명은 성격이 조금 이상한 러시아 남자애였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워크캠프 둘 째 주에 드디어 싸움이 터졌다. 이탈리아 남자애 한 명이 그의 멱살을 잡는 상황까지 갔었다. 주먹다짐이 있을 뻔 했지만 둘을 잘 말렸고 우리 모두 그 러시안 남자애에게 쌓여있던 감정을 알려주었으며 그는 미안하다고 하고 자기가 바뀌겠다고 했다. 그 이후로 그 러시아 남자애가 너무 잘해주어서 부담스러웠지만 그가 바뀌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2. 일요일에 탈린의 National Park에 놀러 갔다. 공원이 그렇게 클 줄 몰랐다. 우리는 거의 20KM를 걸었다. 오후와 저녁 내내 (약 7-8시간) 걸었다고 보면 된다. 그 곳에는 대중교통편이 많이 없을뿐더러 우리 숙소까지 가는 버스는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20KM를 어쩔 수 없이 걷게 된 것이다. 살면서 그렇게 많이 걸었던 적이 없었고 걸으면서 골반이 나갈 것 같다고 느낀 적도 처음이었다. 설상가상 저녁 즈음엔 비까지 내려서 너무 춥고 배도 고팠다. 군인들이 행군을 할 때 이런 느낌일까? 밤 아홉시 정도에 드디어 역에 도착해 뜨거운 스프로 몸을 녹였다. 그 때의 그 느낌은 절대 잊지 못한다.
3. Rooftop Cinema라고 빌딩 옥상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도 했다. 앞에 엄청나게 큰 스크린이 있고 개인 헤드폰으로 소리를 듣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국에도 이런 것이 있으면 대박 날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간 날은 운이 나쁘게도 비가 내렸다. 우리는 비를 맞으며 벌벌 떨면서 영화를 보았다. 새로운 경험이라는 점에서 추위나 배고픔은 충분히 잊을 수 있었다.
참가 후 느낀 점
1. 유럽 사람들은 솔직하다. 그 솔직함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한국인들은 예의를 너무 갖추고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 그래서 솔직하기보다는 가식적으로 얘기할 때가 많다고 생각한다. 나도 솔직해지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2. 밖에 나가서 걸어 다니면 모두 다 백인이었다. 360도 둘러봐도 아시안이 한 명도 없는 환경이었다. 그러한 환경은 쉽게 접하지 못한다. 유럽에 가도 아시안 관광객들이 있기 마련이고 여행을 가도 친구나 가족이랑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 아시안이 옆에 한 명이라도 있으면 마음이 놓이지만 그 곳엔 나만이 아시안이었다. 처음에는 시선들이 괜히 신경 쓰여서 아주 불편했지만 2주 동안 머물면서 그런 환경에 서서히 익숙해졌다. 이제 어떠한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첫 만남은 어색함 그 자체였다. 다들 벌써 힘들고 지쳐 보였다. 나 또한 세시간 동안 기다리는 것에 기운이 없었다. 하지만 숙소에 도착한 후 저녁을 먹고 얘기를 나누면서 어색함은 서서히 증발했다. 애들은 착해도 너무 착했다. 차별 같은 것은 조금도 없었다.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서 배우고 싶어하는 그들의 자세에 기분이 좋았다. 남북관계, 일제감정기, 현재 한국 경제, 그리고 개고기 등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 한국을 대표해 얘기를 하는 내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Tallinn Zoo에서 한 첫 임무는 낙옆을 치우는 아주 지루한 작업이었다. 이런 일을 2주 동안 할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다른 날에는 더 재미있는 일들을 했다. 풀도 심고 bark (나무 껍질)을 깔면서 코뿔소를 아주 가까이서 보고 감자를 캐면서 땅속에 쥐가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땅속의 온갖 벌레들과 친해졌고 완두콩을 따는 일 등을 했다. 그 외에 fence 허물기, 죽은 식물 뽑기도 했다. 이 모든 작업들은 협동심이 중요했다. 풀을 심을 때도 한 명은 땅을 파고 한 명은 풀을 심었고 bark를 깔 때도 한 조는 통에 bark를 담는 일을 했고 다른 조는 bark를 까는 일을 했다. 감자 캐는 일도 한 명은 삽으로 땅을 파고 한 명은 안에 있는 감자를 주워서 통에 담는 일을 했다. 한 명이라도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었더라면 일을 수월하게 끝낼 수 없었다. 다행히도 우리 워크캠프에는 한 명 빼고 모두 열정적이었다. 일이 일찍 끝나는 날엔 동물원을 둘러보고 일반인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까지 들어가 곤충들과 희귀 동물들을 보고 만졌다. 일이 끝난 후에는 애들과 바다에 가서 놀기도 했고 Old Town에 가서 카페나 펍에서 놀기도 했고 National Park도 가보기도 했고 Rooftop Movie도 보았다. 한국에서 하기 힘든 일들을 탈린에서 경험했다. 그야말로 “Unique”한 탈린이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
1. 총 인원이 8명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의 워크캠프였다. 그 중 한 명은 성격이 조금 이상한 러시아 남자애였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워크캠프 둘 째 주에 드디어 싸움이 터졌다. 이탈리아 남자애 한 명이 그의 멱살을 잡는 상황까지 갔었다. 주먹다짐이 있을 뻔 했지만 둘을 잘 말렸고 우리 모두 그 러시안 남자애에게 쌓여있던 감정을 알려주었으며 그는 미안하다고 하고 자기가 바뀌겠다고 했다. 그 이후로 그 러시아 남자애가 너무 잘해주어서 부담스러웠지만 그가 바뀌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2. 일요일에 탈린의 National Park에 놀러 갔다. 공원이 그렇게 클 줄 몰랐다. 우리는 거의 20KM를 걸었다. 오후와 저녁 내내 (약 7-8시간) 걸었다고 보면 된다. 그 곳에는 대중교통편이 많이 없을뿐더러 우리 숙소까지 가는 버스는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20KM를 어쩔 수 없이 걷게 된 것이다. 살면서 그렇게 많이 걸었던 적이 없었고 걸으면서 골반이 나갈 것 같다고 느낀 적도 처음이었다. 설상가상 저녁 즈음엔 비까지 내려서 너무 춥고 배도 고팠다. 군인들이 행군을 할 때 이런 느낌일까? 밤 아홉시 정도에 드디어 역에 도착해 뜨거운 스프로 몸을 녹였다. 그 때의 그 느낌은 절대 잊지 못한다.
3. Rooftop Cinema라고 빌딩 옥상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도 했다. 앞에 엄청나게 큰 스크린이 있고 개인 헤드폰으로 소리를 듣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국에도 이런 것이 있으면 대박 날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간 날은 운이 나쁘게도 비가 내렸다. 우리는 비를 맞으며 벌벌 떨면서 영화를 보았다. 새로운 경험이라는 점에서 추위나 배고픔은 충분히 잊을 수 있었다.
참가 후 느낀 점
1. 유럽 사람들은 솔직하다. 그 솔직함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한국인들은 예의를 너무 갖추고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 그래서 솔직하기보다는 가식적으로 얘기할 때가 많다고 생각한다. 나도 솔직해지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2. 밖에 나가서 걸어 다니면 모두 다 백인이었다. 360도 둘러봐도 아시안이 한 명도 없는 환경이었다. 그러한 환경은 쉽게 접하지 못한다. 유럽에 가도 아시안 관광객들이 있기 마련이고 여행을 가도 친구나 가족이랑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 아시안이 옆에 한 명이라도 있으면 마음이 놓이지만 그 곳엔 나만이 아시안이었다. 처음에는 시선들이 괜히 신경 쓰여서 아주 불편했지만 2주 동안 머물면서 그런 환경에 서서히 익숙해졌다. 이제 어떠한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