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체코 깡촌에서 발견한 진짜 유럽

작성자 오세욱
체코 SDA 105 · RENO/CULT 2013. 07 체코 Chric

Old brewery Chric 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외국인들과 꾸밈없이 친해질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는 친구의 추천에 큰 고민 없이 워크캠프 참가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도착한 체코는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워크캠프 장소로 향하는 길에 참가자 두 명을 미리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Chric라는 작은 시골마을에 도착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본 적이 없는 정도의 작은 마을을 보니 '깡촌'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화장실은 있지도 않고 샤워실 한 개 뿐인 열악한 환경을 보며 앞으로의 2주가 조금은 걱정되기 시작하였다.
외국인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첫인사는 너무나 반갑게 시작한다. 간단한 신상정보를 묻고 이름을 외우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첫 날은 정신없이 지나가게 되었다. 둘째날부터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되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워크캠프에 참가했던 선배의 말을 듣고 워크캠프는 일이 힘들지 않고 친목 다지기 위주의 분위기로 흐른다는 환상을 가지고 온 터라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힘들었던 일에 지쳐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열혈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지라 2주 내내 힘든 기색 없이 궂은 일에 먼저 뛰어드려는 노력을 계속 하였다. 하지만 유럽친구들이 보여주었던 모습은 내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우리 워크캠프는 남자 6명, 여자 6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실 워크캠프에 자원할 정도의 여성분들이라면 정말 힘든 일 마다 않고 일에 있어서 남여 구분 없이 열심히 참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상은 달랐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일을 배분하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남여 구분은 이루어지는 것이 맞고 또한 그렇게 이루어 졌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힘든 일을 피하려는 태도를 대놓고 드러내는 캠프 여자멤버들의 태도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또한 하나뿐인 샤워실을 두고 땀이 범벅이 된 남자멤버들을 앞에 두고 먼저 샤워를 하겠다고 외치며 샤워라인을 만드는 행동 역시 황당하기도 하면서 최소한의 배려가 없는 것에 대해 실망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일을 배분받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전달하는 것도 놀라운 점이었다. 문화의 차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매일 아침 캠프리더로 부터 일을 배분받을 때 유럽친구들은 '오늘은 피곤해서 힘든 일 하고 싶지 않다', '오늘은 그늘에서 일을 해야겠다' 이러한 말을 서슴없이 말하곤 한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와는 정서가 참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깨달음을 얻고 많이 배워간 점 또한 있었다. 캠프참가자 중 David 이라는 프랑스 친구가 있었다. 나보다 두 살 많았는데, 그 친구의 행동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 정도였다. David과 나는 캠프참가자 중 체격이 좋다는 이유로 주로 힘든 일을 도맡아서 했는데, 5일 정도 땅을 파는 일을 함께 했었다. 땡볕에서 끊임없는 삽질을 하며 흙을 퍼내고 그 흙을 수레에 담아 옮기는 일은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흙을 퍼내는 장소가 지면보다 3미터가량 높은 곳이었기 때문에 수레를 가파른 내리막으로 내려 옮겨야 했는데, 흙으로 꽉 채운 수레의 무게를 버티는 것 만으로도 벅차는 마당에 수레를 엎지 않으면서 급경사를 내려가는 것은 엄청난 힘을 요구했다. 때문에 정말 수레를 옮기고 싶지 않는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 마다 어떠한 불평도 없이 나의 일을 대신 해주기도 하고 나무 밑둥을 뽑아내는 등의 힘을 요구하는 일도 항상 먼저 나서서 하는 등 모범적인 봉사자의 표본을 보여주었다. 이 친구에게 워크캠프동안 가장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흔히 우리가 서구문화를 논하면서 '개인주의'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이는 요즘 우리사회에서도 만연한 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개인주의는 단순히 자신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두고 행동하는 것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책임있게 행동하는 것을 일컫는 것이다. 2주간의 워크캠프는 '무려 자신이 지원서까지 써가며 직접 선택한 일'이고 이 같은 선택에는 분명 책임이 따른다. 2주 내내 힘든 순간만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함께 게임을 하고 술잔을 기울이는 즐거운 시간, 함께 여행을 떠나 많은 추억을 남겼던 행복한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즐거운 순간을 최대한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힘든 순간에도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봉사자에게 필요한 능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워크캠프는 나에게 그 능력을 키우는 데 분명 많은 도움을 주었다. 워크캠프는 나에게 '책임감','협동'이라는 다소 막연한 개념을 피부로 직접 느끼고 배워볼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