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 남부, 낯선 성에서의 특별한 만남

작성자 박효은
프랑스 REMPART11 · RENO/HERI 2013. 08 Saint-Affrique

Château de Camarè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 출발을 하루 남겨두고 나의 불안감은 극에 다다랐다. 아직까지 워크캠프 장소인 몽펠리에에서 파리 공항으로 되돌아가는 티켓을 못 구한 것이다. 게다가 나의 개인적인 바쁜 일정으로 짐조차 제대로 싸지 못하고 울상을 지었다. 티켓은 할 수 없이 비싼값을 사고 구하긴 했지만 한국에서의 일이 내 발목을 잡아 찜찜한 마음을 없애기 힘들었다.
이렇게 나는 프랑스에 대한 기대나 워크캠프에 대한 설렘을 느낄 새도 없이 복잡한 한국에서의 삶을 그대로 껴안고 무작정 출발했다.
나의 워크캠프 장소는 프랑스 남부지방에서도 가장 외지다고 할 수 있는 미디피레네의 작은 성이었다. 나는 한국인 Alicia와 함께 파리에 도착하여 1박2일 도시를 구경하고 다음 날 지하철, TGV, 버스를 번갈아 타며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캠퍼들은 차례차례로 모이기 시작했는데 그 어색한 첫 만남을 잊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캠퍼들 대부분이 프랑스인이고 프랑스인이 아니어도 불어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와 Alicia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온 Achay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어에 대한 무지가 오히려 우리의 장점이 되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기기도 했다.
도착한 우리의 숙소 Chateau de montaigut성은 성이라고 불러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작고 특이한 외형을 가졌다. 우리는 성 안에 작은 기숙시설에서 짐을 풀었다. 이 시설 또한 성의 구조물 중 하나로 외형은 완벽히 보존되어 있어서 중세시대 성안에 사는 듯한 착각을 주기에 충분했다.
도착 후 2일 째 되던 날 우리의 일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주요 일은 숙소에서 꽤 멀리 떨어진 Cameras 성에서 오래되고 부서진 성벽을 허물고 다시 짓는 일이었다. 거의 폐허처럼 오랜시간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첫 일은 무성한 잡초나 큰 바위, 돌멩이들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일이 끝나면 우린 숙소에 돌아가 쉬거나 주변 관광지 혹은 호수에 놀러갔다. 시간이 갈수록 내 팔과 다리에는 길고 짧은 영광의 상처들이 줄지어 생겨났다. 간만에 뛰놀고, 처음으로 삽을 잡아보니 생긴 상처들도 낯설고 신기했다. 그리고 이 상처들이 딱지가 앉아 떨어질 때쯤 헤어질 시간이 온 것 같다.
바게뜨와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으로 열심히 성에서 일을 한 뒤 점심 때 돌아와 푸짐한 점심을 먹고 여유롭게 낮잠도 잔다. 다시 일터에서 오늘일을 마무리하다보면 금방 끝나는 시간이 돌아온다. 성으로 돌아가 캠퍼들과 끊임없이 대화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그러다 지치면 성 주위를 하이킹도 했다. 저녁은 9시에 시작되어 3코스를 기본으로 식사를 즐긴다. 식사 후 캠퍼들과 좀 더 얘기를 하다가 잠자리에 든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단순한 삶이었고 이러한 삶에 온전히 동화되어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은 더 놀라운 일이었다. 21년 동안 끊임없는 경쟁 체제에 쉴 틈이 없이 움직였고, 수능이 끝나도 쉰다고 하는 것이 절대 쉬는 것이 아니었다. 불안하고 항상 고민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었다. 앞날을 걱정하고 항상 계획해야 하는 것이 나의 본 모습인 줄 알았는데 여기서 지내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하루하루가 즐거웠고 편안했다. 프랑스 아줌마 아저씨들 특유의 친절함, 여유를 함께 누리다보니 한국처럼 최첨단, 최단시간이라는 개념이 필요가 없었다.
워크캠프 때문에 억지로 제쳐둔 한국에서의 나의 일상을 되돌아보니 회의가 느껴졌다. 행복은 딴 곳에 있는데 무엇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불안감을 늘 달고 다녔는가? 그렇다고 한국에 돌아와서 일을 완전히 버려두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번 워크캠프를 통해 행복에 대해 진정으로 다시 생각해보고 행복으로 가는 방법을 조금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싸바?(괜찮아?)하고 항상 안부를 묻던 우리 캠퍼들이 생각이 난다. 모두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워크캠프를 즐기고 항상 긍정적이었기에 나 또한 그들과 함께 14일을 충실히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