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독일에서 만난, 또 다른 가족 오하나

작성자 황지선
독일 IJGD 23317 · RENO/ARCH /CULT 2013. 08 독일

MEDIEVAL CONSTRUCTION IN THE 21ST CENTURY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Ohana!” 내가 참가했던 워크캠프의 친구들이 마지막 주에 많이 했던 말이다. Ohana는 하와이어로 가족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3주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가자 13명을 가족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대학교 6학기 마무리. 한국에서 대학교 7학기, 즉 4학년에 들어선다는 것은 취업준비생의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워크캠프라는 것이 있다는 것은 대학교 신입생 때 초등학교 은사님으로부터 알고 있었고 ‘한 번쯤은 가 봐야지.’ 하는 마음만 있었을 뿐 시기를 놓쳐서, 혹은 잊어버려서 미루고 미루다가 4학년의 문턱에 서게 되었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지 몰라 한 학기 휴학을 하고 많은 고민을 하다 독일에서 하는 워크캠프를 신청하게 되었다. 역사공원에서 13세기의 독일 주택을 짓는 일이었는데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은 채 막연히 ‘재미있겠다.’는 생각과 4학년이라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신청한 것이라 해도 될 것이다. 워크캠프를 통해 무엇을 얻겠다는 생각보다는 현실을 떠나고 싶은 마음으로 독일로 향했고 8월 10일, 새로운 가족들을 만났다. 독일, 프랑스, 아제르바이잔, 일본,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벨라루스, 한국에서 온 사람들로 그 곳 나이로 21살인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은 참가자였다. 하지만 그 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우리나라 그 나이 또래들에 비해 세상에 대해 철학에 대해 역사에 대해 토론하기를 좋아했고, 내가 알지 못했거나 당연히 여겼던 모든 것들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일한 곳은 체코국경에서 3km밖에 떨어지지 않은 Barnau라는 시골 마을이었다. 그 곳에 있는 역사공원에서 13세기 독일의 주택을 짓는 일을 했다. 우리가 한 일은 하나로 고정되어있던 것이 아니라 선택지가 많았고 참가자들은 원하는 일을 시작하고 공평하게 돌아가면서 했다. 대패, 나무못, 도끼, 망치, 손수레 등 우리나라에서는 손도 대보지 못했던 도구로 일을 했다. 소위 말하면 ‘막노동’에 가까웠겠지만 역사공원인 만큼 그 시대의 방법대로 일을 했기 때문에 노동이라기 보단 체험에 가까웠다. 지붕에 올라 지붕널(shingle)을 얹고 못질을 하고 벽을 나무로 짜고 세워진 벽에 진흙을 바르고 창문틀을 짜는 등 이 곳에서가 아니면 해보지 못할 일들을 많이 했다. 주 5일 일을 하고 매일 더 짧은 시간을 일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매 주 4일동안 6시간 30분씩 일을 했다. 그래서 매 주 사흘의 휴일이 있었고 다른 곳으로 여행가기가 용이했다. 그래서 휴일에는 호수, 체코, 뮌헨에 놀러 갔고 근처 수용소에 방문하기도 했다.

3주동안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와 삶이 막막하다는 이야기도. 헤어지기 전 날 우리는 서로의 공책을 돌리며 편지를 쓰고 메일 주소를 교환했다. 또 캠프기간 동안의 위시리스트를 쓰는 종이에는 “Stay one more week”와 “Meet you again”이 쓰여졌다. 그러고 헤어지는 날 한 명씩 포옹을 하는데 리더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네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찾길 바라.”
현실이 무서워서 떠난 워크캠프에서 마음이 쉴 곳을 만들고 왔다. 세상 어딘가에 날 사랑해주고 언젠가 나와 다시 만날 것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 다시 만날지 못하더라도 그들의 존재가 앞으로 내가 살아가고 지칠 때 힘이 되어줄 원천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