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에서 불어와 마주하다 불어 속에서 발견한 소통의

작성자 신보미
프랑스 CONC 222 · RENO 2013. 08 프랑스

ESPONDEILHAN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다른 사람들은 어떤 목적으로 또는 어떤 이유로 워크캠프에 참가할까? 적어도 나에게 있어 워크캠프를 참가하는 목적은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의 다양한 문화교류와 그들의 삶에 대한 가치관이 궁금해서였다. 그럼 그 모든 것들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만나서 의사소통을 할 때, 언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당연히 세계 만국공통어인 ‘영어’로만 이루어질 것이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워크캠프의 첫날을 맞이했다.
우리 멤버는 프랑스인 대다수에 터키인 3명, 스페인인 2명과 유일한 아시아인 나까지 13명으로 이루어졌다. 우리의 의사소통 수단은 예기치 못하게 ‘불어’였다. 13명 중에 불어를 못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딱 3명이였기 때문이다. 모든 대화는 불어로 이루어졌고 공식적인 일정, 정보에 대해서만 영어로 진행되었다. 나는 그 상황이 매우 불편했고 큰 꿈을 안고 온 워크캠프에 큰 실망을 했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입도 못 떼고 끝날 것만 같았다.
워크캠프가 진행된 지 3일 째,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왜냐하면 워크캠프에 오기 전 유럽여행을 할 때에는 행복 그 자체에 하루 종일 마음이 두둥실 떠다니는 기분은 맛보다가 이렇게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3주나 지내야 한다는 것이 말 그대로 고문이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워크캠프를 포기함으로써 얻게 될 3주간의 자유여행이 훨씬 더 값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결심한 후, 리더들과 워크캠프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그날은 금요일 이였고, 그곳은 너무 시골이라 평소보다 교통도 불편했고 리더들이 너무 섣부른 결정 같다며 주말에 다양한 일정이 있으니 지내본 후 결정하라는 권유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이곳을 떠날 것이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돌이켜보면 떠난다는 생각에 옹졸이고 있던 마음이 한층 더 가벼워지고 혼자라고 여기고 있던 내가 스스로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주말동안 나름대로의 만족스러운 주말을 보내게 되었고 친구들과 좀 더 가까워졌으며 언어의 장벽 때문에 포기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따라서 나는 이곳에서 지내기로 결정했고 처음과는 다른 마음으로 새로운 워크캠프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스스로 ‘내려놓기’를 실천한 것 같다. 명언이나 유명한 사람들의 책에 보면 갈등이나 어려움이 있다면 잠시 내려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의 두 번째 워크캠프는 전주와는 360도 달라졌다. 영어의 Hi도 모르는 프랑스인과 친해지기 위해 불어를 배우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으며 일과가 끝나면 친구들과 운동을 하거나 게임을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사실 일은 정말 고되고 복잡했지만 그것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친구들과 놀며 스트레스를 해소했기 때문이었다. 주말에는 다른 지역에 놀러가 축제도 즐기고 맛있는 저녁도 사먹고 주중에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엑티비티도 즐겼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워크캠프가 끝나갈 무렵, 우리는 마을사람들과 송별회를 즐겼다. 많은 사람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나는 한국에서 준비해간 한복을 입기로 결심했다. 나는 유럽에 오기 전 한국을 알리기 위해 서울에 가서 경복궁과 광화문, 청계천, 세종대왕, 이순신 동상 등 여러 명소들을 사진에 담아 출력해 갔으며 한국적인 무늬가 새겨진 손톱 깎기와 태극무늬로 된 부채를 사고 마지막으로 한복도 샀다. 한복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전통의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기대보다 유럽인들이 아시아나 한국에 큰 관심이 없어서 내심 한복을 입고 나간다는 것이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내가 한복을 입고 나가는 순간 살면서 ‘예쁘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들은 날인 것 같다. 모두가 나를 향해 집중하였고 나는 우리나라 전통의상인 ‘한복’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할머니들은 한복에 새겨진 자수에 대해서 무척 관심이 많았으며 친구들은 너무 예쁘다고 칭찬해 주었다. 한 아저씨께서는 수많은 워크캠프를 돌아다녀봤지만 한복을 본 것은 처음이라며 고마워해주셨고, 한 할머니께서는 자신의 집에 초대해 맛있는 다과를 내주시기도 했다. 그 이후로 나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과 이렇게 아름다운 전통의상을 가진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또한,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삼성 모바일을 사용한다는 사실과 현대 자동차를 탄다는 것, 어느 파티를 가나 강남스타일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자긍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날, 친구들과 함께 마지막 저녁을 먹으러 주변의 레스토랑에 갔다. 나는 친구들에게 줄 선물과 편지를 챙겨갔고 식사 후 모두에게 나누어주었다. 사실 편지를 쓰고 선물을 준비하는 동안 특별한 것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 그저 내 마음의 표시를 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는데 갑자기 몇몇 여자아이들이 울기 시작했다. 갑자기 화장실에 가서 눈물을 펑펑 흘리는 아이, 테라스로 가서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아이, 나에게 달려와 포옹하며 우는 아이 등등 너무 뜻밖의 반응에 처음엔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어느 새 나도 함께 울고 있었다. 내가 무언가를 준비해서 주는 것이었는데 도리어 내가 그들로부터 더 값진 것을 얻은 것 같은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그날 텐트로 가는 길에 정말 내 기분이 ‘긍정’, ‘보람’, ‘행복’ 등 좋은 단어들로 가득 채워진 것 같았고 먼 나라 프랑스에서 이렇게 값진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했다.
너무도 다른 생활과 식습관, 문화를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과 밀착 적으로 지내며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공유하면서 얻은 것은 바로 유연한 마음가짐과 생각이다. 오로지 ‘타이틀’에만 집중하고 더 소중한 것을 미쳐 보지 못하고 남들처럼 뻔 하게 살아온 나에게,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 무언의 강요를 한 우리나라 사회로부터 멀어져 지냈던 지난 3주는 돈으로 살 수 없고 인터넷으로 검색한다고 나오는 경험이 아니다. 경험은 절대로 전달받기 어려운 콘텐츠이며 경험한 만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므로 실로 값진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