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스위스 시골, 늦깎이 워크캠퍼의 행복

작성자 이정언
스위스 WS13KSL02 · KIDS/MANU 2013. 07 - 2013. 08 스위스 시골 마음

SCOUT CAMP 2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012년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 전부터 꿈꿔왔던 것 중의 하나는 유럽여행이었고, 꼭 워크캠프를 포함해서 여행을 하고자 했다. 지난 2010년 이미 인도네시아 워크캠프의 경험이 있던 내게 워크캠프가 만들어줄 소중한 경험과 인연은 단순한 여행 이상의 행복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정신 없이 캐나다 생활을 하는 도중에 워크캠프 신청을 잊지 않았지만, 결과는 123지망 모두 불합격이었다. 비교적 늦게 워크캠프를 신청한 편이어서 그대로 포기해야하나 생각했지만 매일 매일 워크캠프 홈페이지를 확인했고 스위스 워크캠프에 합격했다. 사실 그 당시에는 무슨 일은 하는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떠한 워크캠프이더라도 그 가치는 빛날 테니까.

분명 무슨 일을 하는지 중요하지 않았었는데, 그 기간이 다가오자 조금 초조했던 건 사실이었다. 담당 리더와 연락을 나누고 인포시트를 받고, 내가 무엇을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인포시트를 다시 읽는 것을 수번 반복했던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은 보이 걸 스카우트의 캠프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특히나 아이들을 좋아하는 내게 정말 딱 맞는 일이었다. 비록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그것만은 아니었지만. 여하튼 캐나다에서 출발해서 미국을 경유해서 스위스로 가는 비행은 이런 저런 생각들로 거리만큼 긴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다.

내 도착은 예정 캠프보다 하루 빨랐다.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서 시골로 달리던 기차, 그 풍경. 한적한 시골 마을 wila역에서 만난 친절한 캠프리더 샘, 우리 바로 앞 캠프 멤버인 근동씨와 함께 탔던 그 작은 차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해서 행복하다. 캠프 일정은 2주였는데, 한 달 일정의 현지 스카우트 캠프를 두 개의 워크캠프로 나뉘어서 진행이 되는 것이었다. 정리하자면 스위스의 시골 산 속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 사무실을 짓고 무대를 짓고 주방을 짓고 샤워실 등등을 짓고 캠프를 진행하는 1팀과, 캠프를 진행하고 그동안 만들어진 사무실과 무대와 주방과 샤워실 등등을 부수고 다시 아무것도 없는 스위스 시골 산 속 들판을 만드는 2팀. 나는 이 2팀에 소속된 것이었다.

도착 다음날 우리 팀의 워크캠프 멤버들이 모였다. OMG! 15명의 멤버 중에 나와 다른 한국인 은솔씨, 일본인 미와를 제외하고 13명이 그냥 유럽인들이었다. 사실 유럽인들은 아시안을 무시할 거라는 생각(사실 이것 역시 역인종차별일 것이다)에 조금 긴장했던 건 사실이었는데, 스페인인인 마르타는 지금도 사랑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내게 가장 소중한 외국인 친구이다. 처음엔 어색한 기운이 있었으나, 캠프 안에 마련된 펍에서 맛있는 음식도 술도 같고 게임도 하면서 금방 친해진 것 같다. 이 펍도 1팀이 만들었고 우리 2팀이 해체시켰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세계에서 모인 워크캠프 멤버들 15명과 스카우트 출신 현지 스위스인 멤버들을 포함한 스카우트 진행요원들이 100여명이었다는 것이고, 스카우트 참여한 어린 학생들이 200여명 정도였다는 것이다. 대규모의 캠프인 만큼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웃을 수 있었다는 게 무엇보다 참 좋았다. 해체작업을 하면서 피자를 시켜서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불렀던 피자송이 가끔 생각이 나는데 아직도 바보같이 웃고는 한다.

예전에 인도네시아에서 했던 워크캠프는 환경관련으로 바다에 들어가서 맹그로브를 심는 일이었다. 그걸 경험했기에 마지막 한 주의 캠프사이트 해체작업 이 외에는 그렇게 육체노동이라고 느끼지는 않았다. 매일 주방, 화장실, 분리수거 등의 업무를 전담하고 나누어서 일을 진행했고 가끔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보거나 게임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주를 땡볕에서 해체작업을 했다. 더운 날이었지만 그 많은 캠프 참가 요원들이 모두 열심히 그리고 웃으면서 작업을 한 덕분에 분명 힘들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해체작업하고 갔던 계곡에서 놀다가 먹은 쉐프 마르코가 만들어준 샌드위치는 진짜 정말 세계 최고로 느껴졌었던 것 같다.

빠르게 시간이 흐르고 워크캠프는 끝이 났다. 마지막 날은 루체른 시내 근처의 스카우트 건물에서 우리 워크캠프 멤버들과 스위스 리더들이 모여서 같이 불고기를 만들어서 한식으로 먹었고,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아쉬움을 나누면서 끝이 났다. 정말 너무나 진부한 말이지만 만남 후에 헤어짐. 그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면서 웃으면서 헤어졌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워크캠프는 또 내 인생의 눈부신 추억으로 내 안에 남아있다. 문화차이를 느끼지 못 할 정도로 마음을 나누었던 한명한명의 우리 캠프 멤버들, 너무나 친절하고 유쾌했던 스위스 캠프 참가자들, 캠프사이트에서 보이던 알프스, 꺄르르 웃으며 들판을 뛰어다니던 스위스 스카우트 아가들. 내 기억 속에서 영원히 함께할 고마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