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뻬슈보니유, 지루함은 기우였다

작성자 김경은
프랑스 SJ27 · RENO/ENVI 2013. 07 프랑스

WATERING PLACES OF PECHBONNIEU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대학교 4학년을 앞두고, 교환학생을 대신하여 짧으면서도 알찬 해외 경험을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워크캠프를 알게 되었고, 캠핑을 하면서 자원봉사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 매우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바로 관심이 있었던 환경 분야의 워크캠프에 지원을 하였고,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워크캠프를 한 곳은 생전 처음 들어보았던, 구글과 네이버 어디던지 제대로 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던, 프랑스 남부의 마을 뻬슈보니유라는 곳이었습니다. (프랑스 남부 도시 중 유명한 뚤루즈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던 곳이었는데, 구글맵으로 구경해 보았을 때, 너무 한적한 시골 마을 같아서 지루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기우였습니다ㅎㅎㅎ)

파리에서 5시간 이상동안 떼제베를 타고 도착한 뚤루즈에서 다행히 다른 한국인 캠프 친구를 만났고, 약간 무섭게 생겼지만 사실은 저보다 어렸던 캠프리더와 다른 캠프 친구들을 만나 뻬슈보니유로 향했습니다.
(사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벨기에 친구와 처음 만났을 때, 우리와 비쥬로 인사를 하려고 해서 당황했었지만, 워크캠프 내내 수많은 마을 사람들과 비쥬로 인사를 했었고, 지금은 너무나도 익숙한 인사가 되었습니다ㅎㅎ)

저희는 뻬슈보니유의 초등학교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각자 매트리스 위에 가지고 온 침낭을 펴고 13명이 같은 강당 안에서 잠을 자고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남녀 방의 구분이 없어 살짝 당황스러웠으나 하루도 안되어 금방 적응이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워크캠프를 처음 시작할 때, 숙소가 가장 걱정이 되었습니다. 작은 마을의 학교에서 침낭을 깔고 생활한다길래 시설이 열악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보니 부엌도 매우 컸고, 강당도 컸고, 여자 샤워실과 화장실의 시설도 좋았습니다. 또한 학교다 보니 엄청나게 큰 냉장실이 있어 더울 때는 냉장실에 다같이 들어가 과자를 마시기도 하고 매우 좋았습니다. 더군다나 학교가 마을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3분만 걸어가면 엄청나게 큰 까르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파티가 있으면 까르푸에 놀러가 과자와 와인도 사오고, 자유시간에는 까르푸에 놀러가 갖가지 간식도 사먹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너무나 좋은 환경에서 워크캠프를 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워크캠프의 친구들은 벨기에인 2명, 프랑스인 2명, 캐나다인 1명, 러시아인 3명, 터키인 1명, 스페인인 1명, 에스토니아인 1명과 한국인 2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워크캠프 리더 중 한명은 저보다 어린 친구였고, 나머지 한 명은 초등학생 아들이 있던 엄마같은 분이셨습니다.

저희는 첫 날, 각자의 모국어로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등 글자를 써서 학교 벽면에 붙여놓았고, 앞으로 20일 동안의 계획을 짰습니다. 뻬슈보니유에 몇 십년 만의 더위가 찾아 온 여름이었기 때문에 아침 7시부터 12시까지 하루에 5시간 동안 일을 하였고, 그 이후는 마을 사람들과 교류를 하거나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함께 뚤루즈 등 뻬슈보니유 주변을 구경다녔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나무도 무성히 자라있고, 호수도 버려져있던 정말 누가봐도 버려져 있던 곳을 공원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매일 수많은 나무를 잘라 버렸고, 나무가 정리되고나서는 길을 만들고, 잔디를 다듬고, 벤치와 휴지통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오전에도 뜨거운 태양아래서 이런 육체노동에 체력이 금방 떨어졌고, 몸에 잔상처들도 너무 많이 났습니다. 정말 힘들었던 일이었지만 20일 동안 일을 열심히 하고 나서 완성된 공원은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마을 사람들은 20년이 넘게 버려져 있던 황무지가 공원으로 바뀐 것을 보고 저희에게 너무 고마워 하셨습니다. 또한 어제 뻬슈보니유의 친구가 페이스북으로 현재 공원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꽃까지 펴서 더욱 아름다워진 모습을 보고 작년 워크캠프가 너무 그리워졌습니다.

아침-간식-점심, 저녁-간식, 청소 당번을 정해서 번갈아 일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침을 먹고 일을 하던 중간에 간식을 먹고, 일이 끝난 후에는 점심을 먹고 또 마을 사람들이 가져다 주신 간식을 먹고 저녁을 먹고, 이렇게 끊임없이 맛있는 프랑스의 음식과 각국의 친구들이 해주는 각국의 음식을 먹었습니다. (그 덕에 엄청난 체력을 쓰면서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살이 쪘던 좋은 생활이었습니다ㅎㅎㅎㅎ)

일이 끝난 오후 시간에는 더욱 원활한 워크캠프 생활을 위해서 회의를 하였고, 마을의 여러 행사에 참여하였습니다. 굉장히 마을의 행사가 많아서 거의 매일 마을 사람들과 만났었습니다. 시청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저녁을 먹기도 했고, 학교에 마을 사람들을 초대하여 각국의 요리를 하여 대접하기고 하고, 프랑스의 공휴일에는 마을 사람들과 다같이 뚤루즈에서 하는 불꽃놀이를 보러가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 일주일동안은 저희의 일을 도와주셨던 분의 집에 초대받아 매일매일 가서 수영도 하고 바베큐도 먹었습니다. 이렇게 마을 사람들과 교류가 많았기 때문에 친해진 마을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 처음으로 프랑스 현지인의 가정집을 구경해볼 수도 있었습니다. 다락방이 있는 너무 귀엽고 멋있는 집이었는데,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에 워크캠프에 매우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이동하는 놀이기구들이 3일 연속 학교 앞에 크게 설치되어서 마을 전체의 축제가 있기도 하였는데, 마을 사람들에게 서빙을 하는 일을 하면서 축제도 함께 즐겼습니다. 사실 20일 중 반 이상동안 파티가 있어서 한국에서는 즐기지 못하는 파티를 실컷 즐기고 왔습니다ㅎㅎㅎ

이렇게 매일매일을 정말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물론 생전 처음 보는 친구들과 지내는 일이 그렇게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터키 친구는 워크캠프에 같이 오기로 했던 친구가 비자 문제로 오지 못해서 우울해했고, 저희와 친하게 지냈지만 워크캠프 자체에 흥미가 떨어졌는지 워크캠프를 5일정도 남기고 중간에 하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 외에는 사소한 문제들이 발생해도 서로 대화로 금방 풀었고, 다행히 큰일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워크캠프에 저말고 다른 한국인 친구가 더 있었는데, 아마 그 친구덕분에 제게 행복했던 워크캠프가 되었던것 같기도 합니다. 그 친구가 없었다면 저도 터키 친구처럼 외로움을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과 문화 차이로 약간의 트러블이 발생해도 한국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금세 잊을 수 있었고, 한국 요리를 준비할 때에도 서로 도우면서 쉽게 만들었던것 같습니다. 다른 캠프 친구들이 저와 제 한국친구를 보면서 이곳에 오기 전부터 친구였던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로 저희는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금방 친해졌고, 20일 동안 서로를 도우면서 정말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사실 같은 서울 안에 살면서도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만 하고 만나지를 못했는데, 더 바빠지기 전에 만나고 싶습니다ㅎㅎ)

그리고 저희 워크캠프는 프랑스에서 진행된 만큼 공식 사용언어가 프랑스어와 영어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친구와 저, 그리고 터키인친구를 빼고는 모두 프랑스어가 모국어이거나 혹은 1년 이상 배웠던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어로 대화가 진행될 때, 초반에는 약간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친구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쳐 달라고 해서 몇 문장과 단어를 배웠고, 주요 단어들을 배워서 워크캠프가 끝나갈 무렵에는 몇개의 단어와 눈치로 프랑스어로 이루어지는 대화를 얼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거의 영어를 하지 못해서 대화가 매우 힘들긴 하였으나, 제가 배운 단어를 이용해서 최대한 프랑스어로 말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어를 단어 몇개로 구사하려는 어린 동양인을 귀여워해주셨고, 대화도 나름 할 수 있었고, 생각보다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로 워크캠프에 가고 싶으신 분이라면 한달정도라도 프랑스어를 익히고 가신다면 훨씬 큰 도움이 될거라고 봅니다! 20일동안 현지에서 생활하다보면 프랑스어가 생각보다 많이 늘텐데, 기본이 있다면 더욱 쉽지않을까 생각합니다.

워크캠프가 끝난지 9개월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크캠프는 제 기억속에서 아직도 반짝이면서 그때가 너무 그립습니다. 워크캠프 친구들과 계속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을 하면서 인연을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꼭 한 번 뻬슈보니유에 다시 가서 제가 만들었던 공원에서 저도 휴식을 만끽하고 싶다는 소원도 생겼습니다.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저와 다른 한국 친구가 마을 사람들과 캠프 친구들에게 손가락으로 숫자세는 방법과 나이 세는 방식을 설명하면서 자신들과는 다른 방식에 신기해하며 관심을 받았었습니다.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도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들과 20일 동안 같이 생활을 하고 마음을 나누었던 것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앞으로 취업을 하고 더욱 바빠지면 다시는 워크캠프에 참여하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지난 워크캠프를 마음 속에 품으며 그때 만난 인연들을 생각하고, 앞으로 더욱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값진 경험을 하고, 저처럼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워크캠프를 진심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