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모로코, 낯선 매력에 빠지다

작성자 이진혁
모로코 CJM7 · EDU/CONS 2013. 08 Karia Arekmane

Nador /Karia Arekman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 낯선 땅, 낯선 사람들과 만나다.


 '모로코, 낯선여행'. 내가 모로코라는 북아프리카 국가로 여행지를 정하고 떠나기 전 사전준비용으로 읽었던 책의 이름이다. 책 이름부터 낯설다고 적나라하게 말하는 그 곳 모로코. 바로 그대로이다. 모로코는 지구 거의 반대편에서 공존해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정말 말그대로 낯선나라이다. 모든 일정을 다 마치고 돌아온 지금에서도 누군가가 나에게 "너는 어떻게 모로코로 갈 생각을 했니?"라고 물어본다면 뚜렷한 대답을 할 수가없다. 그냥 '낯선 이끌림'이 나를 모로코로 데려간 것 같다. 왠지모를 이끌림말이다. 실제로 모로코는 다녀와서 생각해봐도 아직도 낯선 느낌이 가득하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온 지금,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모로코는 '낯선 매력'이 있는 곳이라고. 정말 매력적인 나라다 모로코는.



하루하루 낯선 땅에서 새로운 매력을 찾아가며 여행을 마친 후, 워크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모로코 동북쪽의 해안도시 Nador로 향했다. 내가 참가한 워크캠프(CJM7)의 베이스캠프는 Nador안에서도 더 들어가야 나오는 작은마을 Karia Arekmane이었다. 아랍어와 프랑스어가 주 언어인 모로코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아 여행내내 고생을 많이했다. 물론 내가 여행했던 서북지방에서 버스로 12시간이 넘게 걸렸던 워크캠프지까지 가는데는 더더욱. 다행히도 친절한 모로코아저씨를 만나 도움을받고 CJM7의 관계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관계자들과 워크캠프 베이스캠프로 이동.



2주동안 내가 지낼 베이스캠프, 그리고 동고동락할 참가자들과의 첫만남. 솔직히 말하자면 워크캠프지에 도착했을 때의 기억은 충격으로 가득하다. 워크캠프라는 것은 다국적의 청춘들이 모여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며 공동체의식을 키우고 봉사를 하는 활동인데, 내가 참가한 CJM7에서는 나와 함께 간 한국인 친구(태희) 한 명 빼고는 모두 모로코인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캠프리더인 Hajar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자. 즉, 우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아랍어로 자기들끼리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매일 저녁 캠프관리자와 참가자들이 모여 하는 회의에서도 사용하는 언어도 물론 ONLY아랍어였던 것. 봉사활동의 방향과 앞으로 우리가 당장 해야할 일, 식사준비 담당, 청소 담당 등 공동체 생활을 원활히 해나가기 위해 중요한 사안들을 모두 우리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아랍어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특히 남자들 방에서는 나를 제외한 모든 친구들이 모로코인이기 때문에 서로 아랍어로 이야기하고 웃는 과정에서 몇몇 영어가 가능한 친구들을 통해 전해 듣는 방법 말고는 함께 커뮤니케이션할 방법이 없어 너무 답답하고 힘들었던 기억이난다. 유일하게 능숙한 영어가 가능한 캠프리더 Hajar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태희와 나와 Hajar은 운이 좋게도 동갑내기 친구였고, 서로 말도 잘 통해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함께 의지를 많이했다. 물론 나중에는 모든 팀원들이 나의 소중한 친구가 되었지만.



워크캠프지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에게 충격을 줬던 것은 비단 낯선 모로코인들뿐은 아니었다. 사전에 확답을 받아놨던 와이파이의 불능은 물론 샤워실도 갖춰져있지 않고, 한국의 푸세식보다 더 불편하고 허름한 화장실 등 사전에 어느정도 상상했던 시설보다 더욱 낙후된 곳이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훈련을 나온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긍정의 힘 아니겠는가.. 나는 '모로코라는 나라에 와서 오직 모로코친구들과 참된 모로코를 느끼고 갈 수 있겠구나.'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나의 워크캠프를 시작했다.





▶ '봉사'라는 공동의 목표를 지니고 한 곳에 모인 15인.


 사실 나는 처음 그곳에서 느낀 충격을 감춘채, 그들에게 친숙할만한 '강남스타일'을 들먹거리며 다가가 첫날부터 몇년은 만난 친구마냥 친해졌다. 낙후된 시설이고, 나빼고 모두 모로코인이고 아랍어고 뭐고 일단은 앞으로 2주동안 동고동락할 친구들이기에, 그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쨌거나 이곳에 모인 모든이들은 결국 '봉사'라는 공동의 목표를 지니고 만난 인연이기에, 첫만남의 설레는 분위기를 뒤로한 채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우선 내가 참가한 CJM7의 테마는 EDU/CONS 즉, Education(교육)과 Construction(건축)이었다. Nador의 작은마을인 Karia Arekmane의 한 초등학교에 머물며, 그 곳 학생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방학기간 동안 학교를 가꾸는 일이었다. 우리는 학교내의 잡초를 뽑고, 땅을 가꾼 후 돌을 덮어 시멘트바닥을 새로 까는 일부터 학교의 벽화를 새로 그리는 일까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교 환경개선에 힘썼다.

학교 환경개선이라는 주요활동 외에도, 참가자들끼리 의식주를 모두 해결해야 하는 워크캠프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들 - 식사 준비, 설거지 당번, 청소 당번 등의 부가적인 일들이 따랐다. 워크캠프의 목적이 단순한 봉사활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지리적 · 문화적 · 사회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모여 공동체 생활을 통한 상호 문화교류에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것이다. 내가 참가한 워크캠프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에서 행해지는 워크캠프의 주된 트러블요소가 저런 잡다한 업무분담으로부터 발생한다고 한다. 정성들여 준비한 식사를 팀원들이 맛있게 먹어주지 않는 다든지, 청소/설거지 당번인 팀원이 게을리해서 불청결한 상태로 방치한다든지하는 위험요소들말이다. 실제로 우리도 이런 트러블에 직면하게 됐는데, 서로의 의견차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상호 문화존중, 팀웍의 중요성 등을 직접적으로 배운 것 같다. 누군가가 "왜 네 돈을 지불해가면서까지 봉사활동을 하느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저러한 예를 들며 자신있게 대답할 것이다. 워크캠프에서는 결코 돈을 줘도 아깝지 않을 것들을 배워나올 수 있다고.



다행히도 우리캠프 팀원들의 요리실력은 모두 준수해서 2주동안 정말 맛있게, 배불리 먹었던 것 같다. 서로 다른 문화의 친구들이 마주앉는 식탁에서도 교류가 이루어진다. 너무나 단순한 식탁이 그곳에서는 식문화 교류의 장인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음식을 선보였고, 그들은 모로코의 음식을 준비해줬다. 여러 향신료를 이용해 같은 재료로도 다양한 맛을 내는 모로코음식. 나나 한국인 친구나 향신료에 거부감은 커녕, 향신료를 너무 좋아했기에 캠프기간 내내 아무런 트러블없이 아~주 잘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그 맛을 잊고 싶지 않아서 식재료와 레시피까지 챙겨온 것도 꽤 있다.





▶ 어메이징한 경험 - 모로코의 작은동네에 'KOREA'를 알리다.



'곤니찌와', '니하오마'. 모로코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나를 손가락질 하며 던져대던 말이다. 정말 낯설다못해 신기한 동물을 구경하는 듯한 눈빛의 시선들과 함께. 그만큼 모로코에서 외국인, 특히 동양인은 방문이 극히 드물어 그들에게는 신기하고도 낯선 인종이다. 아니 동물보듯 이상하게 쳐다보고 툭툭 곤니찌와 니하오마 던져대는 것도 다 괜찮은데, 왜 '안녕하세요'는 못하는건가? 친해진 현지 친구들과 이야기를해봐도 '강남스타일'이나 알지, '코리아'는 모른다. 세계지도에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작은 나라였던가를 다시금 실감케한다. 아무튼 내가 겪은 어메이징한 에피소드는 바로 모로코안에서도 아주 작은 해안동네에 방문한 나(동양인)의 이야기이다.

때는 현지시각 8월 16일이었던 날. 한국어로 정확한 직급번역이 힘들지만 대략 우리나라로치면 장관급 귀빈이 모로코의 작은 시골동네인 (동시에 나의 워크캠프지인) Karia Arekmane에 방문했다. 모든 행사진행이 역시나 아랍어로 이루어져서 정확한 행사 취지는 모르겠으나, 군인들의 제지와 끝없이 늘어선 고위급 인사들의 악수행렬, 그리고 다양한 축하공연이 꽤나 규모가 있는 행사임을 짐작케 해주었다. 포인트는 이거다. 고위급 인사들만이 악수를 할 수 있을만큼 어느정도 격식도 필요했던 행사. 그곳에서 동양인인 나는 몸빼바지에 정글모자에 슬리퍼에. 말그대로 집 앞 슈퍼나갈때도 갖추지 않는 후줄근한 모습으로 장관님과 악수를 하러 행렬의 한가운데에 섰다. 그러한 영광의 자리에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는 - 동양인이라서.


 그들에게 정말 낯설고 신기한 인종인 '동양인'이라는 이름으로 악수행렬에 선 후, 다시 한 번 Nador 지역 봉사자들을 치하하며 건내는 트로피 시상식에 섰다. 'I`m from Korea, I love Morocco!'를 외치며 봉사자대표로 트로피를 받았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몸빼바지, 정글모자, 슬리퍼를 신고. 모로코 공중파 카메라는 고스란히 나를 담아갔고, 실제로 방송까지 탔다. 이게 무슨..!? 정말 낯선땅에 가서 이보다 어메이징한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은 나를 향해 손짓하며 '곤니찌와', '니하오마'가 아닌 'Korean!' 이라고 외쳐줬다.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모로코의 작은마을에, 작은나라 '코리아'를 알린 그 날.





▶ 낯선 이들, 친구가 되다.



 워크캠프의 첫번째 목표가 '자원봉사'라면, 두번째 목표는 '국제교류'일 것이다.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 그리고 문화를 지닌 이들이 모여 공동체생활을 하는 곳이니만큼, 서로간의 소통과 교류는 원활한 2주를 이끌어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캠프 팀원구조는 영어라는 공용어에 한계가 많은 편에 속했다. 게다가 서로에게 너무 낯선 언어인 '한국어'와 '아랍어'. 그러나 오히려 너무 다르기에, 서로의 흥미를 유발하는데 충분했다. 나는 아랍어, 그들은 한국어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우리는 영어라는 공용어를 배제한 채 한국어와 아랍어만으로 하나 둘 퍼즐을 맞춰나가 듯 독특한 give & take를 이어갔다.

그들은 내게 '행복'이라는 뜻의 아랍이름 '세잇(Said)'을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세잇!, 세잇!'을 외치며 나를 즐겨찾았다. 누군가가 나를 부를때마다 '행복'이라고 외치는 것. 우리나라 말로 들으면 왠지 쑥쓰러울 것 같지만, 아랍어로 들으니 기분이 좋더라. 정말 마음에 드는 이름이다. 후에 워크캠프가 끝나고 라밧에 가서 헤나를 했을때, 나의 팔에 그들이 선물해 준 아랍이름 '세잇'을 새겨넣었다. 꼬부랑모양을 한 것이 한 마디로 외계어같기만 한 저 언어가 누군가에게는 자국어라니. 그들이 볼 땐 네모난 틀에박혀 꾸불대는 우리 한글이 흡사 외계어같을 터. 문화도 그렇지만 같은 행성, 동시대에 공존하는 인류들이 저마다 다른 언어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는 것이 괜시리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영어 배우기를 반기지는 않지만, 이럴때 보면 세계 공용어가 필요하긴한 것 같다. 더 다양한 친구들에게 나의 생각을 알리기 위해서. 어쨌든 다른나라 언어를 접할때 마다 왠지모를 한글의 우수성을 마구 느낀다.


한번 더 강조하지만, 워크캠프에서 봉사만큼 중요한 것이 교류다. 그래서인지 내가 참가한 캠프에서는 봉사활동 시간만큼, 정확히는 그것보다 더 큰 시간이 교류를 위한 자유시간으로 편성되어 있었다. 항상 하루 활동량이 끝나면 다 함께 차를타고 근처 해안가로 가서 시간을 보냈다. 내 평생 이렇게 바닷물에 많이 뛰어든 적이 없었는데, 올 여름 지중해에서 몇년치 해수욕분량은 다 채우고 온 것같다. 역시나 결론은 친밀도를 쌓는데는 노는게 최고라는 것.


개인적으로 물에서 뛰노는걸 그닥 즐기지 않는데, 여긴 지중해니까! 지중해를 눈앞에 두고 어찌 앉아 구경만할쏘냐. 덕분에 지중해 해수욕을 원없이 즐겼던것 같다. 항상 고된 하루 일을 모두 지중해 바다에 떨쳐내려는 듯 정말 신나게 뛰놀던 친구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리고 해수욕장 앞에 설치된 작은 무대에서 "Karia Arekmane!", "Thank you Korea!"를 외치던 소피안도. 나는 역시 무대에 올라가 자기소개를 하고 마지막에는 항상 "I Love Morocco!"라고 외쳐줬다.


고된 일을해도 함께하면 즐거운 사람들이 있다. 다들 엄청난 친화력을 지닌 덕분에 워크캠프가 5일차쯤 접어들자 우리는 서로에게 그런사람이 됐다. 고된 봉사에 임해도 함께이기에 즐거울 수 밖에 없는.


낯선 이들은 친구가 됐고, 낯선 땅은 마음의 고향이 됐다. 겉치레식이 아니라, 마음으로 친구가됐다고 말하기 까지 그렇게 순탄한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캠프기간 중 작은 도난사고가 발생했는데, 그로인해 생긴 서로간의 오해때문에 항상 마음속에 작은 걸림돌들을 가지고 서로를 대했던 것 같다. 마지막에서야 그 오해들을 모두 풀고 떠나와, 너무 아쉽다고만 말하고싶다.


특히 동갑내기친구로서 정말 마음으로 다가왔던 친구 Hajar. 그녀는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공항에까지 마중나와 모로코에서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었다. 우리는 서로 우리 함께한 시간들을 절대 잊지못할 거라는 말을 밥먹듯이 내뱉어댔다. 그리고 Hajar은 우리를 위해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지구반대편에서 온, 처음 본 외국인 친구와의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을 흘렸다. 정말 신기했다. 내 기억속에 어쩌면 가장 낯선 모습을 한 히잡을 쓴 여성. 분명히 그들은 TV속에서라도 접할 수 있는 다른 인종들보다 훨씬 더 내 기억속에는 낯설다. 그런 사람들과 마음으로 교류하고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가 됐다. 그리고 그런 친구가 떠나는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려주었다. 내게는 이 모든것이 너무 새롭고 신기하게 다가왔다. 나도 언젠가 한국을 찾은 외국인 친구를 위해 아쉬움의 눈물을 흘릴만큼 진심으로 그들과 가까워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피부색, 언어, 종교, 문화 모든것이 나와 다른 사람들. 그들은 나의 친구가되었다. 지구반대편에서도 항상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왠지모르게 정말 큰 힘이난다. 낯선 땅을 찾은 나에게 너무 소중한 기억을 선물해준 그들에게 감사하다. 막연하게 모로코를 떠올리면 그들의 모습이 먼저 그려지는 것이 너무 좋다. 처음에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것 그대로, 나는 이곳에서 그들 덕에 모로코를 제대로 느끼고, 배우고간다.


우리가 만날 수 없는 시간동안은 그리움만이 대신하겠지만 어디에서건, 언젠가 한번쯤은 꼭 다시 볼 수 있을거라 믿는다. 항상 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길 - 앗살라무 알라이쿰! السلا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