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꿈결 같았던 3주, 현실 부정의 시간

작성자 김미현
프랑스 JR13/205 · ART 2013. 08 - 2013. 09 Roanne (Mably)

MABLY VIDEO PROJECT - FR SPEAK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먼저 나에게 이런 특별하고 멋진 기회를 주신 하나님, 부모님, 여러 단체 관계자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워크 캠프 진행 동안 있었던 작은 추억들 하나 까지도 회상하면서 내가 얼마나 복이 많은 아이인지 새삼 깨닫는다. 워크캠프가 끝난 지 3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내 마음속에 머리속에 추억이 가득하다.
사실 워크캠프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 왔을 때, 일상 생활에 다시 적응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 기분을 어떻게 글로 표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잠시 기분 좋은 꿈을 꾼 것처럼 3주가 휙 지나가 버렸다는 사실이 와 닿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오는 어귀도 어색하고 혼자 방에 앉아 있는 것도 마치 꿈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처음 느낀 그런 타인과의 애틋한 감정. 세상 모든 일에는 예외 없이 끝이 존재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지만 처음으로 그렇게 끝이 두려운 적이 없었고 처음으로 그렇게 현실을 부정했었던 적이 없었다. 정말이지 한 동안 그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 했었다. 워크캠프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고 또 보면서 한 편으로는 이런 특별한 워크캠프에 참여한 게 자랑스럽기도 하고, 국경을 넘어 마음 따뜻한 사람들과 깊은 인연을 만듦에 행복하고 또 벌써 그립기도 했다.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담은 사진들을 보면서는 퉁퉁 부은 눈으로 정신 나간 사람마냥 울다가 웃기도 했다. 아마 어떤 이는 내가 과장한다고 말 할 수 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 해 주고 싶다. 당신이 워크캠프에 다녀오면 나보다 더 진한 필체로 후기를 쓰게 될 지도 모른다고.

내가 선택한 워크캠프는 단편영화 제작 프로그램이었다. 프랑스 남동쪽 Lyon 근처에 위치한 Roanne이라는 작은 도시에 더 작은 마을인 Mably에서 진행 되었다. 세부적인 취지는 프랑스의 Mably와 독일의 Wanveil이라는 두 도시간의 도시 결연 행사에 발표 될 단편영화를 만드는 일이었다. 때문에 Mably의 청소년들과 Wanveil의 청소년들 그리고 내가 속해 있는 국제 봉사 팀이 모여 20여명이 작업을 했다. 3주라는 시간이 영화를 만들기에는 약간 빠듯해서 우리는 첫 날부터 모여서 아이디어 회의를 시작했고 뒤이어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 편집을 했다. 우리 국제 봉사 팀은 9명은 Mably 시청 옆에 위치한 작은 아파트에서 동거동락 했다. 처음에는 이런 작은 아파트에서 어떻게 3주를 지내나 걱정 했었는데 그 걱정이 무색해질 정도로 끝나는 날 까지 아무 문제없이 정말 각자 자기 집처럼 편히 지냈다. 그리고 식사당번을 정한 뒤에 표로 만들어서 벽에 개시 해 놓았다. 표는 충분히 공평했고 모두의 동의하에 만들어 졌기 때문에 아주 잘 실천 되었다. 우리 힘으로 다 함께 규칙을 정했다는데서 오는 만족감에 아주 뿌듯했고 또한 잘 실천되었기 때문에 더 더욱 의미 있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워크캠프 다녀온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느 그룹이던지 그룹 구성원 간에 갈등이 없는 그룹은 없는 듯 했다. 왜냐하면 워크캠프도 사회 구성원들이 모여서 만든 하나의 사회나 마찬가지여서 문제가 발생하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팀은 정말 끝나는 날 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지냈는데 지금도 의아 할 정도이다. 성인 9명이 아무런 문제없이 3주를 동거동락 하다니... 그리고 또 Mably의 청소년들과도 깊은 친분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는 거의 가족이었다. 우리는 국경을 넘어서서 교류했고 그렇다고 우리에게 원어민 수준의 불어가 필수였던 건 아니었다. 언어의 장벽은 우리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눈으로 마음으로 대화 할 수 있었다. 사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만든 영화의 주제이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나는 우리의 상황과 딱 들어맞는 주제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영화작업에 집중하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또 다들 열정적이었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래서 구성원 모두가 이렇게 멋있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해 했고 또 내년에 다시 모여서 영화 작업하기를 원했다.
영화 편집까지 다 마치고 나서 관계자들과 후원자들 앞에서 상영을 했다. 내가 우리 국제 봉사 팀을 대표로 소개를 하게 되었는데, 워크 캠프 오기 전에 마지막에 발표가 있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걸 내가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어려운 불어는 아니었고 준비 할 시간도 있어서 무사히 잘 마쳤지만 두 배로 뿌듯했다. 두려워하고 피하던 것을 정면으로 부딪치니 사람이 못 하는 건 없다는 사실을 느꼈다. 또 프랑스 작은 마을에, 아시아인 하나 없는 곳에서 가진 거라곤 자신감뿐인 작은 아시아 여자애가 그들 앞에서 내가 한국인이라 말하고, 내 애정 넘치는 친구들을 내 입으로 소개하니 정말 감격스러웠다. 그 동안 힘들게 불어 공부했던 나날들 위에 우뚝 서있는 내가 너무 대견했다. 그리고 일반인대상으로 상영도 3차례 정도 했다. 상영이 끝나고 밖에 나와서 한 관객을 만났는데 영화를 보니까 본인의 젊은 나날들이 떠올랐다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 젊은 날의 멋있는 추억을 기회를 감정을 사람들을 절대 잊지 말라고, 그건 인생에서 값으로 매길 수도 살 수도 없는 것이라고 당부하셨다. 먼 나라에 와서 내가 얼마나 값진 경험을 했는지 그제서야 엄청나게 크게 느껴졌다. 동시에 모든 것을 추억 속에 담아야 할 시간이 온 것도 느껴졌다.
마지막 날에는 모두 모여 다 같이 누워서 잠을 청했다. Mably에서 일어난 마지막 날 아침. 어제 밤까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나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 차갑고 무거운 공기를 잊을 수 가 없을 것 같다. 잠을 잔건지 만 건지 모를 정도로 심장박동이 크게 느껴졌고 눈을 뜨고 정신없이 떠날 준비를 했다. 가방을 챙기고 빠진 게 없나 이리 저리 둘러보는데 3주, 그 짧다면 짧고 길다 면 긴 기간 동안 그 아파트는 나에게 집이 되어 버렸다. 다들 짐을 정리하고 멍하니 앉아 있거나 이리 저리 둘러보는걸 보니 나 혼자만의 감정은 아니구나 싶어서 또 한번 마음으로 통하는 우리를 발견 했다. Roanne 기차역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우리 언젠가 또 볼 수 있는데 왜 우냐고 울지 말라고 서로 울면서 다독여 주지만 사실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우리가 다시 또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다는 가능성의 희박함을... 말 하지 않아서 더 더욱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사실 나는 프랑스에서 꽤 오래 지냈지만 여느 프랑스 거주 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이중적인 프랑스 사회에 정착 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내가 다른 유학생들 보다 훨씬 더 적응을 못했다. 그런데 이 워크캠프 덕분에 나는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행복했었고 얼굴에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나에게 프랑스인들은 항상 차갑고 외국인들에게 배타적인 이미지였다. Mably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이렇게 착한 프랑스인들도 있음에 놀랐고 내가 그동안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 아랍계 친구들을 많이 사귀면서 그들과 관련된 작은 편견들도 싹 없어 졌다. 내 인생 전체에서 이 멋진 워크캠프와 관련된 조그마한 것까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워크캠프는 내 진로에도 영화라는 새로운 방향을, 그 이후의 새로운 경험들을 제시해 주었고, 고단한 삶 속에 뒤 돌아서 떠 올릴 수 있는 추억을, 계속 해서 연락 하는 인연들을 선물해 주었다. 항상 한국에 돌아 갈 날 만을 기다리고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외로이 고군분투하는 내가 이 워크캠프 덕분에 변했다. 타인과의 연대를 배우고 공생을 배웠다. 그리고 행복함을 배웠다. 이 모든 것 후에 내 마음에 가장 드는 것은 나에게 이제 항상 떠올릴 추억이 생겼다는 사실 이다. 그러니 여러분도 주저 말고 여러분의 삶을 바꿔 줄 워크캠프를 찾아서 떠나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