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미친 선택, 최고의 순간으로

작성자 김지윤
멕시코 VIVE05 · ENVI 2013. 07 Playa Colola, Mexico

Protecting the Marine Turtles at Colola 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위험한데 거길 왜 가니? 방학인데 자격증 공부나 해!

멕시코 워크캠프를 선택했을 때 친구들은 하나같이 '미쳤다'는 말로 나의 결정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추진하게 된 멕시코 Colola Workcamp, 정말 인생의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약 1년 전, 멕시코 칸쿤에서 6개월간 여행 가이드로 일한 적이 있기 때문에 멕시코가 생각보다는 안전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워크캠프는 칸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곳, Playa Colola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새로운 지역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 혼자 멕시코를 여행한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자리잡았다.

6월 24일 한국에서 Air canada를 타고 캐나다 Toronto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1시간만에 Mexico city로 가는 비행기로 환승을 해야하는 생각에 토론토 비행기 안에서부터 땀이 샘솟았다. 토론토 공항은 정말 넓었다. 1시간 안에 짐검사를 다시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하지만 하늘이 도왔던지 비행기는 3시간 딜레이가 되었고 다행히 나는 Mexico city행 비행기에 무사히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나는 Mexico city와 Guadalajara 그리고 Morelia에서 자유여행을 했다. 워크캠프가 시작하기 전 1달간 여유가 있어서 멕시코 각 지방을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구경할 수 있었다. 멕시코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땅덩어리가 넓어서 지역간 이동을 하는데도 돈이 많이 든다. 다행히 여름방학기간에는 ISIC카드를 이용해 학생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Morelia에서의 6일간 자유여행은 애초에 계획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그런데 워크캠프 출발 전에 받은 인포싯에서 무료 스페인어 강좌가 있다는 말에 기대를 품고 계획변경을 했다. 그런데 기대한 만큼 만족하기는 힘들었다. 전문 강사가 아닌 멕시코 현지 대학생이 과외형식으로 진행했고 멕시코 특유의 문화, '약속 어기기' 때문에 처음 이틀간은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다. 만약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Morelia에서 장기체류를 할 분이라면 말리고 싶다. Morelia 구경도 하고 새로운 친구도 만날겸 며칠 간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멕시코 워크캠프 리더는 베테랑 답게 우리를 잘 통솔했다. 특히 워크캠프가 열리기 며칠 전부터 Facebook으로 친구들을 초대해서 온라인으로나마 먼저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특히 Playa Colola는 Morelia에서 찾아가기 쉬운 곳이 아니라서 이러한 정보들을 서로 공유하고 함께 워크캠프에 찾아가기 위해 비행일정도 맞추는 등 활발한 교류가 이어졌다.

Morelia에서 Lazaro Cardenas라는 소도시로 버스로 4시간 이동을 한 후, 다시 이곳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Playa Colola까지 약 5시간동안 이동했다. Playa Colola는 말 그대로 Colola 해변이라는 뜻으로, 절대 지역 이름이 아니다. 때문에 버스 기사님들이 그냥 지나치기가 쉬우므로 버스에 탈 때는 앞자리 쪽에 위치하여 버스 기사님들에게 계속 상기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 지역은 늦은 저녁에는 버스가 운영되지 않으므로 적어도 Lazaro Cardenas에는 오후 2시 이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도착한 Playa Colola.
나는 정확히 두 번 놀랐다.
첫번째는 끝이 안 보이는 광활한 바다와 티없이 맑은 하늘로 이루어진 완벽한 풍경이었고
두번째는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숙소 환경이었다.

다음은 숙소에 대한 정보이다.
거대한 방갈로 안에 매트리스가 깔린 2층침대가 여러개 놓여 있어서 이곳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사용하는 침실이 자리잡고 있다. 응접실에는 커다란 식탁이 하나 놓여있다. 주방의 경우 처음에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설거지 할 곳도 제대로 없고 그릇이나 수저가 제대로 갖춰있을리 만무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은 정말로 위대하다. 우리는 이 쓸모없던 주방은 단 이틀만에 쓸모있는 주방으로 만들었고 이곳에서 멕시코 음식부터 이탈리아 음식까지 세계적인 요리들을 완성해내었다. 화장실은 숙소에서 걸어서 30초 거리에 위치해있다. 좌변기이지만 물은 손으로 퍼다가 날라야 한다. 샤워실도 세개가 갖춰져 있지만 물발이 매우 약하여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방이 더럽고 샤워하는데 인내심이 필요하면 어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친구' 그 자체였다.

우리 워크캠프에는 한국인을 포함하여 멕시코, 독일, 이탈리아, 체코, 캐나다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총 18명으로 이루어졌는데 딱 적당한 인원이었던 것 같다. 4팀으로 나누어 요리 담당, 설거지, 화장실 청소, 장 보기 등을 돌아가며 팀별로 역할을 담당했다. 어딜가나 일 안 하는 애들은 꼭 있다. 특히 외국인 친구들의 경우 프리라이더가 많은데 다행히도 우리 워크캠프에는 그런 아이들이 전혀 없었다. 혹여나 잠시 그런 나태한 태도를 보인다면 체코에서 온 30대 언니가 군기반장 역할을 해주었다.

매일 놀 수만은 없지 않은가. 거북이가 야행성 답게 우리의 일도 주로 밤에 이루어졌다. 낮에는 주변 해변에 놀러가거나 장을 보러 같이 가고 고스톱, 카드 등 유흥을 즐기다가 밤11시에서 새벽2시까지 거북이 보호 작업이 시작된다. 1차적으로 어미 거북이 알을 낳은 곳을 찾는다. 산란지를 발견하면 특이한 도구를 이용하여 약 1m정도 파낸다음 70~100개 정도의 알을 모두 수거한다. 그리고 이 알들을 숙소 근처 인공부화장에 가져와 알들을 안전한 곳에 다시 묻어주면 우리의 일과는 끝난다.

일하는 순간은 정말 힘들다. 모래사장을 30분은 걸어야 작업구역에 도착하기 때문에 일하기 전부터 진이 다 빠진다. 게다가 한창 잘 시간에 일을 해야하니 졸음과도 전쟁을 벌여야 한다. 그런데 정말이지 몸은 힘든데 정신은 정말 행복했다. 즐겁게 일한다는게 이런 말인가 싶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큰 거북이를 본 것도 처음이었고, 거북이가 알을 모두 낳을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모래사장 위로 쏟아지는 별들을 보고 있자니 이게 꿈인가 싶었다.

한가지 죄책감 아닌 죄책감 드는 점이 있다면, 일을 별로 안 했다는 점이다. 약 20일동안 진행된 워크캠프 중 야간에 작업한 일수는 3~4일 정도였던 것 같다. 여기에는 태풍, 비 등의 천재지변의 이유가 가장 컸다. 대신 야간에 일을 안 할 경우에는 다음날 오전에 바닷가 청소를 한다던가 지역 학교를 방문하여 페인트칠을 하는 등 대체활동을 했다.

워크캠프의 도다른 장점 하나는 주5일제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나 Colola 워크캠프는 주변환경 덕을 톡톡히 보았다.
우리는 워크캠프지 주변 해변이란 해변은 모두 가본 것 같다. 틈이 나는대로 이곳에 가서 수영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사먹었다. 하루는 이 중 제일 아름다운 해변에 텐트를 치고 단체 캠핑을 한 적도 있다.

이렇게 행복한 나날 속에 사소한 싸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간식거리의 경우 각자 사비를 내고 사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누군가 말을 안하고 다른 사람 것을 먹어치웠다면 열이 받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다같이 모여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솔직히 말을 하다보면 웃으면서 분쟁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하루 24시간을 함께 생활하다보니 정이 안 든다는게 이상하다. 결국 워크캠프 마지막날 누구라고 말할 것 없이 모두 울었다.

멕시코 워크캠프가 끝난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콜로라 캠프 친구들과 함께 연락을 하며 지낸다. 우리는 내년 여름 다른 워크캠프에서 만나기 위해 장소를 정하고 있다. 아직까지 연락을 하고 다음 약속을 기약할 정도로 멕시코에서의 추억이 모두에게 소중했다는 말이다.


한국에서 살다보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다.
'나, 너무 세속적으로 변하는 거 아닌가. 나 너무 때묻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멕시코 콜로라에서는 휴대폰을 사용할 수가 없다. 신호가 안 잡히기 때문이다.
시계를 볼 필요도 없다. 시간을 정하고 지키는 게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세속적으로 변해버린 자신에게 회의감이 느껴진다면, 혹은 일상적인 삶에 슬슬 지쳐가고 있다면 멕시코에서 치유할 수 있다고 단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