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미국, 첫 워크캠프 도전기

작성자 이현지
미국 VFP11-13 · CONS/ENVI 2013. 08 미국, ME

PEACE ACTION CENTER, MAIN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미국에 다녀온 지 오래되서 말도 버벅거리고 미국인들도 마냥 무섭기만 하던 찰나에, 다시 한번 미국에 가서 좀 더 의미있는 활동을 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참가하게 된 워크캠프 VFP11-13. 잘 짜여진 프로그램과 의미있는 노동을 기대하며 참여했지만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워크캠프였다.
처음 다른 참가자들을 만나서야 이 워크캠프가 ME에서 열리는 첫 워크캠프라는 정보를 알게되었다. 그럼에도 채식 캠프라는 점과 HOMELESS를 돕는다는 점, 그리고 환경을 지키는 데 이바지 할 것이라는 인포메이션을 상기시키며, 처음이라는 점에 좀 더 의의를 두었다. Sangerville이라는 작은 마을이 우리가 묵는 마을이었고, 워크캠프의 주요 목적은 추후에 홈리스, 혹은 형편이 좋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vegan뷔페가 될 집을 장식하고 벽화를 그리는 듯 한마디로 꾸미는 용도였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도착했을 시점에는 그 집의 배수나 건축이 채 완료되지 않아 일주일 정도 그 주변에 있는 창고에서 묵었고, 집 장식을 위해 일하는 대신에 sangerville의 지역사회를 돕는 일을 했다. 작년 경작상황이 좋지 못했던 농부의 밭에 가서 일을 하거나, 지역의 교회가 하는 feeding program에 가서 일을 돕는 게 바로 이 지역사회를 돕는 일에 속한다. 단기 참가자가 총 10명 장기 참가자가 1명으로 총 11명이 팀을 이뤄 움직였고, 집이 완성된 후에는 주로 집 / 지역사회 이렇게 두 팀으로 나눠 일을 하곤 했다. 참가자는 한국인 2명, 중국인 2명, 프랑스인2명, 러시아인 2명, 일본인 한명과 미국인 한 명, 볼리비아인 한 명으로 구성되어있었고, 모두 끈끈하고 의리있게! 불평불만 없이 정말 잘 지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프 자체는 솔직히 매우 문제가 많았다.

1. 캠프 자체의 성격이 워크캠프의 취지와 맞지 않았고, 설령 맞는다고 해도 설명이 부족했다. 우리가 꾸미는 집이 장차 홈리스나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쉘터가 된다, 혹은 뷔페가 된다고는 몇번이나 설명을 들었지만 '어떻게?'라는 의문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 sangerville은 매우 작은 마을이고, 그 마을에 사는 사람 중 홈리스는 그다지 많지 않다고 느껴졌다.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feeding 프로그램만 봐도 차가 있는 사람들만 올 수 있는데, 다른 마을에 있는 홈리스가 과연 어떻게 이 곳으로 올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동시에,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일은 좋았지만 그 일 중 비영리기관에는 합당하지 않은 일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를테면, vegan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지역사회인의 공장일을 돕는 일은 좋은 일임과는 별개로 비영리 단체인 워크캠프의 성격과 합치하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2. 일을 위한 정확한 시간표, 계획이 전혀 없었다.
매일 아침, 아침을 먹고 나서 우리는 몇번이나 하루의 계획이 바뀌는 경험을 해야 했다. 캠프 리더들은 시간을 잘 지키지 않았고, 약속을 해도 30분 정도 늦는 것이 기본이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몇 시간 일할 것인지, 무슨 요일에 쉬고 무슨 요일에 무얼 할 건지가 전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 문제는 할 일이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는, 즉 프로그램의 목적만 있는 상태로 10명이나 되는 자원봉사자들을 불러 무작정 일을 시켜야하겠나는 캠프 지휘자의 마인드에서 비롯된 듯 하다. 실제로 캠프 지휘자에게 왜 준비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워크캠프의 자원봉사자들을 불렀냐고 물었을 때, 캠프 지휘자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실수였다고 대답했다. 분명히 하자. 워크캠프가 내 비행기 값을 대주는 것도 아니고, 여행경비를 대주는 것도 아니다. 나는 참가비까지 내고 워크캠프에 참여한다. 단지 의미있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이유로. 그런데 이 캠프는 단지 한 사람의 실수와 그 실수를 철저하게 검토하지 않은 vfp의 실수로 내 돈과 의미있는 경험에의 기회와, 시간을 날려먹었다. 만약 이 캠프의 참여자들이 그토록 사랑스럽지 않았고, 그나마 보스턴과 교회의 feeding 프로그램을 통해 무언가 해봤다는 보람이 없었더라면, 정말 내 인생 최악의 경험이 될 뻔한 일이었다.

3.infosheet에 기재된 내용과 캠프의 진행 방향이 매우 달랐고, 캠프 리더와 캠프 지휘자의 말이 매번 맞지 않았다.
먼저, infosheet에 있는 요가 클래스, 강을 보며 즐길 기회, 5개의 침실 등등등 나를 이 캠프로 이끌었던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요가선생님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고, 요가를 할 만한 공간도 없었다. 그래도 캠프 참여자들의 열정으로 요가 클래스가 형성되었지만, 캠프 지휘자는 당초에 자신이 infosheet에 써넣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이 클래스의 존재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인포에 있었던 조건인 vegan만은 철저하게 지키려했다. 미리 인포에 등재되어있던 내용이니 만큼, vegan 자체에는 불만이 없다. 다만 중간에 VFP에서 방문한 또 다른 리더가 캠프 참여자들에게 캠프 기간 내내 VEGAN을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을 전했고, 그래서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 말이 몇번이나 뒤바뀌기를 계속했고, 결국에 나중에 가서는 VEGAN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VEGAN으로 사는 것 자체에 대한 불만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VEGAN으로 요리하는 법을 전혀 모른다는 점, 그리고 그럼에도 VEGAN인 캠프 지휘자가 아무것도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않았고, 가르치려 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연유했다고 보여진다.

4. 캠프 리더들이 우리와 함께 일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캠프 지휘자는 일만 시작하면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다른 비영리 단체의 일원이라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타나 마치 공장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손님들에게 자신의 공장을 구경시키듯 우리의 모습을 구경시켰다. 우리가 일 할 때도 옆에서 열심히 사진만 찍으며. 캠프 리더는 마치 다르다는 듯 행동했고, 조금 다를 때도 있었지만,(즉 일을 아예 안한 건 아니지만) 항상 자신은 더 쉬운 일, 더 흥미로운 일로 조금 빠져버리는 느낌이었다. 우리 모두 나무보호를 위해 숲에 나가서 벌과 모기에 쏘이며 일을 할 때 본인은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 케잌이나 샌드위치를 만든다거나 하는? 나는 캠프 리더들이 리더라고 생각했지 내 보스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이 점이 매우 매우 불쾌했다.

이 외에도 여러 문제가 많았지만 여기 다 적기에는 괜히 지난 일로 화내는 꼴이 될까 싶어 줄인다. 물론 의미있는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훌륭을 넘어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메인 프로젝트가 되어야 했던 HOUSE일이 저토록 비조직적으로 운영되었던 것, 캠프 리더들의 태만 등등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다만 보스턴에 가서 노숙자에게 샌드위치를 나누어주었던 일이나, 숲의 어린 묘목을 지키기 위해 일했던 일 등등은 실제로 보람찼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까 한다. 참가 후 워크캠프라는 좋은 목적을 가진 일이 언제나 훌륭하게 운영되는 것은 아니며, 좋은 이상을 가진 사람들도 사람을 화나게 할 수 있고 좋은 이상을 가지고 일을 안하는 건 좋은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무엇도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