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졸업 전 마지막 용기, 이탈리아 워크캠프

작성자 서정하
이탈리아 Leg26 · ENVI 2013. 07 - 2013. 08 Lozzo, Italy

Veddasca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고등학교 시절 영어 선생님을 통해 워크캠프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종종 워크캠프에 다녀오신 이야기를 해주셨고 대학에 가면 꼭 가야지 결심하며 넓은 세상에 부푼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 발을 내딛을 용기가 나지 않았고, 돈이 없다, 영어가 부족하다 등등 탓만 해오며 미루기만 했었습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났습니다. 막상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자니, 워크캠프에 다녀오지 않으면 큰 후회가 남을 것 같아 지원했고 이번 7월, 이탈리아 북부 Lozzo로 워크캠프를 다녀왔습니다.
교환학생이 끝나고, 여행을 한 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이 이 워크캠프였는데, '워크캠프'는 교환학생,여행보다 훨씬 인상깊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저 그 곳에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행복했습니다.

캠프의 위치는 Lozzo 라는 이탈리아 밀라노 북부의 산 속에 있는 마을로, 스위스와의 국경 근처 지역이었습니다. 로마, 밀라노, 피렌체 등의 웅장한 느낌의 대도시가 아닌 북쪽의 산 속 작고 아담한 정겨운 마을로, Luino 기차역에서 내려 1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 길을 지나야 했습니다. 마을에 대한 첫인상은 그저 노부부와 고양이가 많은 잔잔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산에서 내려가 큰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승용차를 이용하거나 버스를 이용하는 것인데, 버스를 이용해 내려갈 경우, 오전8시, 오후1시. 이런 식으로 배차간격이 정말 넓었습니다. 그런 이유들로 산 아래에 내려간 경우는 거의 드물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산 속 마을에서 지냈습니다. 숙소에 와이파이도 없었기 때문에 Bar에 가지 않는 이상 세상과의 접촉은 거의 단절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친구들과 더 많이 정이 들었지요. 마을 축제를 도우며 마을 사람들과도 교류하게 되었고, 마을 사람들이 주는 와인, 음식들을 제공받기도 하며 따뜻한 정을 느꼈습니다.

축제를 도울 당시 흥에 겨워 캠프 인원들과 와인을 마셨었는데, 이탈리안 어르신들께서 저를 보시고는 '작은 아시안 여자아이가 술을 참 잘 마신다'며, 함께 와인병 청소를 위해 와인 한 잔을 나눠마셨습니다. 제가 이탈리아어를 못해 서로 말이 통하진 않았지만, 콩글리쉬를 이용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저에게 '건배'라는 단어를 배우시더니 어눌하게 '건배'를 외치며 흥을 돋우시는 모습을 보고는 정말 신이 났었지요.
가장 잊지 못할 기억은, 남 앞에 나서기를 부끄러워 하는 제가 할아버지악단의 장단에 맞추어 춤추는 체코친구들을 보고 저도 따라나가 춤을 추고 축제를 즐기고 있던 거였습니다. 살~짝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런 생각보다는 그저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구요.


평소엔 8시에 종소리를 듣고 일어나 다같이 아침식사를 한 뒤, 산 길 만들기, 나무 모으기, 축제준비 등의 활동 중 한 가지를 합니다. 그 뒤엔 점심식사, 그리고나서는 바르셀로나(카탈란)에서 온 친구의 문화를 존중해주자며 ㅎㅎ 다함께 씨에스타 낮잠을 자고! 다들 잠에서 깨면 산책(이라 하고 등산이라 합니다.)을 하거나 강(이라 하지만 계곡)이나 호수에서 수영을 합니다. 이 모든 활동이 끝난 뒤에 샤워한번 싸~악 하고 나면 너무나 개운하고 행복하더라구요. 2주 내내, 자연과 동화된 자연인이 된 듯한 기분을 제대로 느꼈습니다. 저녁식사 후에는 밤하늘 아래에서 기타소리에 맞추어 다같이 노래부르고 와인한잔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정말 여유롭고 행복한 삶이라는 게 이런거구나 딱 느낀 시간들이었습니다.
산 속이라 많은 별을 볼 수 있었는데, 한 두 번은 별을 제대로 보겠다고 갑자기 길 위에 같이 누워서 별을 보기도 했었습니다! 주위 신경 안쓰고 그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최고의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해요. 저에겐 너무나 행복한 시간들이었고 그런 순간들이 너무나 많기에 아직도 그 곳이 너무 그리울 뿐입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2주간의 시간. 다음에 워크캠프를 가더라도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첫 발을 너무 행복하게 내딛었기에, 다음 한 발도 더 쉽고 즐겁게 내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언제가 될 지 확실하진 않지만 다음 워크캠프도 너무 기대됩니다.
워크캠프에 가실 분들!! 행복한 시간들 잘 보내고 오셨으면 좋겠구요. 혹시 Lozzo로 워크캠프를 가시는 분이 있다면 줄리아노와 발렌티나에게 안부를 꼭 전해주세요^^!
아 그리고 좋은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신 국제워크캠프기구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